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타계 소식에 즈음해 인터넷 서점가에서도 그의 마지막 유고집 ‘피너츠-골든 셀러브레이션’ (Harper Resource, 254쪽)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아마존 전체 판매순위 2위를 기록(아직도 부동의 1위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지키고 있다)하고 있다. 2월15일 현재는 책이 품절된 상태라 구입하려면 재판이 찍혀 나오기를 조금 기다려야 할 듯.
지난해 10월 발간된 이 책은 피너츠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데뷔 초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중 ‘기념비적인’ 장면들을 골라 뽑은 ‘에센스 선집’이다. 늘 담요를 끼고 다니는 소년 라이너스와,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철새 우드스톡이 처음으로 작품에 등장했던 장면 등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동일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의 화풍이 5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그의 초기작은 인물묘사가 훨씬 사실(寫實)적이다)를 한눈에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미국 신문연재 만화의 변천사를 대변해주고 있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피너츠의 팬은 폭이 넓다. 늘 지기만 하면서도 운동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찰리 브라운의 모습은 수많은 스포츠 애호가들을 열광시킨다. 때로는 성서를 은유하기도 하는 사색적 내용의 대사(스누피 역시 매우 ‘철학적인 개’로 묘사되어 있다)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이 책을 ‘연구 텍스트’ 로 삼기도 한다. 스탠퍼드대학의 한 정신의학자는 수업시간에 졸기만 하다가 매번 시험에 낙방하는 작중의 여자 아이 ‘페퍼민트 패티’를 모델삼아 “패티는 왜 수업시간에 늘 잠을 자는가”를 학문적으로 논했을 정도.
피너츠는, 단순한 ‘아이들용 만화책’을 뛰어넘어 미국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읽어낼 수 있는 문화적 아이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