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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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골칫거리 외교관 주차위반, 한순간에 싹 사라진 이유

[돈의 심리] 과태료의 110% 금액만큼 해당 국가에 지원하는 미국 보조금 삭감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5-1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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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시 심장부 맨해튼은 교통 체증 문제가 늘 심각하다. GETTYIMAGES

    미국 뉴욕시 심장부 맨해튼은 교통 체증 문제가 늘 심각하다. GETTYIMAGES

    돈이 중요할까, 양심이 더 중요할까. 사람들은 돈 때문에 양심을 저버리는 경향이 더 강할까, 아니면 대가를 치르더라도 양심을 지키는 쪽이 많을까. 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게 정답에 가깝다. 그러면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는 어떨까. 소위 부자는 양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아니면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고소득 국가 국민과 저소득 국가 국민의 돈-양심의 관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레이먼드 피스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에드워드 미겔 UC버클리대 교수가 뉴욕시에서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실태를 조사해 2006년 발표한 연구 결과다.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엉망 된 뉴욕

    전 세계 외교관은 면책특권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 근무할 때 해당 국가법을 어겨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주차위반으로 걸리면 과태료 통지서가 나오지만 외교관은 사실상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 나라 국민은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차량이 압류되고 공매되는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만, 외교관에게는 그런 후속 조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외교관에게 주차위반 과태료가 부과됐을 때 외교관이 과태료를 내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면책특권을 이용해 과태료를 내지 않는 외교관들이 있다. 여러 국가에서 이게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과거 면책특권을 내세워 음주운전 검사를 받지 않으려던 외교관의 행태가 언론에 보도돼 비판받은 적이 있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주차 문제가 심각한 도시로 유명하다. 주차할 곳도 많지 않고 주차 가격도 비싸다. 이런 뉴욕시에서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무 데나 주차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욕에는 전 세계 국가가 파견한 외교관들이 모이는 유엔 본부가 있다. 유엔 본부는 뉴욕 심장부인 맨해튼에 있어 항상 주차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외교관이 그냥 길가에 차를 세워둔 채 업무를 보곤 했다.



    1997년 11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뉴욕 주재 외교관들이 주차위반으로 과태료 통지를 받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건수는 15만 건에 달했다. 1년에 3만 건, 하루에 30건 꼴이다. 과태료 미납액은 1800만 달러를 넘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50억 원이나 된다.

    이 엄청난 주차위반 건수와 과태료 미납은 사회문제로 확산됐다. 2002년 10월 뉴욕시는 주차위반을 한 외교관 차량에 대해 견인 조치를 취했다. 또 미국이 세계 각국에 주는 보조금이나 지원금에서 해당 국가 외교관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내지 않은 과태료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했다. 과태료를 받아낼 방법이 없으니, 그 대신 해당 국가에 주는 지원금을 깎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 것이다. 이후 외교관의 주정차 위반과 과태료 미납이 급감했다. 더는 뉴욕시에서 외교관의 주차위반과 과태료 미납이 문제시되지 않았다.

    피스먼 교수와 미겔 교수 연구팀은 뉴욕시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전과 후 각국 외교관의 주차위반 실태를 조사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주차위반 후 과태료를 100일 넘게 내지 않은 경우를 미납 주차위반으로 간주했다.

    2007년 발표된 ‘부패, 규범, 법 집행: 외교관 주차 딱지로 본 실증연구’ 논문의 첫 장.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2007년 발표된 ‘부패, 규범, 법 집행: 외교관 주차 딱지로 본 실증연구’ 논문의 첫 장.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외교관 주차위반 수치가 말해주는 것

    뉴욕시의 조치 전 미납 주차위반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쿠웨이트로, 외교관 인당 연평균 미납 주차위반 건수가 249.4건이나 됐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쿠웨이트 외교관은 사실상 매일 주차위반을 한 것이다. 2위는 이집트로 141.4건, 3위는 차드로 125.9건이었다. 수단, 불가리아, 모잠비크가 그 뒤를 이어 인당 연평균 미납 주차위반 건수가 100건을 넘는 국가는 6개국이었다. 이들 국가의 외교관은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주차위반을 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본, 노르웨이 등 22개국은 주차위반 건수가 0건이었다. 면책특권이 있었지만 주차위반을 하지 않았고, 주차위반을 하더라도 과태료를 제때 납부했다. 1건 이하인 국가는 스위스, 핀란드 등 9개국이었다.

    연구팀은 이 주차위반 수치가 해당 국가의 부패 수준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부패 수준이 높은 국가의 외교관은 주차위반을 하고 과태료를 내지 않은 건수가 유의미하게 많았다. 뉴욕이라는 같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가치관과 자신이 원래 있었던 국가 및 사회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부패 정도가 심한 나라 출신의 외교관은 뉴욕에 와서도 똑같이 비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납 주차위반 건수가 현저히 많은 국가와 0에 수렴하는 국가 명단을 살펴보면 또 다른 사실도 알 수 있다. 주차위반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제때 과태료를 낸 국가는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본, 노르웨이, 스위스, 핀란드 등 이른바 국민 소득이 높은 선진국이 많았다. 반대로 미납 주차위반 빈도가 높은 국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속했다. 

    재미있는 것은 경제적 불이익이 가해지자 이들 국가 외교관의 행동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납 주차위반 건수가 100건을 넘겼던 6개국의 위반 건수가 뉴욕시가 차량 견인, 지원금 삭감 등 조치를 취한 이후 평균 2.34건으로 크게 줄었다. 물론 잘사는 나라 외교관이 주차위반을 하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돈이 많아서는 아닐 수도 있다. 법을 지키는 문화적 습관, 본국 정부의 지침 등이 작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뉴욕시의 조치 전과 후에도 언제나 규칙을 지킨다는 결과 자체는 분명하다. 반면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의 외교관들은 지원금 삭감이라는 경제적 유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람들은 돈이 없을 때 돈에 더 민감해지고, 때로는 양심보다 돈을 앞세우게 된다. GETTYIMAGES

    사람들은 돈이 없을 때 돈에 더 민감해지고, 때로는 양심보다 돈을 앞세우게 된다. GETTYIMAGES

    돈이 없을 때 돈에 더 민감해진다

    해당 연구는 국가 단위 데이터로,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라가 부유하다고 해서 그 나라의 모든 국민이 양심적인 건 아니고,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규칙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 수준에서 확인되는 이 패턴은 개인의 경제적 여유와 도덕적 행동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볼 단서는 될 수 있다.

    돈이 없을 때 사람은 돈에 더 민감해지고, 때로는 양심보다 돈을 앞세우게 된다. 물론 해당 연구로 양심을 지키는, 그러니까 부패지수가 낮은 국가가 결국 더 부유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사실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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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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