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를 잘 설명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몰입이다. Z세대는 어떤 유행이나 콘텐츠에 깊이 빠져든다. ‘환승연애’ ‘솔로지옥’ 같은 연애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그렇다. 1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관람객 중에는 단종이라는 단어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사람이 생겼고, 단종이 유배됐던 강원 영월을 찾아가거나 세조 묘에 악플을 다는 이도 있다. 예능, 영화뿐 아니라 즐길 거리와 취미에도 진심인 Z세대가 이번 주 과몰입한 콘텐츠를 알아보자.
#사우나는 이제 Z세대 것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으로 여겨지던 사우나가 Z세대 사이에서 다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인스타그램 ‘고독한사우너’ 계정 캡처
한동안 동네 목욕탕에 가는 사람이 확 줄어든 듯 보였다. 그런데 요즘 달라졌다. 대중목욕탕은 어릴 때 어른과 손잡고 가는 곳 정도로만 여기던 Z세대 사이에서 사우나부터 쑥뜸, 약초 찜질까지 5060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건강을 생각하고 웰니스를 즐기는 Z세대에게 딱 맞는 취미”라는 주장과 “경험 소비를 즐기는 Z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의견 등이 나온다.
분명한 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우나를 리뷰하고 숨은 사우나 맛집을 찾아주는 계정이 인기를 끌 정도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고독한사우너’ 계정은 팔로어가 7만 명이 넘는다. 콘셉트는 ‘사우나에 월급 태우는 직장인’으로 #내돈내땀이라는 해시태그를 고수한다. 한국 사우나 외에 해외 사우나도 소개하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이색 사우나를 공개해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정을 살펴보면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번쩍번쩍한 최고급 사우나부터 가성비 장소까지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사우나에 진심인 Z세대 덕분에 사우나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이라면
사귈 수 있을까

‘○○이 사람이라면’ 콘텐츠에 과몰입하는 Z세대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terracewear_vintage_’ 계정 캡처
MBTI가 N인 Z세대라면 밸런스게임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상만 하던 게 콘텐츠로 만들어졌을 때 과몰입한다.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이 사람이라면 사귈 수 있을까’라는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주제는 옷이다. 특정 옷이 사람으로 재탄생한다면 사귈 수 있을지 갑론을박해보는 것이다. 옷 자체가 흥미롭다기보다 해당 옷을 재료로 상상해본 사람의 형상과 특징이 재밌다. “이런 옷을 입는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좋아할 것 같다”는 예상 멘트와 옷 생김새가 착 맞아떨어져 웃음을 준다. 콘텐츠마다 과몰입하는 댓글도 많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털어놓는 사람부터 어디서 본 것 같은 옷이나 패션까지 각자만의 후기와 댓글이 볼거리다. 소재가 꼭 옷일 필요는 없다. ○○에는 치아, 돌 등 뜬금없는 물건이 들어가도 좋다. 어디까지 콘텐츠가 확장할지 궁금해진다.
#만지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왁뿌볼

왁뿌볼을 만지작거리는ASMR 콘텐츠. 유튜브 채널 ‘프롬서희’ 캡처
Z세대는 손에 뭔가 없으면 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것을 만져왔다. 슬라임이 유행하던 시기엔 기상천외한 슬라임 모양이 탄생했고, 이를 직접 만드는 장소도 입소문을 탔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의 ‘왓츠인마이백’ 영상에 공개된 스트레스볼은 품절 대란을 낳았다. 최근 Z세대 손에서 떠나지 않는 물건은 ‘왁뿌볼’이다. 왁스를 녹여서 슬라임에 코팅한 장난감으로, 표면이 부서질 때 소리가 난다. 왁뿌볼이라는 이름도 ‘왁스 뿌시기’에서 유래했다.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로 들어도 좋을 만큼 쾌감이 느껴지고 촉감이 좋은 데다, 슬라임처럼 모양도 다양하다. 요즘은 솜사탕, 두쫀쿠 모양이 대세다. 틱톡과 SNS에서 시작된 왁뿌볼 유행으로 문구시장이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도 있다. 어쩌면 이미 눈과 귀로 듣는 ASMR로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Z세대 손에 들어갈 다음 물건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