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3

..

영원한 마스코트 피너츠의 에센스 선집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입력2006-02-06 11: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난 2월12일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77)가 지병인 결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1950년 피너츠를 처음 세상에 선보인 이래 50년간 전세계 75개국 2600개 신문지상에 작품을 연재해온 그는, 타계하기 10여일 전인 2월3일, 마지막 작품을 신문에 게재하며 독자들에게 작별인사를 보낸 바 있다.

    그의 타계 소식에 즈음해 인터넷 서점가에서도 그의 마지막 유고집 ‘피너츠-골든 셀러브레이션’ (Harper Resource, 254쪽)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아마존 전체 판매순위 2위를 기록(아직도 부동의 1위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지키고 있다)하고 있다. 2월15일 현재는 책이 품절된 상태라 구입하려면 재판이 찍혀 나오기를 조금 기다려야 할 듯.

    지난해 10월 발간된 이 책은 피너츠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데뷔 초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중 ‘기념비적인’ 장면들을 골라 뽑은 ‘에센스 선집’이다. 늘 담요를 끼고 다니는 소년 라이너스와,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철새 우드스톡이 처음으로 작품에 등장했던 장면 등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동일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화풍이 5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그의 초기작은 인물묘사가 훨씬 사실(寫實)적이다)를 한눈에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미국 신문연재 만화의 변천사를 대변해주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피너츠의 팬은 폭이 넓다. 늘 지기만 하면서도 운동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찰리 브라운의 모습은 수많은 스포츠 애호가들을 열광시킨다. 때로는 성서를 은유하기도 하는 사색적 내용의 대사(스누피 역시 매우 ‘철학적인 개’로 묘사되어 있다)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이 책을 ‘연구 텍스트’ 로 삼기도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한 정신의학자는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다가 매번 시험에 낙방하는 작중의 여자 아이 ‘페퍼민트 패티’를 모델삼아 “패티는 왜 수업시간에 늘 잠을 자는가”를 학문적으로 논했을 정도.

    피너츠는, 단순한 ‘아이들용 만화책’을 뛰어넘어 미국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읽어낼 수 있는 문화적 아이콘인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