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겟 아웃’은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오락적 요소로 가져오되 상징과 은유로 숨겨놓아 관객으로 하여금 숨은그림찾기의 두뇌게임을 향유케 했다. 이는 상업 장르영화의 격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대를 모은 조던 필의 두 번째 영화 ‘어스’는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자아인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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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는 ‘미국을 가로지르는 손(Hands across America)’이라는 대형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는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기금 모금 독려 캠페인으로 사람들이 해변을 쭉 둘러 15분씩 손을 잡고 있는 행사였다. 이 퍼포먼스는 미국식 낙관주의와 희망을 보여주는 이미지로 유명했다. 행복한 이 이미지는 챌린저호 참사 같은 레이건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었다.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요란스럽던 그 시대가 드리운 잔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서 영화의 아이디어가 시작한다.
한 화목한 중산층 가정이 행복을 누리는 사이, 지하세계 악과 고통의 찌꺼기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어두운 거울쌍 가족은 공격성을 키워 지상의 행복한 이미지를 박살내려 한다. ‘어스’는 감독의 전작에 비해 인종차별 문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피비린내 나는 대량학살을 은폐한 채 밝은 현재를 이어가는 미국의 특권이 무엇인지 자각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면서 사운드와 이미지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고, ‘우리(us)의 미국(U.S.)’의 정체가 숨겨진 죄의식으로 인해 표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을 발견하고는 또 한 번 놀란다. 이 상징적 순간들은 정치적 메시지로 강렬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