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세계관세기구(WCO) 산하 국제기구를 유치하며 ‘글로벌 관세청’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WCO는 176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세관 분야 유일의 정부 간 국제기구. WCO 회원국 간 무역량이 전 세계 무역량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관세청은 4월 27일 서울에서 ‘제13차 WCO 아·태지역 청장회의’를 열고 아·태지역 부정무역단속공조기구(RILO)와 훈련센터(RTC) 유치에 성공했다. WCO 아·태지역 의장국(2008년 7월~2010년 6월) 임기를 마치면서 성과를 낸 것.
지한파 공무원 양성 한국 영향력 확대
RILO는 WCO 감시국의 지휘·감독을 받는 역내 정보교환 창구로 독일, 푸에르토리코, 러시아 등 세계 11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 아·태지역 RILO는 1986년 홍콩에 처음 설립된 후 1999년 일본을 거쳐 2004년부터 중국에서 운영됐다. 이번에 RILO를 유치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마약, 밀수, 자금세탁 등 불법·부정 무역거래에 대한 감시 및 국제합동단속에서 보다 주도적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 RILO는 다양한 정보망과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국제조직 범죄에 대한 수사지휘 본부의 기능을 하는 만큼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RTC 국내 유치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은 제13차 WCO 아·태지역 청장회의 당시 RTC 국내 유치를 위한 회원국 합의를 도출한 뒤, 6월 벨기에에서 열린 제115, 116차 WCO 총회에서 한국과 WCO 간 RTC 유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관세전문가를 양성하고 세관원의 관세교육을 주도하는 RTC의 국내 설치는 한국 관세행정을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에 전파하고 지한파(知韓派) 관세공무원을 양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 세미나, 워크숍 등 국제회의 개최를 통한 부수입도 기대된다.
관세청 교역협력과 김정 과장은 “개도국 세관 현대화 촉진을 통해 해외 수출 기회가 증가할 뿐 아니라 정부의 개도국 지원사업과 연계해 아·태지역 개도국에 대한 한국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향후 수출기업이 개도국의 해외 통관 때 겪던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관세행정 시스템이 세계 관세행정을 선도하며 세계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수출기업이 무역하기 좋은 통관 환경이 조성된다.
윤영선 관세청장(오른쪽)이 2010년 4월 28일 아·태지역 청장회의 당시 인도네시아 관세국장과 양자회담을 나누고 있다. 관세청은 아세안 국가 관세청과 1대1로 접촉하며 긴밀한 협력을 다졌다.
국제표준화 선도로 기업 경쟁력 높이자
관세청이 전략적으로 세관협력 외교에 나서는 이유는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다. 국제표준화 확대는 국내 수출기업의 해외활동 어려움을 줄여 경쟁력을 강화해준다. 한남대 무역학과 정재완 교수는 “한국 관세행정이 세계표준이 되면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항에서 한국 주장에 힘이 실린다. 또 해외에서 기업의 통관 과정에 애로사항이 생겼을 때 우리 관세청이 상대 관세청에 도움을 구하기도 편해진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우수기업인증제도(AEO), 수출입 통관 단일창구(SW) 등 선진제도를 구축하고, 국제회의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국제 관세행정 표준화 경쟁이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특히 무역원활화 협상에서 한국의 제안서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정문에 반영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숙제는 남는다. ‘WCO 21세기 세관상’의 최우선 목표는 ‘세관 간 연결망 구축’과 ‘국경관리기관 간 공조’. WCO 회원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
정재완 교수는 “아·태지역에서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다양한 국가와 관세 채널을 확보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관세행정 당국 간 긴밀한 협력이 있을 때 FTA 협상도 원활하게 체결할 수 있다. WCO 사무총장을 배출해 영향력을 키우는 등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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