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클라우스. [위키피디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우승한 일본 고다이라 나오와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양국 국기를 들고 빙상경기장을 돌던 장면은 진한 감동으로 기억된다.
1월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정현은 자신의 우상이던 노바크 조코비치를 이긴 뒤 겸손의 예를 갖췄고 조코비치는 정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승자를 위해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골프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좋은 승자인 동시에 훌륭한 패자가 돼라(A good winner and great sweet loser)’며 매너를 먼저 가르친다. 우승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불평과 변명을 토로하는 패배자는 ‘bad loser’ 또는 ‘sore loser’로서 호된 비판을 받는다.
미국인은 ‘좋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패자를 경험해야 한다(To be a good loser is to learn how to win)’고 가르친다.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8번 우승한 톰 왓슨은 “멋진 패자가 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멋진 승자가 되는 것은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골프계에도 공정한 승부, 깨끗한 승복, 국적을 초월한 우정 이야기가 적잖다. 1996년 마스터스 4라운드는 호주의 백상어 그레그 노먼이 영국 닉 팔도에게 6타 앞선 상황에서 시작됐으나 결과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팔도가 12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반면, 노먼은 7언더파로 2위에 그쳤다. 실망한 노먼은 “내가 오늘 잘못 쳤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우승자를 축하했다. 팔도가 노먼을 위로하면서 그린을 함께 걷는 장면은 골프 역사에 길이 전해지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도 굿 루저(good loser)로 평판이 자자하다. 친구이자 경쟁자이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게리 플레이어는 “잭은 늘 최고의 승자지만 최고의 패자이기도 하다(Jack is not only the best winner of all time, he’s the best loser)”며 그를 높게 평가했다. 패배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면 우승해도 의미가 없다. 멋진 승자와 패자 중 어느 쪽이 더 어렵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후자일 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한 뒤 승자가 결정되면 악수를 청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는 패자의 모습은 더 멋져 보인다.
‘To be a good loser(좋은 패자가 돼라)’는 스포츠뿐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수용해야 할 값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