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모습.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지호영 기자]
3월 5일 오후 동탄2신도시를 찾았다. 외곽은 아직 공사 중인 아파트가 많아서인지 인적이 뜸하고 대중교통 수단도 거의 없었다. 슈퍼마켓 하나 찾기 힘들었다. 20분 남짓 걷는 동안 만난 행인은 3명. 그중 2명은 공사장 인부였다. 도로에는 공사장에서 나온 흙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완공 후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단지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 가끔 분리수거를 하러 나온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적막함이 감돌았다.
40평형대 전세가가 1억4000만 원 불과
조용한 거리를 채운 것은 각종 전단이었다. 아파트 및 상가 분양을 알리는 전단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입주가 시작된 한 아파트 앞에는 부동산공인중개소 서너 개가 모여 있었다. 인적이 뜸해도 부동산공인중개소가 자리한 건 이유가 있었다. 입주물량이 많아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입주 및 매매 문의는 활발하기 때문이다. 직접 중개소를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아도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직원 대부분이 전화 응대를 하느라 바빴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동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단지 평균치일 뿐, 위치가 좋은 아파트는 여전히 매물 문의 전화가 적잖게 온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전세시장에는 타격이 클까.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소를 찾아 다시 물었다. 공인중개사는 “전세가는 약간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80㎡대 아파트 기준 2억 원대 중반에 전세가가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2억 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심한 곳은 129㎡ 아파트의 전세가가 1억4000만 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입주물량이 추가로 풀리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매매가의 50%까지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소들도 전세가에 대한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전세가는 하락 추세지만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그래도 매매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주물량이 늘어난다는 악재는 이미 알고 있는 터라 시장에 더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분석이었다.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도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는 “입주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정부 규제 등 변수가 많아 전세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생겼지만 늦어도 2021년에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 수준으로 회복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외곽은 적막한 분위기였지만 일찌감치 입주가 시작된 시범단지는 달랐다. 이른 저녁시간, 시범단지의 한 아파트 인근 마트 앞은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부모 옆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과 후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걸어가는 학생들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은평뉴타운, 광교신도시 등 완전히 자리 잡은 재개발 단지나 신도시와 분위기가 비슷했다.
아파트 인근 상가에는 마트, 카페, 분식집, 어린이 놀이시설 등 다양한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 하지만 PC방, 당구장, 술집 등을 찾기는 어려웠다. 카페와 분식집을 제외하면 1층에는 거의 부동산공인중개소가 들어서 있었다. 저녁시간이지만 부동산공인중개소를 찾아 상담을 받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동탄역 주변 아파트 매매가는 급등
시범단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가격이 많이 올랐다. 동탄역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동탄역에 SRT가 운행 중이고 2021년에는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가 동탄역을 지난다. 또 트램(노면전차), 광역버스 등 동탄과 외곽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다양하게 마련될 전망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역 주변 시범단지의 경우 상가, 마트 등 편의시설이 빠르게 들어서고 교통도 편리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매매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역에서 가장 가까운 30평형대 아파트 매매가가 4억 원을 밑돌았는데 지금은 5억 원까지 올랐다. 시범단지라도 역에서 가장 가까운 84㎡대와 가장 먼 84㎡대의 매매가는 1억 원 넘게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역세권이라는 호재로 매매가가 고공 행진하는 동안 전세가는 매매가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를 돌아본 결과 전세가는 매매가의 40% 선이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5억 원인 아파트라면 전세가는 2억 원가량인 것. 매매가가 1억 원 올랐지만 전세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공인중개 업계는 전세가도 곧 매매가를 따라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가 덜 된 단지까지 입주가 마무리되면 전세가가 매매가의 50%대로 금방 회복될 것”이라며 “갭투자가 가능하려면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까지는 따라와야 하는데 거기까지 회복하려면 이곳(동탄2신도시)의 입주가 다 끝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역세권이나 근린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한해서 얘기다. 서울로 가는 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이나 공원 같은 시설이 부족한 단지는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동탄2신도시에 아파트를 사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까. 시범단지 인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소를 찾아가 물었다.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동탄은 무조건 오른다. 지금이라도 무리해서 사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들은 동탄2신도시의 입지를 잘 골라야 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다른 신도시를 생각해보면 동탄 어디에 집을 사야 할지 확실해진다. 판교, 광교 등에서도 초기 매매가가 높았던 곳은 줄곧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반대로 매매가가 저렴했던 곳은 그만큼 시장의 부침을 많이 탔다. 동탄도 비슷한 현상을 보일 개연성이 높다. 동탄에 생애 첫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가장 비싼 곳을 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헬리오시티 전세가가 매매가의 절반”
3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부동산공인중개소 밀집 상가에 급매물 정보가 적힌 알림판이 붙어 있다. [동아DB]
부동산공인중개소는 이후 약 1km까지 건물당 한두 개씩 위치해 있었다. 사무실 앞에는 대부분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및 상가 전문’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 사무실 안에서는 한두 명의 방문객이 송파헬리오시티 지도를 보며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 가운데 몇 군데에 들러 최근 송파헬리오시티의 전세가를 물었다. 아직 입주는커녕 완공도 안 된 아파트지만 부동산 웹사이트를 검색해보니 2월 말부터 전세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축 단지는 입주를 6개월 앞두고 전세 물량이 나오지만 송파헬리오시티는 이보다 3개월가량 빨리 전세시장이 열린 것.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조합원 가운데 여러 이유로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일부는 입주가 시작되면 전세 물량이 쏟아져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그전에 매매가의 약 50%로 빠르게 전세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가 하락을 우려해 일찍 전세를 놓는 것이라면 본격적으로 전세 물량이 나오는 6월에는 지금보다 전세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이기에 부동산공인중개소마다 전세가 예측치가 전부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 전세가를 높게 잡아도 매매가의 50%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매매가의 30~40% 선이 되리라는 진단도 있었다.
3월 5일 동탄2신도시 외곽지역 모습. 인기척을 찾기 어려웠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송파헬리오시티 인근 부동산의 분위기는 좋았다. 송파헬리오시티 앞 송파역에서부터 석촌역까지 700m 남짓한 거리와 그 사이 골목에서는 송파역 일대의 상가를 알아보는 사람과 건물을 보여주러 다니는 공인중개사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송파역 일대 상가와 아파트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인다고 했다. 당장 송파역 인근에 9000여 가구, 적어도 3만 명이 살게 되는데 인근 상가의 임대료, 나아가 학군 재형성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합원 분양 및 대형 평형을 제외하면 입주물량이 많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세가가 금방 매매가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합원 보유분과 장기전세(1333가구)를 제외하면 실제 일반 분양물량은 1558가구에 불과하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 소장은 “대치동이나 서초동 등에서 전세를 살던 사람도 송파헬리오시티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 6월 전세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해도 84㎡의 경우 매매가의 60% 선에서 전세가가 결정될 것이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물량에 밀려 전세가가 매매가의 60% 선이 되겠지만 2년 뒤인 2021년 재계약 시점에는 매매가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불패라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동탄신도시 아파트 본보기집에 몰린 사람들. [뉴스1]
이들이 가진 믿음의 기저에는 과거 강남 재건축 성공의 역사가 있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든 예는 10년 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였다. 강남에서만 15년 넘게 부동산공인중개업을 해왔다는 김모(60) 씨는 “반포자이도 첫 전세계약 때는 매매가의 50%가량이었지만 지금은 70~80% 수준이다. 그때도 역전세 등 다양한 악재가 거론됐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반포자이는 서울 아파트 대장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송파헬리오시티는 반포자이처럼 역세권인 데다 가구수도 많아 향후 강동권 아파트 대장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