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외제 고급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관계자는 “10년 동안 강남 상류층만 상대해왔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들은 일반시민들과 섞이는 걸 가장 꺼립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상류층은 ‘아무하고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한 신분’을 요구하는 웹 공간을 선호한다. ‘제2의 세계’인 인터넷에서도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상류층 네티즌들은 여러 가지 선별장치를 두고 웹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계층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사이버 인맥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한편에서 ‘사이버 귀족 인맥’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닷컴. 프랑스 루이 왕조에서 이름을 따온 이 사이트(지난 5월 개통)는 “한국의 상류층만 가입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6월30일 기자는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ID와 패스워드를 부여받은 유료회원만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초기화면엔 운영자에게 회원가입 신청서와 증빙서류를 보낸 뒤 가입심사를 통과해야 회원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엔겔러리아측은 회원 심사기준에 대해 한마디로, “‘High Society’(상류사회)의 일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고학력, ‘상당히 높은 생활수준’이 대략적인 가입조건. 엔겔러리아에 따르면 대다수 회원들의 연간 수입은 1억원이 넘는다. 특이한 것은 일단 회원이 되면 3명까지 회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점. 운영자는 신분노출을 꺼리는 상류층의 특성을 존중, 추천을 받은 경우엔 개인신상정보를 거의 묻지 않고 가입시켜준다. 오프라인의 상류사회 인맥을 고스란히 사이버 공간에 이식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엔겔러리아는 “회원의 대부분이 서울 강남 주민들이며 대구, 부산 등 지방 상류층도 가입돼 있다. 선별된 소수에게 그들의 신분에 걸맞은 극진한 대접을 해주겠다는 것이 우리 사이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기자가 사이트 내용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담당자는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는 단서를 달고 기자에게 임시 ID와 패스워드를 제공했다. 사이트는 전자상거래용 홈쇼핑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다. 여기에 회원 동호회, 정보제공 기능이 첨가돼 있었다.
쇼핑몰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의류`-`액세서리의 경우 겔랑, 조지아르마니, 까르띠에, 샤넬 등 최고가 외국 브랜드 제품들뿐이었다. 자동차는 포르셰, BMW, 재규어 등 고급 외제 세단만 취급되고, 외제 경비행기(7000만원 상당), 요트, 모터사이클, 고급 포도주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 16만원짜리 장미꽃 배달 서비스, 1000만원이 넘는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상품, 100만원짜리 리츠칼튼호텔 케이크, 10시간 이용에 45만원 하는 리무진 렌터카도 제공됐다. 라퓨타, 사랑채, 오리옥스, 안나비니 등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 뷰티숍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었다.
상품이 배달되는 과정도 특별하다. 이 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주문된 상품은 최고급 종이로 포장돼 외제 자동차로 배달된다. 판매원이 크기나 색깔이 다른 동일 제품들을 고객의 집에 직접 들고 가서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대금은 물건을 확인한 뒤 집에서 결재한다. 이 사이트 김태엽 과장은 “세계 어디서도 시도된 적 없는 최고수준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 고객들은 모두 ‘VIP’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IP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얘기들을 나눌까. 이 사이트 포도주 동호회에선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신 와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회원은 게시판에서 “와인의 라벨 문양, 병 색깔, 프랑스 와인의 ‘히스토리’(역사)를 고려했을 때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은 동호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회원은 “82년산 샤토 라투르의 시가는 123만원 정도”라며 서울시내 4개 판매처를 알려주기도 했다.
동호회 담당자는 이를 ‘고급문화의 확산과정’이라고 설명한다. “10·26 이후 ‘시바스 리갈’이 유행한 것과 유사하다. 고급문화는 언제나 상류층이 먼저 개척한 뒤 대중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 스키가 대중화되자 상류층은 요트와 경비행기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이제 인터넷이 이런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신라가 만든 귀족사이트 노블리안닷컴도 상류사회의 결집처다. 최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젊은 귀족들의 클럽’(YNC) 이외에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 종사자들의 커뮤니티가 결성돼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명문대 커뮤니티, ‘명품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동호회도 있다.최근 노블리안닷컴은 ‘CEO클럽’이라는 새로운 사이버 모임을 준비 중이다. 이 모임은 이름 그대로 CEO(기업체 최고경영자)들에게만 개방된다. 호텔신라측은 회원들의 회비를 1인당 100만원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노블리안닷컴 담당 김지현씨는 “오프라인 만남도 자주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들만의 인맥을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인맥형성의 보고다. 전문적인 ‘인맥사이트’ 외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귈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인터넷 사이트 ‘네띠앙’ 한 곳에만 문학 건강 게임 만화 스포츠 레저 비즈니스 증권 교육 취업 뉴스 문화예술 종교 NGO 생활 여성 어린이 여행 취미 음악 컴퓨터 지역 학교 직장 팬클럽 등 25개 부문에 걸쳐 200여개의 동호회와 9000여개의 소모임이 있다.
전 모씨(32)는 이중 ‘나이 서른에 우린’이란 동호회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다음은 전씨의 말. “난 이 동호회의 시솝으로 일하면서 무료했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환경에 처한 많은 사람들과 공통의 일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전씨의 경험은 사실 대다수 포털사이트들이 추구하고 있는 ‘이념’이다. 네띠앙동호회 담당 김회정씨는 “사이버 공간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에선 만인이 평등하며 누구나 친구라는 정신에서 새로운 인간관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대중사이트’에서도 이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띠앙에서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는 원칙적으로 모든 네티즌에게 개방돼 있으나 실제 회원들은 일정한 계층적 공통성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이다. 그러나 ‘인맥’을 구축하는 일에선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사이버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류층 모임은 현실세계만큼이나 배타적이다. 왜 그럴까. ‘디지털라이프’ 박용후 팀장은 “그것은 ‘인맥의 본질’과 연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분석. “인맥을 형성할 때 상대방의 ‘사회적 파워’와 ‘나와의 친밀도’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인맥을 만드는데 이 두 가지가 있어야 내가 인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팀장은 이런 점에서 상류층 네티즌들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 모아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인맥을 만드는 모습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현실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상류층은 ‘아무하고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은 ‘특별한 신분’을 요구하는 웹 공간을 선호한다. ‘제2의 세계’인 인터넷에서도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상류층 네티즌들은 여러 가지 선별장치를 두고 웹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계층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사이버 인맥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한편에서 ‘사이버 귀족 인맥’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닷컴. 프랑스 루이 왕조에서 이름을 따온 이 사이트(지난 5월 개통)는 “한국의 상류층만 가입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6월30일 기자는 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ID와 패스워드를 부여받은 유료회원만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초기화면엔 운영자에게 회원가입 신청서와 증빙서류를 보낸 뒤 가입심사를 통과해야 회원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엔겔러리아측은 회원 심사기준에 대해 한마디로, “‘High Society’(상류사회)의 일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 고학력, ‘상당히 높은 생활수준’이 대략적인 가입조건. 엔겔러리아에 따르면 대다수 회원들의 연간 수입은 1억원이 넘는다. 특이한 것은 일단 회원이 되면 3명까지 회원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점. 운영자는 신분노출을 꺼리는 상류층의 특성을 존중, 추천을 받은 경우엔 개인신상정보를 거의 묻지 않고 가입시켜준다. 오프라인의 상류사회 인맥을 고스란히 사이버 공간에 이식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엔겔러리아는 “회원의 대부분이 서울 강남 주민들이며 대구, 부산 등 지방 상류층도 가입돼 있다. 선별된 소수에게 그들의 신분에 걸맞은 극진한 대접을 해주겠다는 것이 우리 사이트의 목표”라고 말했다.
기자가 사이트 내용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담당자는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는 단서를 달고 기자에게 임시 ID와 패스워드를 제공했다. 사이트는 전자상거래용 홈쇼핑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다. 여기에 회원 동호회, 정보제공 기능이 첨가돼 있었다.
쇼핑몰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었다. 의류`-`액세서리의 경우 겔랑, 조지아르마니, 까르띠에, 샤넬 등 최고가 외국 브랜드 제품들뿐이었다. 자동차는 포르셰, BMW, 재규어 등 고급 외제 세단만 취급되고, 외제 경비행기(7000만원 상당), 요트, 모터사이클, 고급 포도주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 16만원짜리 장미꽃 배달 서비스, 1000만원이 넘는 카리브해 크루즈 여행상품, 100만원짜리 리츠칼튼호텔 케이크, 10시간 이용에 45만원 하는 리무진 렌터카도 제공됐다. 라퓨타, 사랑채, 오리옥스, 안나비니 등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 뷰티숍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었다.
상품이 배달되는 과정도 특별하다. 이 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주문된 상품은 최고급 종이로 포장돼 외제 자동차로 배달된다. 판매원이 크기나 색깔이 다른 동일 제품들을 고객의 집에 직접 들고 가서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대금은 물건을 확인한 뒤 집에서 결재한다. 이 사이트 김태엽 과장은 “세계 어디서도 시도된 적 없는 최고수준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 고객들은 모두 ‘VIP’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IP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얘기들을 나눌까. 이 사이트 포도주 동호회에선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신 와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회원은 게시판에서 “와인의 라벨 문양, 병 색깔, 프랑스 와인의 ‘히스토리’(역사)를 고려했을 때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은 동호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회원은 “82년산 샤토 라투르의 시가는 123만원 정도”라며 서울시내 4개 판매처를 알려주기도 했다.
동호회 담당자는 이를 ‘고급문화의 확산과정’이라고 설명한다. “10·26 이후 ‘시바스 리갈’이 유행한 것과 유사하다. 고급문화는 언제나 상류층이 먼저 개척한 뒤 대중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 스키가 대중화되자 상류층은 요트와 경비행기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이제 인터넷이 이런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신라가 만든 귀족사이트 노블리안닷컴도 상류사회의 결집처다. 최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젊은 귀족들의 클럽’(YNC) 이외에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 종사자들의 커뮤니티가 결성돼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명문대 커뮤니티, ‘명품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동호회도 있다.최근 노블리안닷컴은 ‘CEO클럽’이라는 새로운 사이버 모임을 준비 중이다. 이 모임은 이름 그대로 CEO(기업체 최고경영자)들에게만 개방된다. 호텔신라측은 회원들의 회비를 1인당 100만원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노블리안닷컴 담당 김지현씨는 “오프라인 만남도 자주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자들만의 인맥을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인맥형성의 보고다. 전문적인 ‘인맥사이트’ 외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귈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인터넷 사이트 ‘네띠앙’ 한 곳에만 문학 건강 게임 만화 스포츠 레저 비즈니스 증권 교육 취업 뉴스 문화예술 종교 NGO 생활 여성 어린이 여행 취미 음악 컴퓨터 지역 학교 직장 팬클럽 등 25개 부문에 걸쳐 200여개의 동호회와 9000여개의 소모임이 있다.
전 모씨(32)는 이중 ‘나이 서른에 우린’이란 동호회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다음은 전씨의 말. “난 이 동호회의 시솝으로 일하면서 무료했던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환경에 처한 많은 사람들과 공통의 일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전씨의 경험은 사실 대다수 포털사이트들이 추구하고 있는 ‘이념’이다. 네띠앙동호회 담당 김회정씨는 “사이버 공간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에선 만인이 평등하며 누구나 친구라는 정신에서 새로운 인간관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대중사이트’에서도 이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네띠앙에서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동호회는 원칙적으로 모든 네티즌에게 개방돼 있으나 실제 회원들은 일정한 계층적 공통성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방적이다. 그러나 ‘인맥’을 구축하는 일에선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사이버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류층 모임은 현실세계만큼이나 배타적이다. 왜 그럴까. ‘디지털라이프’ 박용후 팀장은 “그것은 ‘인맥의 본질’과 연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분석. “인맥을 형성할 때 상대방의 ‘사회적 파워’와 ‘나와의 친밀도’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인맥을 만드는데 이 두 가지가 있어야 내가 인맥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팀장은 이런 점에서 상류층 네티즌들이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 모아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인맥을 만드는 모습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현실을 닮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