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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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가족이여

  • 입력2006-02-06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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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이 부서진 가족이여
    지난 가을 미국에서 개봉된 ‘아메리칸 뷰티’는 미국 언론으로부터 ‘특별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아닌 ‘아메리칸 뷰티’가 미국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아마도 이 영화가 특별히 미국적인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빨간색 파이어버드처럼.

    물론 ‘아메리칸 뷰티’는 이 멋진 스포츠카처럼 자기 과시적인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이 스포츠카가 남긴 어지러운 바퀴 자국을 보는 듯한 영화다. 단지 우리는 사상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는 미국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물질적 풍요가 모든 것을 파괴한 뒤 일상의 행복(그것이 바로 ‘아메리칸 뷰티’이다)을 좇는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그들만큼 열렬히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다. 20년 전 미국 중산층의 위기를 그린 영화가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아메리칸 뷰티’는 그 20년 후 쯤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비디오의 거친 화면에 비춰진 사춘기 소녀다. “난 반듯한 아빠를 원해. 딸의 친구나 넘겨다보는 그런 아빠 말고.” 그리고 42세 된 가장 레스터의 내레이션이 시작된다. 그의 가정은 겉으로 보기엔 말짱하다.

    그러나 집은 박살난 지 오래다. 이웃도 마찬가지다. 부인은 바람났고 아이들은 어른과 장사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레스터가 딸의 친구에게 반하면서 파국의 속도는 빨라진다.

    ‘아메리칸 뷰티’의 매력은 브로드웨이 연출가 출신의 샘 멘데스가 보여주는 완벽한 이야기구조다.



    느슨하고 코믹하게 시작된 이야기 갈래들이 중반 이후 하나의 고리로 탄탄하게 얽혀든다. 그래서 일일 드라마처럼 시작한 ‘아메리칸 뷰티’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끝난다. 장미꽃잎이 날리는 레스터의 환상도 브로드웨이식 소품 사용답다.

    일찌감치 ‘벼랑 끝에 걸린 사나이’란 작은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케빈 스페이시(레스터 역)에게 아카데미 수상은 시간문제일 뿐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물로 늙은 40대 여성 캐롤린역을 맡은 아네트 베닝의 변신은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다.

    올해 아카데미상 누가 먹을까

    아메리칸 뷰티? 시더 하우스 룰스? 그린 마일?


    3월26일 열리는 제72회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이 발표됐다. ‘아메리칸 뷰티’가 예상대로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에 올라 최다 후보작이 됐으며 ‘시더 하우스 룰스’(Cider House Rules)가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시더 하우스 룰스’는 ‘개같은 내 인생’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거장 라세 할스트롬이 연출한 작품으로 고아소년 호머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또다른 작품상 후보는 톰 행크스 주연의 ‘그린 마일’(감독 프랭크 다라본트)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 센스’(감독 나이트 샤마란), 알 파치노 주연의 ‘인사이더’(마이클 만) 등이다. 영혼와 인간의 교감을 그린 ‘식스 센스’는 우리 나라에서도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을 거뒀고 ‘그린 마일’은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사형수와 간수 사이의 만남을 다룬 이야기로 3월4일 국내 개봉된다. ‘인사이더’는 미국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다룬 실화적 영화. 남우주연상 후보는 ‘아메리칸 뷰티’의 케빈 스페이시, ‘인사이더’의 러셀 크로, ‘스트레이트 스토리’의 리처드 판스워스, ‘달콤하고 비열한’의 숀 펜, ‘허리케인’의 덴젤 워싱턴이 지명됐으며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아메리칸 뷰티’의 아네트 베닝, ‘텀블위즈’의 재닛 맥티어, ‘엔드 오브 어페어’ 의 줄리안 무어, ‘뮤직 오브 더 허트’의 메릴 스트립, ‘보이스 돈 크라이’의 힐러리 스웽크가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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