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영화사 레드피터]
4년 전 젊은 연극인들의 창작희곡 발표회 때 알게 된 원본을 가지고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영화로 완성했다고 하니, 오랫동안 충실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제목처럼 미성년인 두 고등학생이 극을 이끌어간다. 두 베테랑 배우와 두 신인배우, 여성 캐릭터 네 명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특히 영화 ‘완벽한 타인’과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최근 제2 전성기를 열고 있는 염정아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고등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 분)와 윤아(박세진 분)는 주리의 아빠 대원(김윤석 분)과 윤아의 엄마 미희(김소진 분) 사이에 벌어진 일을 알게 돼 티격태격한다. 상황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은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 분) 몰래 수습해보려 하고, 윤아는 어른 일에는 관심 없다며 엮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영주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 두 가족의 폭풍 같은 시련이 시작된다.
[사진 제공 · ㈜영화사 레드피터]
아빠가 친구의 엄마와 사랑에 빠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스스로 무마해보려 했던 아이들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의 세계를 마주한다. 영화는 바람피우고, 가정이 위기를 겪으며, 누군가는 버림받고 상처 입는 ‘사랑과 전쟁’ 식 서사를 과감히 뛰어넘어 아빠를 제외한 두 엄마와 두 딸, 네 명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완전히 다른 환경과 성격의 두 아이는 영화 내내 결코 원치 않았던 동행을 한다. 화근이 된 아빠는 쏙 빠진 상황에서 상처 입은 엄마들의 이유 있는 행동이 연이어 펼쳐진다. 두 사람의 용기와 용기가 만나 서로를 긍정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증오와 분노로 서로를 갉아먹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인간다운 선택을 한다.
심각한 가정 문제지만 카메라가 관찰자 시점에서 포착하니 우스꽝스러워진다. 적절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통해 영화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사태를 전한다. 이정은, 김희원,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의 카메오 출연도 감초처럼 웃음을 주는 요소다. 누가 미성년자인지 모르게 아이도 성장하고 어른도 성장하는 이야기이며, 마지막 충격적인 장면은 그 의미를 내내 곱씹게 한다. 썩 훌륭한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