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넷째주, 드디어 ‘국화꽃 향기’가 ‘가시고기’를 밀어냈다. 지난 4월 이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와 종합 1위 자리를 다투었고 소설분야 부동의 1위였던 ‘가시고기’를 밀어낸 ‘국화꽃 향기’.
이 책을 펴낸 생각의 나무 박광성 사장은 “6월에 나온 책이 8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독자들의 반응이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곧 1위에 오를 것을 예감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시고기’처럼 ‘국화꽃 향기’도 탄생 단계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포장만 예쁜(국화꽃을 흩뿌려놓은 본문 컬러 편집에서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저그런 대중소설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사랑이 있을 수 있다니” “불륜과 치정으로 뒤덮인 이 시대의 밤하늘에 폭죽처럼 쏘아올린 순결한 사랑의 불꽃놀이”라는 광고카피가 먹혀 들어갔다. ‘가시고기’에서 가슴 저미는 부성애에 눈물을 쏟았던 독자들이, 이번엔 자신의 생명과 아이를 바꾼 뭉클한 모성애에 눈물을 흘렸고, 감동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분히 통속적이다. 대학 영화서클에서 만난 선배 미주를 사랑하는 썩 괜찮은 남자 승우. 대학 4년 내내 미주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졸업 후 방송국 PD가 된다. 수년 뒤 영화시나리오를 쓰다 슬럼프에 빠진 미주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결혼을 한다. 결혼 4년 만에 기다리던 임신을 하지만 동시에 미주는 위암 통보를 받는다. 뱃속의 아기를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만으로 말기 위암을 견디며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시키는 미주와 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승우의 이야기로 줄거리는 요약된다.
결말이 뻔한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하지만, 두 권으로 된 소설은 한 번도 호흡을 놓치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읽으면서 뱃속이 뜨끈하고 목이 메어오는 것은 결국 뻔한 이야기를 감동의 드라마로 바꾼 저자의 힘이다. 여기에 황폐해진 사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순수한 사랑에 기꺼이 눈물 쏟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이 ‘뜬’ 요인으로 분석된다.
저자 김하인씨는 근래 여성작가들에게서도 보기 드문 감성적인 필치로 소설 곳곳에 눈물을 쏟게 만드는 장치를 해두었다. 예를 들어 승우가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날아드는 익명의 편지―암 선고를 받은 여인이 차마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그 사연을 적어보내는 내용―가 바로 미주가 승우에게 보낸 것임을 알고 승우가 소리 없이 통곡하는 장면이나, 미주가 죽기 전에 만들어놓은 도자기 찻잔 아래 승우, 주미(태어날 아기 이름), 정란(미주의 절친한 친구로 한때 승우를 좋아했다)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 등은 설명하자면 유치한 듯해도 소설 속에서는 퍽이나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또 “이 글을 쓰는 내내 두 사람이 그리웠습니다”로 시작되는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감동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상당수 독자들이 이 내용을 순수 논픽션으로 받아들여 요즘 저자가 머물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상운폐교(소설에서 승우와 미주가 살던 곳)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소설의 실제 모델은 있다지만 세부적인 묘사들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김하인씨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이미 암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임신한 상태에서 암 투병중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현실의 삶이 더 소설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평소 그들의 삶을 토대로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현재 11월 중에 발표할 새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 소녀의 시선을 빌려 부부의 단절된 삶을 그려볼 참이다. ‘가시고기’ ‘국화꽃 향기’의 뒤를 이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또다시 타락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독자들은 또 한 차례 눈물 쏟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국화꽃 향기 1·2/ 김하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각 199쪽/ 각 7000원
이 책을 펴낸 생각의 나무 박광성 사장은 “6월에 나온 책이 8월이 지났는데도 계속 독자들의 반응이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곧 1위에 오를 것을 예감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시고기’처럼 ‘국화꽃 향기’도 탄생 단계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포장만 예쁜(국화꽃을 흩뿌려놓은 본문 컬러 편집에서 공들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저그런 대중소설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사랑이 있을 수 있다니” “불륜과 치정으로 뒤덮인 이 시대의 밤하늘에 폭죽처럼 쏘아올린 순결한 사랑의 불꽃놀이”라는 광고카피가 먹혀 들어갔다. ‘가시고기’에서 가슴 저미는 부성애에 눈물을 쏟았던 독자들이, 이번엔 자신의 생명과 아이를 바꾼 뭉클한 모성애에 눈물을 흘렸고, 감동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분히 통속적이다. 대학 영화서클에서 만난 선배 미주를 사랑하는 썩 괜찮은 남자 승우. 대학 4년 내내 미주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지만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졸업 후 방송국 PD가 된다. 수년 뒤 영화시나리오를 쓰다 슬럼프에 빠진 미주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 결혼을 한다. 결혼 4년 만에 기다리던 임신을 하지만 동시에 미주는 위암 통보를 받는다. 뱃속의 아기를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만으로 말기 위암을 견디며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시키는 미주와 사랑하는 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승우의 이야기로 줄거리는 요약된다.
결말이 뻔한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하지만, 두 권으로 된 소설은 한 번도 호흡을 놓치지 않을 만큼 흡입력이 강하다. 읽으면서 뱃속이 뜨끈하고 목이 메어오는 것은 결국 뻔한 이야기를 감동의 드라마로 바꾼 저자의 힘이다. 여기에 황폐해진 사회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순수한 사랑에 기꺼이 눈물 쏟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이 ‘뜬’ 요인으로 분석된다.
저자 김하인씨는 근래 여성작가들에게서도 보기 드문 감성적인 필치로 소설 곳곳에 눈물을 쏟게 만드는 장치를 해두었다. 예를 들어 승우가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날아드는 익명의 편지―암 선고를 받은 여인이 차마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그 사연을 적어보내는 내용―가 바로 미주가 승우에게 보낸 것임을 알고 승우가 소리 없이 통곡하는 장면이나, 미주가 죽기 전에 만들어놓은 도자기 찻잔 아래 승우, 주미(태어날 아기 이름), 정란(미주의 절친한 친구로 한때 승우를 좋아했다)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 등은 설명하자면 유치한 듯해도 소설 속에서는 퍽이나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또 “이 글을 쓰는 내내 두 사람이 그리웠습니다”로 시작되는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감동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상당수 독자들이 이 내용을 순수 논픽션으로 받아들여 요즘 저자가 머물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 상운폐교(소설에서 승우와 미주가 살던 곳)를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소설의 실제 모델은 있다지만 세부적인 묘사들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김하인씨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이미 암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임신한 상태에서 암 투병중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현실의 삶이 더 소설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평소 그들의 삶을 토대로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현재 11월 중에 발표할 새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이번에는 한 소녀의 시선을 빌려 부부의 단절된 삶을 그려볼 참이다. ‘가시고기’ ‘국화꽃 향기’의 뒤를 이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또다시 타락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독자들은 또 한 차례 눈물 쏟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국화꽃 향기 1·2/ 김하인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각 199쪽/ 각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