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지역사회교육회관 임대료 문제로 시위에 나선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원들. [사진 제공 ·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협의회)에 28년간 몸담아온 이주연 사무총장은 햇수로 6년째 이어지는 (재)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연구원)과의 갈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갈등의 골자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협의회와 그 운영을 지원해온 연구원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지역사회교육회관(교육회관) 건물 사용 및 임대료를 둘러싸고 벌이는 분쟁.
협의회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평생교육기관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정 명예회장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1994년 현 교육회관 건물을 매입해 제공했다. 등기상 건물 소유권은 연구원에 있지만, 사실상 협의회와 연구원이 ‘한 몸’처럼 운영돼온 만큼 그간 협의회는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4년 연구원이 건물 신축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협의회는 “설립자 유산을 지켜야 한다”며 신축을 반대했고, 서울시교육청 역시 승인을 거부하면서 연구원의 건물 신축 계획은 무산됐다. 그러자 연구원은 협의회를 상대로 임대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연구원 측 손을 들어줬다. 협의회와 연구원이 2007년 작성한 임대료 계약서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연구원은 1988년 협의회 지원 목적으로 설립됐고, 협의회와 함께 운영돼왔기에 해당 계약서는 의미 없는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2심 첫 공판은 4월 18일 열린다.
협의회와 연구원 간 분쟁은 임대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내막은 복잡하다. 서로를 향한 오랜 불신에 따른 갈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연구원이 200억 원에 달하는 교육회관 건물을 소유하려고 벌이는 일”이라며 “연구원 몇몇 이사는 2014년 이전에는 협의회에서 근무했던 이들로, 교육회관 건물이 연구원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구원으로 이직해 임대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몇몇 이사가 문제 ” vs “모호한 관계 정리할 필요 있어”
연구원 측 입장은 다르다. 2014년 협의회와 연구원이 공동 진행하는 아산지역사회교육상 시상식을 앞두고 일부 이사진이 ‘공동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협의회와 연구원의 관계 및 운영 방식을 분명하게 정리하자”는 내부 의견이 나왔고, 임대료 계약서를 근거로 협의회에 임대료를 청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건물에 입주해 있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등이 이사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고도 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건물 노화로 보수공사가 절실한데 협의회가 1심 판결에 따른 미지급 임대료를 내지 않아 현재 건물 매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협의회는 현재 교육회관 5층을 사용하고 있다. 3월 15일에는 임대료 청구 및 명도 소송 패소에 따른 강제집행이 처음 시도됐다. 이후 협의회 회원들은 어떻게든 추가 집행을 막고자 서명운동과 1인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협의회에서 활동해온 홍기형 중원대 명예총장, 이상주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등 교육계 원로들은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