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제작할 때 필요한 출장비 지원은 해주시는 거죠?”
방 과장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출장비 지원이라니? 전체 사업비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금액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금액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거절했다가 협상이 깨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방 과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협상전술 가운데 ‘니블링(nibbling)’이라는 기법이 있다. ‘니블’은 쥐가 음식을 갉아먹듯 ‘조금씩 갉아먹다’라는 뜻이다. 협상에서의 니블링은 협상 막바지에 작은 조건을 붙여 자신에게 필요한 걸 얻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양복가게 주인이다. 어느 주말 손님 한 명이 두 시간이 넘도록 몇 벌의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살 듯 말 듯 계속 당신의 애를 태운다. 그러다 마침내 고가의 양복 한 벌을 고른다. 두 시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 그런데 계산을 앞둔 손님이 주변에 걸린 넥타이를 하나 보고 이렇게 말한다.
“비싼 양복 한 벌 샀는데 이거 하나 끼워주시죠.”
자, 당신이 양복가게 주인이라면 그 손님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손님의 제안을 거절하면 “비싼 옷 한 벌을 샀는데 고작 넥타이 하나도 안 끼워주나요? 속 좁은 주인이네”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더 심한 경우에는 기분이 나빠진 손님이 양복을 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에 손님의 제안을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협상에서 니블링이 갖는 힘이다.
하지만 상대의 니블링을 활용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니블링을 하는 상대에게 역(逆)니블링으로 대응하면 된다. 역니블링이란 예를 들어 넥타이를 원하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역시 손님은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이 양복에는 이 넥타이가 딱이죠. 그렇다면 이 넥타이에 아주 잘 어울리는 셔츠 한 벌을 더 사세요. 그럼 제가 넥타이는 서비스로 드리겠습니다.”
어떤가. 만일 손님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셔츠까지 산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추가 매출이 생기는 셈이니 역니블링을 통해 더 큰 수익을 얻는 것이다. 거기에 ‘넥타이도 끼워주는 맘씨 좋은 주인’이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중국의 경영컨설턴트 왕중추는 ‘디테일의 힘’이라는 저서에서 “100에서 1이 모자라면 0이 되고, 100에서 1이 더해지면 200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1%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니블링할 거리를 미리 생각하는 디테일, 그 1%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