‘남한에 적(북한)과의 내통을 의심할 만한 무리가 있다’‘경기도 화성에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구제역과 광우병은 예방-소독약 특수(特需)를 노린 제약회사와 의료계가 날조한 합작품이다. 이런 명칭의 병은 실재하지 않는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몇몇 글들이다.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이런 글들이 만의 하나 완벽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면? 국가-사회에 미칠 파장을 따져볼 때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놀란 눈을 치뜨며, 때론 냉소적으로 이 글들을 대한 네티즌들에겐 당연하게도 한 가지 궁금증이 뒤따른다. 지극히 민감한 현안에 대한 주류적 시각을 전면 부정하는 이런 ‘쇼킹한’ 글들을 스스럼없이 게시판마다 옮기는 ‘필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전문적 경험·논리 상당수준 무장
이들 중 한 명은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 지만원 소장(59·시스템공학 박사). 육군 대령 출신의 군사평론가이자 ‘시스템 전도사’로 익히 알려진 그는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의원 공부모임’에서 이른바 ‘경의선 남침통로’ 발언으로 한바탕 파문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당시 발언 요지는 경의선과 새로 건설중인 문산∼개성 4차선 도로가 북한의 ‘무혈 입성’을 보장하는 ‘적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문제의 발언은 이내 “서울∼개성은 사방이 트인 개활지여서 철도나 도로를 만들더라도 군사전략상 남침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공식 반론을 불러오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86년 MCRC(군 방공망자동화시스템)사업 실패 원인을 규명하다 해직된 ‘군 내부 고발자’이기도 한 지소장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systemclub.co.kr)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며 독설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경의선 지뢰제거작업 개시 직후 이어진 일련의 대북정책 비판은 혹독할 정도다. 그가 지난해 말부터 넷 상에 올린 몇몇 글들을 보면 이런 과격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주지 못해 안달하는 현 정권의 대북 사랑은 억센 본처의 것을 훔쳐내 청순가련한 애첩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는 바람난 마음’ ‘지난해 10월의 제3차 아셈(ASEM)은 DJ가 유럽국가를 상대로 북한과 수교하라고 종용한 외교무대’ ‘철저한 경제-기술분석과 남북철도간 호환성 검토가 결여된 경의선 복원은 절차상 중대 하자가 있다. 20, 30년이 지나도 경의선은 결코 ‘철의 실크로드’가 될 수 없다’ ‘적화통일 괴시나리오가 미국에서 건너와 시중에 파다하다. 실현 시기는 김정일 답방 때이며 남한 내 내통 세력의 도움으로 북한군이 4만5000여명의 서울 거주 외국인을 인질로 잡게 되고 하룻밤 새 남한은 점령된다.’(이상 지소장의 글 ‘적과의 내통을 의심한다’ 중에서) 지소장은 한술 더 떠 “우리 정보기관에 북한 스파이가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고까지 반문한다.
사회의 주류적 해석과 상치되는 주장들은 흔히 세간에서 ‘이단’으로 불린다. 이단(異端). ‘전통과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지소장의 주장은 분명 ‘이단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스스로를 이단이라 생각지 않는다. 나름대로 충분한 전문적 경험과 논리를 갖췄다는 것.
“모든 과학은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현 정권의 안보책임자들은 나를 의심할 줄만 알았지,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 번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투명하지 않은 국가정책에 대한 의심은 국민의 권리다.” ‘정당한 의심’과 ‘충실한 학습’의 결과물이므로 자신의 주장은 100% 진실이라는 것이다.
한국시사문제연구소 이선호 소장(66·행정학 박사)의 주장 또한 다분히 ‘공격적’이다. 예비역 대령(해병대)인 그는 군사평론가. 그가 최근 인터넷에 전파하고 있는 ‘제6땅굴 발견’ 관련 글은 지소장의 글 못잖게 충격적이다.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최근 판문점과 땅굴이 외국인들의 단골 안보관광지로 떠오른 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를 입증할 실체인 제6땅굴(48쪽 상자기사 참조)의 징후가 99년 경기도 화성에서 포착됐다. 장소는 서울 도심에서 직선 도상거리로 51km 지점. 굴 형태는 해저터널로서 길이는 약 62km로 추정된다. 세계 최신의 스웨덴제 자동굴착기를 300대나 보유한 북한이 황해도 남단에서 아산만까지 해저터널을 뚫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이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군당국이 조사를 소홀히 하고 땅굴 발견사실을 조작된 허위정보라고 일축해 부득이 지난 1월 관련자들을 고소했다.’(이소장의 글 ‘북한의 제5 및 제6 남침땅굴 정체를 밝힌다’ 일부 요약)
“안보 차원에서 민간이 강력히 제기한 의혹에 대해 군은 왜 문제의 현장을 절개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가. 국방부는 ‘땅굴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소장은 “현 정권은 느슨한 안보의식에 매몰돼 땅굴 의혹을 제기한 반공주의자들을 반통일세력으로 매도한다”고 잘라 말한다. 각종 기고 등을 통해 현 정권을 줄곧 강도 높게 비판해온 그는 현재 민간 땅굴 탐사팀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과 화성 땅굴 의혹 파헤치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김병조 탐지과장(53·대령)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땅굴 의혹을 진실인 양 오도하는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며 “군이 전문기관과 실시한 합동 정밀조사와 정황증거를 종합할 때 화성 현장은 땅굴이 아닌 것으로 이미 판명됐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시대의 이단아’들의 관심 영역은 단지 대북정책이나 정치문제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재야 의학저술가’로 불리는 공동철씨(45)의 이론(異論) 역시 기존 의학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다.
“중국에서 오는 황사가 구제역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는 수의학 관계자들의 분석은 엉터리다. 황사는 영하 15도인 대기권을 통과해야 하므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한다. 구제역이라 불리는 증상의 원인은 오로지 사료에 섞인 방부제, 항생제, 농약 때문이다.”
“백혈병도 존재하지 않는다.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환자들은 있지도 않은 백혈병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무단진료’나 다름없는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의 독성 때문에 죽은 것이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하지 않고도 건강을 회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공씨는 지난 10여년간 ‘백혈병은 없다’ ‘한약은 죽었다’ ‘아프면 낫는다’ 등 10권의 충격적인 저서를 냈다. ‘거꾸로 보는 의학상식’(98년 출간)을 통해서는 ‘술은 결코 간을 해치지 않는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 ‘고혈압 약을 먹으면 고혈압 환자가 된다’는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이색 논리를 개인 홈페이지 ‘바른 의학 자연건강’(www.medireform.pe.kr)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동양의학의 토대이자 핵심인 경락-경혈의 실체를 밝혔다는, 1960년대 ‘봉한학설’ 주창자인 김봉한 교수(북한 평양의대)의 이론체계를 소개한 ‘김봉한’(92년)으로 처음 주목받은 그는 최근작 ‘전염병은 없다’(2000년)에서 “전염병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날조극”이라 주장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예컨대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작가인 복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에만 등장할 뿐인데, 이것이 후대에 무책임한 의사들과 역사가들에 의해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는 것. 여기에다 파스퇴르가 근거 없이 함부로 부르짖은 미생물 발병설이 가세해 존재하지도 않는 전염병들을 계속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전염병은 실체가 없으므로 ‘사고뭉치 독극물’인 백신 접종이 하루 속히 중단돼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그의 주장은 공씨 자신이 체득한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서울대(전기공학과) 출신으로 한전, 호남정유, 금성산전 등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고교 3학년 때부터 30세까지 10년 이상 신경쇠약, 위장병, 폐결핵, 신부전증을 앓아 직장까지 그만뒀다. 그러나 장기치료로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는 아예 독학으로 한의학, 단학 등 의학공부를 시작해 현대의학의 오류 잡아내기에 나섰다.
공씨는 “몸이 아파도 적절한 휴식과 안정만 취하면 인체의 자연치유력에 의해 저절로 몸이 건강해진다”고 한다. 실제 그는 병원치료를 중단하고 단전호흡과 산행, 전통무예 심무도(心武道)를 꾸준히 병행한 결과 전보다 건강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물론 그의 가족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이론(異論)들은 인터넷 상에서 무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말초적이고 극단적인 음모론’ ‘현 정권의 내치 실패를 무조건 ‘레드’(Red)로 모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위험한 발상’ ‘안보상업주의자의 무책임한 발언’ ‘기본도 모르는 사이비 의학이론’이라는 등 네티즌들의 즉각적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위 ‘이단 전문가’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요지부동이다. 자신들의 주장은 한치의 가감 없는 진실이므로 주류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넷 상에 뜨는 이들의 글은 예외 없이 실명(實名)이다. 또 대부분의 내용들이 그들 나름의 경험칙과 논리로 ‘무장’한 까닭에 일부 네티즌 사이에 개연성이 충분한 ‘혁명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자 사고의 전환에서 비롯된 독창적 발상이라며 동조 또는 응원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러나 ‘이론(異論)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왕따’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의견’ 개진에 조직적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 지소장은 “지난 1월2일 밤 10시부터 3일 낮 12시까지 내 사이트가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약칭 정통윤)의 ‘만행’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정통윤 이영규 사무국장은 “내용이 지나친 글 일부를 자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있으나 접속불능케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규제토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라 자진삭제만을 요청했다는 것.
이소장 역시 지난 2월 ‘압력’을 받아 6년간 맡아온 (사)한국군사학회 부회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군사학회 관계자는 “군사학회는 국방부 지원을 받는 국방-군사 관련 학술단체다. 이소장의 사임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학회 부회장 직함을 거론하며 지극히 비판 일변도인 글들을 학회 사이트 등에 다수 올려 학회에 누를 끼친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의 백안시를 무릅쓰고 ‘이단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나홀로 주장’을 고집하며 전파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에겐 국가안보가 최고다. 허구로 가득찬 대북정책에 대한 지속적 비판을 통해 국민에게 실상을 바로 알릴 것이다.”(지소장)
“충정이 없다면 왜 이런 일을 하겠나. 하지만 아직도 국민 다수는 안일한 안보의식에 젖어 국가적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유토피아적 집단환상에 마취돼 있고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이소장)
“현대의학의 횡포를 지적해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일념에서다. 언젠가는 내 주장이 객관적 진리라는 게 밝혀질 것이다.”(공동철씨)
그러나 아직 이들이 ‘소명’으로 여기는 이설(異說)의 진위는 ‘공식적’으론 명백히 가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들이 ‘사회적 소수’로서 나름의 논리에 입각한 주장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낸다는 점이다. ‘음모론에 물든 이단인가, 건전한 발전을 담보한 소신인가.’ 이 난감한 판단의 문제는 전적으로 ‘열독자(閱讀者)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몇몇 글들이다.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이런 글들이 만의 하나 완벽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면? 국가-사회에 미칠 파장을 따져볼 때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놀란 눈을 치뜨며, 때론 냉소적으로 이 글들을 대한 네티즌들에겐 당연하게도 한 가지 궁금증이 뒤따른다. 지극히 민감한 현안에 대한 주류적 시각을 전면 부정하는 이런 ‘쇼킹한’ 글들을 스스럼없이 게시판마다 옮기는 ‘필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전문적 경험·논리 상당수준 무장
이들 중 한 명은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 지만원 소장(59·시스템공학 박사). 육군 대령 출신의 군사평론가이자 ‘시스템 전도사’로 익히 알려진 그는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의원 공부모임’에서 이른바 ‘경의선 남침통로’ 발언으로 한바탕 파문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당시 발언 요지는 경의선과 새로 건설중인 문산∼개성 4차선 도로가 북한의 ‘무혈 입성’을 보장하는 ‘적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문제의 발언은 이내 “서울∼개성은 사방이 트인 개활지여서 철도나 도로를 만들더라도 군사전략상 남침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공식 반론을 불러오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86년 MCRC(군 방공망자동화시스템)사업 실패 원인을 규명하다 해직된 ‘군 내부 고발자’이기도 한 지소장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systemclub.co.kr)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며 독설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특히 경의선 지뢰제거작업 개시 직후 이어진 일련의 대북정책 비판은 혹독할 정도다. 그가 지난해 말부터 넷 상에 올린 몇몇 글들을 보면 이런 과격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주지 못해 안달하는 현 정권의 대북 사랑은 억센 본처의 것을 훔쳐내 청순가련한 애첩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는 바람난 마음’ ‘지난해 10월의 제3차 아셈(ASEM)은 DJ가 유럽국가를 상대로 북한과 수교하라고 종용한 외교무대’ ‘철저한 경제-기술분석과 남북철도간 호환성 검토가 결여된 경의선 복원은 절차상 중대 하자가 있다. 20, 30년이 지나도 경의선은 결코 ‘철의 실크로드’가 될 수 없다’ ‘적화통일 괴시나리오가 미국에서 건너와 시중에 파다하다. 실현 시기는 김정일 답방 때이며 남한 내 내통 세력의 도움으로 북한군이 4만5000여명의 서울 거주 외국인을 인질로 잡게 되고 하룻밤 새 남한은 점령된다.’(이상 지소장의 글 ‘적과의 내통을 의심한다’ 중에서) 지소장은 한술 더 떠 “우리 정보기관에 북한 스파이가 없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고까지 반문한다.
사회의 주류적 해석과 상치되는 주장들은 흔히 세간에서 ‘이단’으로 불린다. 이단(異端). ‘전통과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지소장의 주장은 분명 ‘이단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스스로를 이단이라 생각지 않는다. 나름대로 충분한 전문적 경험과 논리를 갖췄다는 것.
“모든 과학은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현 정권의 안보책임자들은 나를 의심할 줄만 알았지, 대북정책에 대해선 한 번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투명하지 않은 국가정책에 대한 의심은 국민의 권리다.” ‘정당한 의심’과 ‘충실한 학습’의 결과물이므로 자신의 주장은 100% 진실이라는 것이다.
한국시사문제연구소 이선호 소장(66·행정학 박사)의 주장 또한 다분히 ‘공격적’이다. 예비역 대령(해병대)인 그는 군사평론가. 그가 최근 인터넷에 전파하고 있는 ‘제6땅굴 발견’ 관련 글은 지소장의 글 못잖게 충격적이다.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최근 판문점과 땅굴이 외국인들의 단골 안보관광지로 떠오른 것과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를 입증할 실체인 제6땅굴(48쪽 상자기사 참조)의 징후가 99년 경기도 화성에서 포착됐다. 장소는 서울 도심에서 직선 도상거리로 51km 지점. 굴 형태는 해저터널로서 길이는 약 62km로 추정된다. 세계 최신의 스웨덴제 자동굴착기를 300대나 보유한 북한이 황해도 남단에서 아산만까지 해저터널을 뚫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이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군당국이 조사를 소홀히 하고 땅굴 발견사실을 조작된 허위정보라고 일축해 부득이 지난 1월 관련자들을 고소했다.’(이소장의 글 ‘북한의 제5 및 제6 남침땅굴 정체를 밝힌다’ 일부 요약)
“안보 차원에서 민간이 강력히 제기한 의혹에 대해 군은 왜 문제의 현장을 절개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가. 국방부는 ‘땅굴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소장은 “현 정권은 느슨한 안보의식에 매몰돼 땅굴 의혹을 제기한 반공주의자들을 반통일세력으로 매도한다”고 잘라 말한다. 각종 기고 등을 통해 현 정권을 줄곧 강도 높게 비판해온 그는 현재 민간 땅굴 탐사팀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과 화성 땅굴 의혹 파헤치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김병조 탐지과장(53·대령)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땅굴 의혹을 진실인 양 오도하는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며 “군이 전문기관과 실시한 합동 정밀조사와 정황증거를 종합할 때 화성 현장은 땅굴이 아닌 것으로 이미 판명됐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시대의 이단아’들의 관심 영역은 단지 대북정책이나 정치문제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재야 의학저술가’로 불리는 공동철씨(45)의 이론(異論) 역시 기존 의학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다.
“중국에서 오는 황사가 구제역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는 수의학 관계자들의 분석은 엉터리다. 황사는 영하 15도인 대기권을 통과해야 하므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한다. 구제역이라 불리는 증상의 원인은 오로지 사료에 섞인 방부제, 항생제, 농약 때문이다.”
“백혈병도 존재하지 않는다. 백혈병으로 죽었다는 환자들은 있지도 않은 백혈병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무단진료’나 다름없는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의 독성 때문에 죽은 것이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하지 않고도 건강을 회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공씨는 지난 10여년간 ‘백혈병은 없다’ ‘한약은 죽었다’ ‘아프면 낫는다’ 등 10권의 충격적인 저서를 냈다. ‘거꾸로 보는 의학상식’(98년 출간)을 통해서는 ‘술은 결코 간을 해치지 않는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 ‘고혈압 약을 먹으면 고혈압 환자가 된다’는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이색 논리를 개인 홈페이지 ‘바른 의학 자연건강’(www.medireform.pe.kr)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동양의학의 토대이자 핵심인 경락-경혈의 실체를 밝혔다는, 1960년대 ‘봉한학설’ 주창자인 김봉한 교수(북한 평양의대)의 이론체계를 소개한 ‘김봉한’(92년)으로 처음 주목받은 그는 최근작 ‘전염병은 없다’(2000년)에서 “전염병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날조극”이라 주장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예컨대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 작가인 복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에만 등장할 뿐인데, 이것이 후대에 무책임한 의사들과 역사가들에 의해 역사적 사실로 굳어졌다는 것. 여기에다 파스퇴르가 근거 없이 함부로 부르짖은 미생물 발병설이 가세해 존재하지도 않는 전염병들을 계속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전염병은 실체가 없으므로 ‘사고뭉치 독극물’인 백신 접종이 하루 속히 중단돼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그의 주장은 공씨 자신이 체득한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서울대(전기공학과) 출신으로 한전, 호남정유, 금성산전 등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고교 3학년 때부터 30세까지 10년 이상 신경쇠약, 위장병, 폐결핵, 신부전증을 앓아 직장까지 그만뒀다. 그러나 장기치료로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는 아예 독학으로 한의학, 단학 등 의학공부를 시작해 현대의학의 오류 잡아내기에 나섰다.
공씨는 “몸이 아파도 적절한 휴식과 안정만 취하면 인체의 자연치유력에 의해 저절로 몸이 건강해진다”고 한다. 실제 그는 병원치료를 중단하고 단전호흡과 산행, 전통무예 심무도(心武道)를 꾸준히 병행한 결과 전보다 건강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물론 그의 가족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이론(異論)들은 인터넷 상에서 무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검증되지 않은 지극히 말초적이고 극단적인 음모론’ ‘현 정권의 내치 실패를 무조건 ‘레드’(Red)로 모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위험한 발상’ ‘안보상업주의자의 무책임한 발언’ ‘기본도 모르는 사이비 의학이론’이라는 등 네티즌들의 즉각적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위 ‘이단 전문가’들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요지부동이다. 자신들의 주장은 한치의 가감 없는 진실이므로 주류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넷 상에 뜨는 이들의 글은 예외 없이 실명(實名)이다. 또 대부분의 내용들이 그들 나름의 경험칙과 논리로 ‘무장’한 까닭에 일부 네티즌 사이에 개연성이 충분한 ‘혁명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자 사고의 전환에서 비롯된 독창적 발상이라며 동조 또는 응원하는 이들도 적잖다.
그러나 ‘이론(異論)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왕따’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의견’ 개진에 조직적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 지소장은 “지난 1월2일 밤 10시부터 3일 낮 12시까지 내 사이트가 접속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약칭 정통윤)의 ‘만행’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정통윤 이영규 사무국장은 “내용이 지나친 글 일부를 자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있으나 접속불능케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을 규제토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따라 자진삭제만을 요청했다는 것.
이소장 역시 지난 2월 ‘압력’을 받아 6년간 맡아온 (사)한국군사학회 부회장직을 사임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군사학회 관계자는 “군사학회는 국방부 지원을 받는 국방-군사 관련 학술단체다. 이소장의 사임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학회 부회장 직함을 거론하며 지극히 비판 일변도인 글들을 학회 사이트 등에 다수 올려 학회에 누를 끼친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의 백안시를 무릅쓰고 ‘이단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나홀로 주장’을 고집하며 전파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에겐 국가안보가 최고다. 허구로 가득찬 대북정책에 대한 지속적 비판을 통해 국민에게 실상을 바로 알릴 것이다.”(지소장)
“충정이 없다면 왜 이런 일을 하겠나. 하지만 아직도 국민 다수는 안일한 안보의식에 젖어 국가적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유토피아적 집단환상에 마취돼 있고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이소장)
“현대의학의 횡포를 지적해 환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일념에서다. 언젠가는 내 주장이 객관적 진리라는 게 밝혀질 것이다.”(공동철씨)
그러나 아직 이들이 ‘소명’으로 여기는 이설(異說)의 진위는 ‘공식적’으론 명백히 가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들이 ‘사회적 소수’로서 나름의 논리에 입각한 주장을 끊임없이 재생산해낸다는 점이다. ‘음모론에 물든 이단인가, 건전한 발전을 담보한 소신인가.’ 이 난감한 판단의 문제는 전적으로 ‘열독자(閱讀者) 부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