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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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낙타가 바늘구멍 뚫는다

신입사원 5명 이구동성 취업 노하우 … “철저한 직종 분석, 꾸준한 노력, 나만의 강점으로 결실”

  • 정리·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10-0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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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대’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평소의 ‘준비도’예요.” 취업대란이 심각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수십 장에 이르는 이력서를 쓰고 여러 회사를 기웃거려보지만 면접 기회조차 쉽게 얻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채용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넘쳐난다. 반면 여러 회사에 동시 합격해 어디로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취업지원자들도 없지 않다. 그들의 성공은 그들만의 ‘독특한 전략’과 ‘무기’로 무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0월3일 개천절 오후, 개성이 다른 5명의 패기만만한 신입사원들이 모여 취업 성공 노하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강문주(24), 고경은(23), 신종헌(28), 심상식(28), 이준희씨(23) 5명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준비된 자세’가 취업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인사를 건넨 후부터 “자주 만나자”며 작별하기까지 5시간에 걸친 이들의 ‘취업대담’을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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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헌(이하 신)=취업준비의 첫단계는 지원할 회사에 대한 정보 파악이죠. 제 경우 입사원서를 넣기 전 어떻게든 그 회사의 내부인물을 만나보려 했습니다. 회사의 분위기나 풍토를 알아야 하니까요. 여자를 유혹할 때 그렇듯 회사를 ‘꼬시려면’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지 않겠어요?

    심상식(이하 심)=자신이 지원하는 직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죠. 전 입사 전까지 원서를 57번 썼는데 금융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서 모델을 준비했죠. 업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니까요. 저는 학점 토익점수 학벌 사회적 경험 등의 기준을 놓고 객관적으로 제 자신을 평가해 ‘50대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업종별 특성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제 장점을 다르게 부각시켰어요.

    고경은(이하 고)=전 대학시절의 꿈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컨설턴트로 일하는 선배를 인터뷰하게 됐죠. 그 만남은 제가 컨설턴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디딤돌이 됐어요. 3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요. 전공은 영문학과 심리학이지만 계량적 감각을 키우기 위해 경제학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죠.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제가 이 분야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미국 UCLA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경험도 도움이 됐어요.



    이준희(이하 이)=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 회사가 교육 관련 서비스와 연관이 있는 만큼 다양한 제 교육 경험이 합격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과외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필리핀 등 여러 국가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해외봉사활동도 했죠. 또 과사무실에 근무하며 발빠르게 정보를 얻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설계하는 일에도 참가했어요. ‘준비된 교육공학도’였던 셈이죠.



    강문주(이하 강)=사실 저는 올해 국민은행 대졸 입사자 중 유일한 여성 지방대 졸업자예요. 취업을 준비하며 ‘지방대생’이라는 게 약점이란 걸 처음 알았어요. 다른 은행에도 지원했는데 서류전형에서 떨어져 마음고생이 심했죠. 하지만 비교적 높은 학점과 영어점수 덕택에 성실성을 평가받았어요. 비록 은행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은 없었지만 국제학을 부전공하며 무역에 대한 지식을 쌓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됐습니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국제학 프로젝트에 참가해 외국생활 경험도 쌓았구요.

    심=취업을 준비하며 학벌 때문에 좌절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제 영어점수와 토익점수가 경쟁자에 비해 월등히 높아도 합격하는 건 명문대생이더라구요. 하지만 전 그들에 비해 뒤질 것이 전혀 없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단돈 100만원을 들고 호주로 떠나 11개월 동안 살아남은 전력이 있을 만큼 도전적인 삶을 살았거든요. 힘든 순간을 헤쳐오며 쌓아온 작은 지혜들이 제 무기였던 셈이죠.

    신=다들 성적이 좋으시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학점은 3.0을 간신히 턱걸이해서 넘었고, 한 번 치른 토익시험에서 받은 점수는 700점대였죠. 사람들한테서 “그 성적으로 어떻게 삼성에 들어갔냐”는 농담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전 제 조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바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들어갔어요.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단 서류전형을 통과해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거였죠.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평가가 이뤄지니까요.

    이=저도 뭐 학점과 토익점수가 뛰어나진 않아요. 하지만 교육 콘텐츠 개발업체에서 콘텐츠 개발만 잘하면 됐지, 대학시절의 학점과 토익점수가 얼마나 중요하겠어요?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들은 높은 성적을 요구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업체도 많습니다. 현재 자신의 조건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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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주

    고=사람들에게 컨설팅 기업 입사에 대한 여러 가지 신화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학벌이 좋아야 한다’ ‘집안이 좋아야 한다’ ‘학점이 좋아야 한다’ ‘영어는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이어야 한다’는 등 하는 거요. 하지만 적어도 저희 회사만큼은 이런 신화가 꼭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 않아요. 저를 보면 말이죠.(웃음) 물론 대학 때 성적이나 영어점수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컨설팅 회사 입사시험을 치르며 제가 가장 유념한 부분은 내가 왜 이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지, 또 ‘커리어 골(career goal)’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어요. 고도의 지적능력은 ‘에세이’에서도 상당부분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전 경영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공공정책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죠.

    강=은행권의 경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기본이 갖춰져 있고 모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를 선호하는 듯해요. 제 경우 토론면접에서 이른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이니셜 첫자인 S, K, Y의 합성어) 출신 지원자들이 서로의 ‘말발’을 자랑하며 주제에서 벗어난 발언을 할 때 토론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차분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면접관들의 눈에 좋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도 중요합니다. 전 개인기를 보여달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한 여성 그룹의 노래를 스스럼없이 모창했죠.(웃음) “개인기가 없다”고 답변한 옆의 지원자는 이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심=“심상식씨, 우직하고 자신감 있어 좋아”란 말을 면접 때마다 들었습니다. 그 자신감은 사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주방기구 판매 영업사원, 신문사 보조사원, 공사장 인부, 도시락 공장 사원, 대학입시 정보업체 정보원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건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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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은

    신=면접에 임할 때면 ‘제 자신을 세일즈한다’는 기분으로 임했어요. ‘나는 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다’라는 걸 뚜렷이 인식시키는 거죠. 침소봉대 식으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되, 거짓은 없어야 합니다. 삼성생명 면접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부분은 바로 역동적 성격이었구요. 전략은 다양합니다. 제 경우 제게 호의적인 면접관에게 주로 시선을 주되 비호의적인 면접관에게도 눈길을 주는 걸 잊지 않았어요.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혹은 긴장된 순간에 오히려 제가 면접관들에게 질문을 던져 그들을 무장해제시키기도 했어요. 어떤 질문을 받건 하나의 주제로 유의미하게 풀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저는 파랑색을 좋아합니다. 귀사의 로고가 상징하는 푸른색의 이미지에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는 식으로 대답하기도 했어요.

    심=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이 때론 역효과를 내요. 제 경우 한 기업의 4차 면접에서 너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떨어졌어요. 그 기업은 보다 차분한 성품의 사람을 원했거든요. 결국 제 성격과 궁합이 맞는 회사에 합격하게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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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식

    신=맞아요. 제 경우에도 모 카드사의 기업 분위기를 오해하고 면접 때 일부러 ‘튀는’ 양복을 입었다가 떨어졌거든요. 적극적인 말과 행동이 ‘너무 튄다’고 평가받은 모양이에요. 그 기업의 보수적인 문화를 알지 못해 생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저를 억지로 맞추기보단 자신과 코드가 통하는 회사를 찾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이=전 ‘혈액형이 B형’이라 뽑혔대요. 배움닷컴의 팀원들이 모두 B형이라나요? 왜 B형 하면 ‘밝고 유쾌하며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잖아요. 현재 배움닷컴의 임원진은 30대 젊은층으로 구성돼 있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체인 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중요하게 여겨요. 이것은 닷컴기업의 특성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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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고=일반 기업이 무난하고 온유한 성품의 사람을 선호한다면, 컨설팅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좀 달라요. 창의력,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을 중요시하거든요. 컨설팅 업체의 경우 최소 여섯 번 이상 면접을 봅니다. 세 번의 라운드를 통해 논리적 사고능력을 테스트하죠. 한번 면접보는 데 대개 45분이 소요되는데, 경영사례를 놓고 면접관과 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죠. 문제를 제시하는 면접관 역시 정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지원자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평가하죠. 제 경우 하루에 8시간에 걸쳐 면접을 보면서 진을 뺀 적도 있어요. 그러나 장시간 인터뷰하면서도 결코 자신감을 잃지 않았어요. 면접이란 건 ‘내가 고용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일 준비가 됐나’를 평가하는 자리라 여겼기 때문이죠. 긴장하지 않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겠다’는 담담한 자세를 유지한 게 효과적이었어요.

    강=회사에 붙고 떨어지는 과정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결국 자신과 맞는 회사에 합격하게 되니까요. 다만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취업에도 유리한 것 같아요.

    이=평소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온 사람이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자신을 알고, 회사를 알고, 준비가 돼 있다면 백전백승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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