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는 짭짤한 돈줄”

네덜란드인의 ‘돈 버는’ 재주는 정평이 나 있다. 공중화장실에서도 돈을 받고, 여행안내소에 진열된 지도에도 가격표를 붙이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리그는 빅리그로 불리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스페인 리그 등에 선수를 공급하는 `‘도매상’ 역할을 하며 매년 선수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아인트호벤, 페예노르트 등 네덜란드 명문클럽들이 경쟁적으로 한국 선수 영입에 나섰다. 2002년 월드컵으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오른 까닭도 있지만, 네덜란드 명문클럽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돈과 흥행 때문이다.

페예노르트는 일본의 오노를 영입, ‘오노 마케팅’을 통해 그의 유니폼을 50만장 이상 판매했다. 1장이 10만원 가량에 팔리고 있으니, 유니폼 하나로 500억원 정도를 번 셈이다. 페예노르트가 송종국을 영입한 것도 바로 이런 경제적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페예노르트는 수년 뒤 송종국을 빅리그로 이적시키면서 엄청난 이적료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구단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짭짤한 방송 중계권 판매 수익. 페예노르트는 경인방송과 2년간 86만 달러(약 10억원)에 중계권료 협상을 맺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페예노르트의 롭 반 이사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요구하는 통에 매우 난감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 영입에 발 벗고 나선 것도 100만 달러에 달하는 중계권료 때문이다. 아인트호벤측은 한 방송국과 1년6개월 동안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조건으로 협상에 나섰다. 아인트호벤은 안정환 설기현 이동국 등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사례를 꼼꼼히 분석, 한 명의 선수로는 한국 방송국들이 중계권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결국 아인트호벤은 히딩크 감독의 인기에 한국 선수 2, 3명을 덧붙이면 한국 방송국들이 고액을 마다하지 않고 중계권을 구입할 거라고 결론 내렸다.



교토 잔류와 아인트호벤행을 두고 박지성이 막판까지 고민한 이유도 구단의 장삿속 때문이었다. 김남일의 아인트호벤행을 추진했던 한 에이전트는 “자존심이 상해 못 보내겠다”는 말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인트호벤이 히딩크 감독을 앞세워 한국 선수들을 헐값에 영입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히딩크 감독도 12월1일 아인트호벤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송종국 같은 대우를 원한다면 아인트호벤행은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승의 품에서 경험을 쌓으라”는 히딩크 감독의 제안에 한국 선수들은 들떠 있다. 네덜란드 구단의 장삿속에 어린 한국 선수들이 상처를 입어선 안 된다. 아인트호벤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기 전에 전술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고, 연봉은 어느 정도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