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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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우리는 달관한 적도, 포기한 적도 없다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 위해 발버둥 치는 2030세대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8-06-05 13: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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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일본처럼 젊은 세대가 제대로 된 직장 갖기를 포기했나 봐요.” 

    서울 근교에서 소상공업체를 운영하는 장모(59) 씨의 말이다. 당장 일손이 필요했던 장씨는 정규직 구인이 쉽지 않자, 아르바이트생을 뽑기로 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 지원자가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장씨는 “급여를 덜 주고 명절 상여금도 없는데 왜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젊은 세대를 일부 기성세대는 ‘달관 세대’ ‘N포 세대’라 부른다. 이는 현 청년세대를 일본 ‘사토리(悟リ·깨달음) 세대’와 유사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지난 세대가 부와 명예를 쌓는 노력을 이어왔다면 현 2030세대는 돈과 명예를 포기하고 여가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하지만 많은 한국 청년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에 만족하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것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목적이다.

    눈 높고,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애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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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청년실업은 전 세계적 문제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24세 평균 실업률은 11.9%로, 같은 조사에서 9.8%를 기록한 한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근 경기가 회복돼 구인난이 발생한 일본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가 높은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경기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상황이 비슷했다. ‘프리터’ ‘사토리 세대’ 등 저임금 근로를 전전하며 좋은 직장 갖기를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 이들은 돈을 적게 벌더라도 편히 쉴 시간이 있는 삶을 선호했다. 



    한국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취업이 어려워지자 청년층이 ‘결혼, 연애, 출산, 취업’ 등 기성세대가 해왔던 사회적 역할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는 모습이 일본 사토리 세대와 닮았다며 이들을 ‘달관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 젊은 세대의 취업 포기는 점차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2014년 이후 OECD 회원국의 청년실업률은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은 그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2014년 15.1%에서 2016년 11.9%로 크게 줄었다. 미국은 2014년 13.4%였던 청년실업률이 2016년 9.2%까지 떨어졌다. 독일은 같은 기간 7.8%에서 6.8%로, 일본은 6.2%에서 4.7%로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 청년실업률은 9.0%에서 9.8%로 오히려 올랐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 고용노동부의 ‘2017년 1분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사업체의 적극적 구인에도 필요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인원이 총 9만4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00명(3.4%) 늘어난 수치다. 충원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8만6000명)이었다. 

    중소기업 정규직을 마다한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로 몰렸다. 4월 인터넷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자사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공고와 지원자를 분석한 결과 채용공고는 전년 대비 9.2% 감소한 반면, 지원자는 41.7% 증가해 평균 3.2 대 1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률은 2.1 대 1로 올해보다 낮았다. 서울 근교 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민모(45) 씨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세대라더니, 요즘 청년은 열심히 일할 생각보다 생활 가능한 돈만 벌고 쉬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하지 않으려는 청년도 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30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8000명 늘었다.

    발버둥 치다 안 되는 것이 포기로 보일 뿐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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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 자료만 보면 한국 2030세대는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에 비해 게으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나온 것. 일단 한국 청년실업률에는 잡히지 않은 구직자가 많다. 4월 기준 한국 20~29세 청년인구는 약 700만 명. 이 중 69만6000명이 취업준비생이다. 

    그러나 실제로 취업을 준비하는 인구는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다른 공공기관 시험을 준비 중인 청년은 집계에서 빠져 있기 때문. 한국국정관리학회가 올해 발표한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현재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공시생’의 규모는 약 44만 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졸업 후 취업준비생, 공공기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하면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청년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격차는 청년층이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의 공식 실업률은 9.9%였지만 체감실업률은 22.7%로 실업률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체감실업률이란 시간제 근로자 중 추가 취업이 가능한 사람과 잠재적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 등을 실업률에 포함한 수치다. 즉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며 틈틈이 취업준비를 하는 청년이 많다는 것. 

    취업준비생 문모(25·여) 씨도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 이직을 노리기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신입 공채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는 몹시 어렵기 때문.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424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이직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직 성공률은 40%에 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이직(72.4%)이었다. 대기업으로 이직은 7.3%에 불과했다. 

    구직 포기로 집계된 청년도 사실은 취업준비나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학 중인데 방학을 맞았거나, 직업훈련 또는 취업준비 교육을 받다 잠시 강의가 없어 쉬는 경우에도 ‘쉬었음’으로 응답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 쉬기만 한 인구는 집계보다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청년들은 여전히 자유나 휴식보다 성공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20~39세 남녀 8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청년세대가 앞으로 인생에 바라는 가치 가운데 1위는 ‘성공’(42.9%·복수응답), 2위는 ‘안정’(41.6%)이었다. 휴식이라 응답한 비율은 33.4%로 최하위(5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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