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여행을 가기 위해 베이징역으로 몰린 사람들.
지난해 노동절 연휴 때 티베트로 여행을 갔다 온 류쥔(劉軍) 씨는 올해는 스위스로 떠난다. 지난해 티베트 여행은 두 사람의 경우 8000위안(약 97만원)으로 갈 수 있었지만 스위스는 일주일 일정에 2만6000위안이나 든다. 하지만 류쥔 씨는 돈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3월 6만 위안(약 725만원)을 투자한 주식이 지난해 14만 위안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해 시가가 20만 위안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 시내 대학 교수인 황모 씨는 이번 노동절 연휴 때 후난(湖南)성에 사는 일가친척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시내와 명승지를 구경시킬 예정이다. 주식투자로 번 부(副)를 친척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것. 그는 “주식투자로 이틀 만에 소형차 한 대 값을 날린 적도 있다”며 “하지만 올해 투자수익률은 이미 80%를 넘었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 대거 여행에 나서면서 여행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중국청년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노동절 연휴에 단체관광을 신청한 사람이 지난해보다 50%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인에게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서 여행방식도 변하고 있다. 이전엔 여러 나라의 명승지만 주마간산으로 둘러보는 게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테마여행이나 한 국가에 집중해 탐구하는 여행으로 바뀌었다. 유럽은 여행 선호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단체여행을 신청하면 한 달 뒤에나 갈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엔 여행보다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몰디브나 사이판이 인기다. 한국의 제주도와 인도네시아 발리섬도 중국인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관광지다.
중국 국가여유(旅遊·관광)국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기간 여행객은 1억500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도와 항공, 도로를 이용한 운송객은 연인원 4억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1999년부터 전통 설날인 춘제(春節·음력 1월1일)와 노동절(5월1일), 국경절(10월1일) 등 3대 기념일은 일주일씩 쉬도록 황금주(週)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당초 법정공휴일은 3일이지만 앞뒤로 이틀씩 주말을 붙여 일주일간 쉰다. 대신 추가로 쉰 4일은 황금연휴 앞뒤 주말에 쉬지 않고 나와 근무한다.
이는 연휴기간에 멀리 여행할 시간 여유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1999년부터 최근까지 3대 기념일 기간 중국 관광객 수는 연인원 16억3000만명에 소비총액은 6704억 위안(약 80조984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휴를 통한 경제성장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