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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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어 독도를 빼앗기진 않는다

육군 우세 한국, 해군 전력에선 밀려 …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대 바짝 추격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10-01-07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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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없어 독도를 빼앗기진 않는다

    2008년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펼친 혹한기 도하훈련. K-21 전투장갑차를 비롯해 K1A1 전차와 K-200 장갑차 등 궤도장비 500여 대가 동원됐다. 육군력은 한국이 일본보다 센 편이다.

    격세지감, 괄목상대. 1910년 대한제국은 총 한번 제대로 못 쏴보고 일본제국에 합병됐다. 그러니 100년 터울을 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대(對)일본 군사력 비교에선 이런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는 거란(요), 몽골(원), 왜(일본-임진왜란), 여진(청-병자호란)과는 군사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싸우다 지면 지고 비기면 비겼는데, 1910년엔 청나라와 러시아를 이긴 일본의 위세에 꼼짝도 못하고 짓밟혔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조직은 군이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선각자들은 군부터 만들려 했다. 그래서 수십 개의 군사조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군정(軍政)을 펼친 미군은 이 조직부터 없앴다. 한 나라에는 하나의 군사조직만 있어야 하기에 이들을 사병(私兵) 조직으로 보고 ‘사설(私設) 군사단체 해산령’을 내린 것. 다만 치안(治安)을 위해 경무부를 두고 한국인을 모아 경찰을 만들었다.

    당시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은 좌파 무장세력이었다. 경찰만으로는 이들을 제압할 수 없어, 미군은 전투경찰과 비슷한 개념으로 ‘경찰 예비대’를 만들었다. 이를 줄여 ‘경비대’라고 불렀는데, 군 창설에 목이 말랐던 한국인들은 이를 군대로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육상 작전 경비대는 ‘국방경비대’, 해상 작전 경비대는 ‘해안경비대’로 불렀다. 이것이 대한민국 육·해군의 모태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경찰보다 군이 늦게 생긴 역사를 갖게 됐다.

    1948년 8월15일 군정을 끝내고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경비대를 군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육군 소속의 항공대를 독립시켜 공군으로 만들었다. 1949년 10월1일 한국도 대세에 따라 육군 항공대를 독립시켜 공군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터진 6·25전쟁에서 실전을 겪으며 한국의 육·해·공군은 비약적으로 발전해갔다.

    첨단 무기 보유 한국군, 일본과 거의 대등한 전력



    일본 군대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패망 직후 미군 군정에 의해 해산됐다. 그런데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부활의 기회를 엿본다. 일본에 있던 미군 4개 사단이 모두 한반도로 출동해 소련으로부터 일본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자 미군은 구 일본군 출신들을 모아 경찰 예비대 개념으로 일본을 지키는 ‘보안대’를 만든 것. 이것이 발전해 지금의 자위대가 됐다.

    일본은 헌법에 쉽게 손을 대지 않는다. 메이지(明治)천왕 때 만들어진 ‘제국헌법’이 1945년 패망 후 미 군정에 의해 개정된 것이 유일하다. 이때 이름도 ‘평화헌법’으로 바뀐다. 평화헌법은 일본의 재무장을 금하고 있다.

    개헌이 어렵다는 전통 때문에 일본의 리더들은 “우리도 나라를 지킬 권리는 있다. 따라서 재무장 금지는 ‘공격할 수 있는 전력 보유 금지’로 해석해야 한다. 일본도 방위를 위한 전력은 보유할 수 있다”는 논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첨단 방어용 무기를 도입해 자위대를 무장해나갔다. 무기를 방어용과 공격용으로 나누기는 어려운데, 일본은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을 이용해 이를 구분했다.

    섬나라 일본을 공격하려는 세력은 바다와 하늘로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해상과 하늘에서 침투하는 표적을 잡아야 한다”며 순항미사일과 이지스 구축함, 적기를 잡는 F-15C 공대공 전투기 등을 도입했다. 방어용이란 명분으로 최고의 무기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적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항공모함, 해병대 등은 공격전력으로 보고 갖추지 않았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일본은 “유엔이 분쟁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해 요구하는 평화활동은 공격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세워 평화유지군 파병에는 적극 나서게 됐다.

    사람은 자위(自衛) 능력과 살상(殺傷) 능력을 갖춰 그 자체로 전략·전술가와 무기 노릇을 할 수 있다. 한국은 대병력을 보유한 북한군의 재침 방지를 최대 목표로 정했기에 대군(大軍)주의로 나갔다. 이에 비해 일본 자위대는 직업군인 체제를 선택,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도입하는 기술군 체제를 구축했다. 한일 간의 경제력 차이가 크던 시절엔 기술군이 대군보다 우세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경제 격차가 줄어들고 한국군도 첨단무기를 갖추기 시작하자, 그 차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의 한국군은 잠수함, 이지스함, 순항미사일, F-15 전투기 등 일본 자위대가 가진 첨단 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공격전력으로 분류돼 일본이 갖지 못한 대형 상륙함(독도함)과 해병대, 탄도미사일(현무) 등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흑표 전차와 K-21 장갑차는 일본이 개발한 99식 전차나 96식 장갑차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력은 한국군이 60만명, 일본 자위대가 30만명이니 지금의 한일 군사력은 거의 대등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잠수함은 한국 잠수함보다 크고, 일본의 이지스함은 척수가 많을 뿐 아니라 한국 이지스함이 갖지 못한 SM-3를 탑재했으니 더 우수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잠수함은 크다고 잘 싸우는 게 아니다. 더구나 다음에 건조할 한국의 KSX 잠수함은 대지(對地) 공격용 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이므로, 헌법 때문에 공격 미사일을 탑재하지 못하는 일본 잠수함보다 전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SM-3는 매우 우수하지만 발사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이라, 공격을 기반으로 한 전투력 증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육군, 통일 이후 중·러 의식 전력구축 계획

    하지만 일본의 국부(國富)는 한국의 7~8배에 달하기에 일본 자위대는 한국군보다 2배 이상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 일본은 해상자위대를 미국 해군에 이어 세계 2위의 규모로 키워놓았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한국이 열세이나 임진왜란 초기 때처럼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독도를 빼앗길 정도의 열세는 아니라는 게 두 나라 군사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 육군은 일본 육상자위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북한 인민군을 겨냥해 전력을 증강해오던 한국 육군은, 요즘은 통일 이후 직면할 중국과 러시아 육군을 의식하면서 전력구축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아직 일본 해상자위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롤모델로 설정해놓고 해상자위대가 지나온 길을 분석해 열심히 추격하고 있다.

    한국 공군은 일본 항공자위대의 군사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일본이 F-15 전투기와 E-767 경보기, KC-767 급유기를 도입하자, 한국은 F-15를 도입하고 E-737 경보기는 도입하기 직전이며 지금은 급유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정리하면 세력 면에서 육군은 한국 우세, 해군은 일본이 상당 우세, 공군은 일본이 약간 우세다. 나라를 빼앗긴 100년 전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만큼 두 나라 사이의 군사력 격차는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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