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0

..

‘축구 신동’ 루니 조기교육에 나선 까닭

  •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 lunapiena7@naver.com

    입력2011-03-28 13:2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라운드의 신동이자 악동이기도 한 축구 스타 웨인 루니(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최근 생후 16개월 아들을 영국에 있는 브라질 축구학교 소카토츠(socaTots)에 입학시켰다고 한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축구학교로 보내다니! 그러면서 루니는 “아들이 나의 자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선수로 자라났으면 한다”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했다고 한다.

    루니의 이야기를 접하고 조기 영재교육에 대해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도 자식을 일찍부터 천재로 기르려는 ‘열혈’ 엄마가 한둘이 아니다. 실제 생후 12개월 된 아이에게 영어나 한자교육을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청소년은 그런 엄마의 돌발 행태를 종종 꼬집기도 한다. 그들은 조기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친구를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로 부른다. 그라운드에서 거칠고 다혈질적인 행동을 일삼는 루니도 자식에게만큼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루니의 모습이 굉장히 낯선 것이 사실이지만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생후 16개월 아들이 배우는 축구교육은 분명히 놀이 수준일 것이다. 물론 초보적인 기술을 익히는 교육도 있겠지만 축구공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는 친밀성 교육과 동료의식 형성, 경기 법규 준수교육 과정도 있을 것이다. 아직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배우는지 인지하지 못하지만 승부를 벗어나 축구가 참 재밌고 즐거운 운동이라는 경험이 몸에 전달될 것이다.

    그렇다면 루니의 아들은 일찍부터 축구라는 놀이로 팀 동료, 상대팀 선수와 심판을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을 터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루니의 아들이 아버지 재능을 이어받아 천재적 선수로 자라나든, 평범한 선수가 되든 아버지의 성격과는 다른 선수가 될 자질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과 함께 루니 본인도 아들을 자기 스타일과는 반대되는 선수로 성장시키고자 조기 영재교육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몸을 악기로 활용하는 성악은 스포츠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얼마 전, 한 음대 여교수의 강압적인 교육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그 교수는 자신에 대한 모든 비난은 도제(徒弟)식 교육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항변했다. 그때 나는 1988년 개봉한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가 떠올렸다.



    원래 타이틀이 ‘뮤직 티처’인 이 영화에서 세기를 풍미한 성악가 조아킴은 시장에서 소매치기로 사는 장에게서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제자로 삼아 엄격한 도제식 교육을 한다. 당시 관객은 조아킴의 무지막지한 교육방식을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참스승의 독특한 교육법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문제가 된 여교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다르다. 왜 그럴까? 결국 휴머니즘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명문 축구클럽인 이탈리아 AC밀란의 체사레 말디니(79)와 파올로 말디니(43) 부자는 구단의 전설이다. 이들이 오랫동안 팬의 사랑을 받고 전설로 남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 덕분이다. 아들인 파올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축구 신동’ 루니 조기교육에 나선 까닭
    “어린 시절 아버지가 축구를 시작한 나에게 알려준 유일한 것은 자신의 동료, 관객, 심판 그리고 상대편 선수와 그 팬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야 축구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해줬다.”

    축구 신동인 루니 역시 말디니의 말을 되새기고, 자식의 조기교육에 나선 것이 아닐까?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