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수많은 랜선 이모·삼촌을 만든 유이진 군.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 캡처
#랜선 조카 ‘이진이’의 등장
인스타그램을 열면 자꾸만 보이는 아이가 있다. 이제 막 세 살이 된 ‘이진이(유이진)’다. 가수 카더가든의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의 ‘아기와 나’ 편에 등장한 이진이는 형, 누나의 심장을 제대로 폭격하며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 아직 어려서 할 줄 아는 말은 ‘엄마, 아빠, 멍멍이’가 전부다. 브람스의 자장가만 틀면 바로 잠들어버리는 육아 난도 ‘극하’ 아이다. 하품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먹을 준비를 하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등 귀여운 포인트가 넘쳐난다.저출생 추세의 영향으로 Z세대는 아이를 싫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사실 Z세대는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랜선 이모·삼촌을 자처할 만큼 아기를 좋아한다. 구독자 9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태요미네’의 주인공 태하, 구독자 89만 명인 ‘리쥬라이크’의 유준이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진이는 유준이와 태하 뒤를 이은 새로운 랜선 조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순식간에 44만 명을 넘겼다. 랜선 이모·삼촌은 이진이의 유튜브 채널 개설만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랜선 조카 탄생을 목격한 Z세대, 올해도 랜선 육아가 대세다.

메추리알을 얹은 메밀소바. 인스타그램 시바테이블 계정 캡처
#배민만 쓴다고? 집밥도 Z세대 스타일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앱)을 빼고 Z세대 식단을 얘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Z세대가 배달음식만 먹는다는 건 오해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 역시 늘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팅을 자랑하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요알못’도 10분이면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레시피를 올리는 쇼츠가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다.집밥 인스타그램 계정 중에서는 ‘시바테이블(@sibatable)’이 눈에 띈다. 만드는 과정을 따라 하기보다 그저 감탄하며 구경하는 사람이 많다. 주인장의 요리 솜씨가 실력을 넘어 ‘예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게 일품이다. 감자수제비 하나도 평범하게 만들지 않는다. 곰돌이가 이불을 깔고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반죽을 빚어 만들어내는 식이다. 냄비에 넣고 끓일 때 보면 빨래하는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연어초밥도 예사롭지 않다. 연어와 밥에 김가루를 붙여 서로 꼭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마치 작은 예술작품 같다.
Z세대는 개성과 창의력을 담은 요리를 좋아한다. 배달해 먹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그래도 때로는 예쁘고 귀여운 요리를 만들어 즐기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맛뿐 아니라 감성까지 놓치지 않는 게 Z세대의 집밥이다.

주황색을 메인 콘셉트로 정해 꾸민 방. 유튜브 채널 오늘의집 캡처
#남의 집 보는 재미에 빠진 Z세대
유튜브를 시작한 스타는 꼭 랜선 집들이 콘텐츠를 찍는다. 유명인의 집이라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형형색색의 드레스룸이나 줄지어 놓은 명품 가방처럼 일반인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아이템만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 냉장고 속 간식이나 작은 인테리어 소품처럼 누구나 손쉽게 따라 살 수 있는 물건도 주목받는다.흥미로운 건 Z세대는 일반인 집에도 열광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유튜브 채널처럼 집값을 공개하고 공간을 소개하는 현실적인 집 투어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인테리어 쇼핑몰 ‘오늘의집’ 앱과 유튜브 채널이 그 사례다. 전국 자취생들이 자기 집을 자랑하는 ‘내방자랑’ 콘텐츠는 물론, 앱 내 피드에서 멋진 집 사진을 구경하기 등 소소한 즐거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Z세대는 보여지는 삶만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그들의 생각이 변했다. 집을 ‘좋아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작은 방향제 하나에도 취향을 담고, 공간 구석구석에 개성을 녹인다. ‘집 꾸미기’가 일상이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