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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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미·도달가능미’… 2024 Z세대 유행어

[김상하의 이게 뭐Z?] 부족한 품질 빗대 ‘테무’ 활용한 밈, ‘느낌 좋다’ 줄임말 화제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1-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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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 사이에선 연말마다 밈 이해도를 겨루는 이벤트가 유행한다. 마케팅 담당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는 일반 사용자까지 참여해 마케팅 퀴즈나 신조어 맞히기 퀴즈 같은 형식으로 한 해를 돌아본다. 2024년을 장식했던 주요 밈과 유행 배경, 파생된 트렌드를 한눈에 정리해보자. 이 글을 읽는 Z세대조차 “이 단어가 2024년에 유행했다고?”라며 놀랄 만한 밈도 있을 것이다.


    #핀터레스트 열풍을 이끈 ‘추구미’

    “추구미는 김고은이지만 도달가능미는 장이수” 짤. [X(옛 트위터) 캡처]

    “추구미는 김고은이지만 도달가능미는 장이수” 짤. [X(옛 트위터) 캡처]

    ‘추구미’와 ‘도달가능미’는 Z세대만의 독특한 감각을 보여주는 유행어다. 추구미는 이상적으로 꿈꾸는 미(美)를 뜻한다. 패션, 감성, 연예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된다. ‘도달가능미’는 실현 가능한 미를 뜻한다. “내 추구미는 김고은이지만 도달가능미는 장이수”라는 짤이 유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추구미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아이돌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이다. 그는 스타일뿐 아니라, ‘럭키비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의 유행어까지 만들어내 내면도 본받고 싶은 롤모델로 꼽힌다.

    패션 분야 추구미 트렌드 중심엔 핀터레스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추구하는 패션이나 분위기를 이미지로 저장하고 자신만의 감각을 피드로 정리하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내 감성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덕분에 핀터레스트는 Z세대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테무에서 산 ◯◯◯

    테무에서 산 물품을 언박싱하는 유튜브 영상. [유튜브 채널 침착맨 캡처]

    테무에서 산 물품을 언박싱하는 유튜브 영상. [유튜브 채널 침착맨 캡처]

    ‘테무에서 산 ◯◯◯’은 2024년 Z세대가 사랑한 밈 중 하나다. 다소 떨어지는 품질이나 어딘가 부족한 인상을 가진 대상에 빗대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 “테무에서 산 고경표” 또는 “테무에서 산 홍진경”이라는 식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2024년 중국 쇼핑몰 테무가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러한 밈이 유행했다. 테무는 최저가와 무료 배송으로 Z세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제품이 종종 도착하곤 했다. 소파인 줄 알고 샀는데 택배를 뜯어 보니 인형의 집에 있는 작은 소파가 도착했다는 식이다. 이러한 쇼핑 경험이 ‘테무에서 산 ◯◯◯’이라는 밈으로 발전했다. 특히 연고전 당시 연세대가 고려대를 향해 “테무에서 산 호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퀸의 해, 퀸 네버 크라이

    ‘퀸 네버 크라이’ 밈의 시초가 된 웹툰. [네이버웹툰 기자매 캡처]

    ‘퀸 네버 크라이’ 밈의 시초가 된 웹툰. [네이버웹툰 기자매 캡처]

    2024년은 다양한 ‘퀸(queen)’이 주목받은 해였다. 그중에서도 ‘퀸 가비’가 돋보인다. 댄서 가비는 특유의 당당함과 유머로 유튜브 채널 ‘가비 걸 GABEE GIRL’에서 ‘디바마을 퀸가비’로 활약했다. 2000년대 미국 셀러브리티를 중심으로 한 리얼리티쇼를 패러디한 영상 시리즈로 Z세대 사이에서 사랑받았다. 자신은 매니저 572명을 고용했으며 패리스 힐턴과 동급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보여주는 친숙한 공간이나 비주얼 등이 웃음 포인트다. ‘퀸의 마인드’ ‘◯◯ 매니저’ 등 다양한 유행어도 만들어냈다.

    여기에 버금가는 또 다른 퀸이 있다. 웹툰 ‘기자매’ 34화에 등장한 ‘퀸 네버 크라이’의 퀸이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퀸 네버 크라이”라고 말하자 울음을 그친 장면이 해외에서 밈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한국으로 역수입돼 SNS를 점령했다.

    퀸 밈의 유행에서 알 수 있듯이 Z세대는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내면의 건강함과 당당함을 추구한다. 운동, 저속노화, 뷰티에서 시작된 자기 관리 트렌드가 마음가짐과 태도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감성 카페 대신 ‘느좋’ 카페

    2024년 Z세대의 감성과 낭만을 대표하는 단어로 ‘느좋’(느낌 좋다의 줄임말)이 유행했다. 주로 ‘예쁘다, 멋지다, 감성적이다’의 대체어로 활용된다. “감성 있는 카페” 대신 “느좋 카페” 발견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고 일상에서 긍정 의미를 발견하려는 Z세대 가치관과도 관련 있다.

    2025년에는 보통의 하루라는 트렌드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일상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려는 흐름이다. 느좋 같은 표현은 앞으로도 Z세대가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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