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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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은 회사의 미래를 염려하며 비보도를 주장하는 경영진의 ‘현실주의’와 언론자유의 가치를 지키려는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 분 · 나중에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진두지휘한다)의 ‘이상주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그는 언론자유의 가치를 택한다. 스필버그는 닉슨 정부의 위협에 맞선 그레이엄의 용기 있는 이 결정을 언론자유의 역사적 순간으로 보고 있다. ‘더 포스트’에는 언론인의 용기, 언론자유의 소중함, 언론을 탄압했던 권력자의 말로(닉슨 대통령은 결국 탄핵 직전 사임한다)가 강조돼 있다. 그리고 남성 위주의 배타적인 언론계에서 드물게 빛나던 여성 언론인에 주목해 최근의 페미니즘 가치까지 담아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건, 결국 ‘더 포스트’도 영웅 찬가라는 할리우드의 전통적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언론자유가 선의와 용기를 가진 한 개인의 역량에 의해 좌우돼야 할까. 게다가 언론자유의 위협 요소로 정치권력을 지적하는 건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자본권력의 조직화된 언론지배를 그린 마이클 만 감독의 문제작 ‘인사이더’(1999)가 발표된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언론독립의 찬란한 역사를 만든 워싱턴포스트도 2013년 거대기업 아마존에 팔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워싱턴포스트가 스필버그가 기대한 사회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더 포스트’는 복잡해진 언론계 상황은 외면하고, 서부극의 영웅을 그리듯 이야기를 끌고 간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