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부부가 비디오자키(VJ)부터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유튜브에 올리는 케이팝 프로그램. 그룹 슈퍼주니어의 ‘A-Cha’ 뮤직비디오 속 춤 동작을 샌드위치 가게에서 주문하는 상황으로 설정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해외 반응을 실감할 수 있었던 건 텍사스 오스틴에서였다. 미국 최대 음악 컨퍼런스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의 일환으로 두 차례 공연을 가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연이었던 케이팝 나이트 아웃. 공연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선 관객 중 절반 정도는 교민과 유학생, 나머지 절반은 현지인이었다. 관객에게 물었다. ‘강남스타일’ 이후 현지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고. “한국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조금씩 한국 음악을 듣는 친구들이 생긴 것 같기는 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돌로 입문해 양희은, 송창식까지 듣는 경우도 봤다”고 전하는 이도 있었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어로 된 대중음악사(史) 자료조차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그 옛날 음악을 찾아 듣는 걸까. 정답은 인터넷 동영상공유 사이트 유튜브다. 지난해 8월 AGB닐슨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뮤직 360’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10대의 64%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음반은 물론이고 아이튠즈조차 압도하는 수치다. 최근 빌보드는 핫 100 집계에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악 소비에서 유튜브의 비중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유튜브는 거대한 트렌드를 만든다. 저스틴 비버, 싸이, 그리고 올해 초 빌보드에서 4주간 1위를 기록했던 ‘할렘 셰이크’는 모두 유튜브에서 ‘발견’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경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의 특성상, 하나의 흐름이 생기면 그 속도와 단위는 기존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건 순식간이다.
유튜브가 만드는 건 트렌드만이 아니다. 유튜브 유저 사이에서는 ‘디깅(digging)’이란 개념이 있다. 디깅이란 원래 자신이 원하는 음반을 찾으려고 레코드점을 뒤지는 행위를 의미하는, 음반 컬렉터 사이에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의미가 유튜브 시대에 들어와 확장됐다. 유튜브에는 한 영상을 보면 관련 영상을 랜덤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조용필의 신곡 ‘바운스’를 보고 나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그의 옛날 영상들이 제시되는 식이다. 보통은 가수별로 카테고리가 있지만 비슷한 장르나 분위기의 영상들이 랜덤으로 뜬다. 유튜브 유저들은 그 관련 영상들을 클릭하며 자신이 몰랐던 음악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의 음악 소비자들이 전문가 추천이나 자료를 통해 음악적 지식을 넓혔다면, 2010년대 마니아들은 하루 종일 유튜브 관련 영상의 파도를 넘어가며 스스로 지식을 확장하고 취향을 단련한다. 앞서 말한 양희은과 송창식 곡을 듣는 미국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한국 대중음악은 유튜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케이팝이라는 유의미한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트렌드는 동시성을 가진다. 하지만 취향은 동시대에서 시작해 과거로 역류해가며 완성되는 세계다. 케이팝, 그리고 싸이를 보며 우리는 ‘세계의 열광’을 바란다. 거대한 트렌드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데 환호한다. 하지만 트렌드와 떨어져 시장을 받치는 건 결국 취향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이미 증명하지 않았나. 유튜브 시대, 다국적 음반사의 입김이 약화한 시대,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이 내수용에서 수출용으로 전환되는 이 시대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