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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칼잡이’는 서울 변두리 재래시장에 위치한 횟집을 배경으로 인생과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 장수생’ 채병욱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다 우연히 구인광고지에서 ‘숙식 제공, 젊은이 우대’라는 광고를 보고 횟집을 찾아간다. 서운시장 횟집 사장 오익달은 늘 병욱을 구박하고 무시하기 일쑤이고,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다. 연신 투덜거리던 병욱이 노력 끝에 성실한 칼잡이 제자로 거듭날 무렵, 서운시장 옆에 대형 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막 잡은 횟감처럼 생동감 넘치는 소재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솜씨 없는 요리사가 서툴게 요리한 듯 실망스럽다. 공연 내내 ‘무대와 객석이 너무 멀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만큼 관객으로부터 호응과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 웃음을 노린 장면에서도 관객은 침묵하고 민망해한다. 대사, 구성, 흐름이 전반적으로 세련되지 않고 진부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오익달이 결말에 하는 선택이 ‘느닷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문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갈등이 너무 산만하게 흩어져 관객은 피로를 느낀다.
결국은 세대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88만 원 세대’로서 한탄하는 젊은 병욱에게 사장 오익달은 “나는 젊었을 때 병든 어머니를 업고 천막생활을 했을 정도로 가난했다”며 병욱의 고민은 사치라고 묵살한다. 늙어서도 ‘투잡’을 뛰며 아들 뒷바라지하는 횟집 꼬부랑 할머니에게 아들은 “내가 번번이 사업에 실패한 건 엄마가 내 뒤를 안 밀어줬기 때문”이라며 들이받는다. 갈등은 봉합되지 않을 듯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병욱에게 사장이 기회를 준다. 결국 젊은 세대의 결핍은 기성세대의 호의로 채워진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비참한 기분마저 들게 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의 결말이었음에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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