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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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 완판’ 엔비디아, 실적·주가 질주 기대감

모건스탠리 제시 목표주가 150달러… 글로벌 빅테크, 1년 치 물량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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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10-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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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클라우드는 10월 15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블랙웰을 사용해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구글 클라우드는 10월 15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블랙웰을 사용해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블랙웰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수요 역시 엄청나다. 모두가 가장 많은 양을 원하며, 가장 먼저 받고 싶어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최신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10월 14일(이하 현지 시간) 장중 139.6달러를 찍는 등 전 고점(140.8달러)을 위협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실적 충격으로 15일에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내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랙웰이 4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시장에 퍼진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블랙웰, 수십억 달러 매출 기대

    블랙웰은 올해 엔비디아 주가를 결정짓는 주된 요소였다. 블랙웰은 이전 모델보다 연산이 2.5배 빨라 ‘괴물칩’으로 불리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수율 문제로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관련 소식이 처음 알려진 8월 엔비디아 주가는 전 고점 대비 35.6% 하락해 90.7달러에 도달했는데, 이는 하반기 최저가였다. ASML이 10월 15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장비 예약 금액이 시장 기대치(56억 유로·약 8조9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억 유로(약 3조8500억 원)임을 밝히며 반도체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엔비디아는 다음 날 주가 하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황 CEO의 인터뷰로 블랙웰 공급 우려가 잦아들면서 엔비디아 주가도 전 고점을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미 1년 치 블랙웰 물량이 ‘완판’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 경영진과 면담 후 10월 10일 엔비디아를 반도체업계 ‘톱 픽(top pick)’으로 재확인했다. 엔비디아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1년 치 블랙웰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 목표주가 150달러(약 20만 원)로 제시하며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AI이고 의심의 여지없이 엔비디아가 AI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분석했다. 황 CEO는 4분기 블랙웰에서 수십억 달러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모건스탠리 측은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랙웰 가격은 개당 3만~4만 달러(약 4000만~5400만 원)로 예상된다.

    완판 주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다. 아마존 웹서비스(AWS),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통해 생산되는 블랙웰을 대거 구매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업체들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블랙웰을 자사 서버에 적용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엔비디아는 10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GB200 기반 AI 서버를 갖춘 블랙웰 시스템을 구동하는 첫 클라우드 솔루션 제공업체가 됐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 역시 10월 15일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블랙웰 제품군으로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블랙웰 수요가 치솟으면서 엔비디아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TSMC만으로는 블랙웰을 원활히 공급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이 블랙웰 생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벤저민 팅 폭스콘 클라우드 기업솔루션부문 선임 부회장은 10월 8일 “세계 최대 규모 제조시설을 건설해 AI의 대명사인 블랙웰 플랫폼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구상 가장 큰 블랙웰 서버 생산시설을 (멕시코에) 짓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 추운 겨울 안 온다”

    엔비디아 독주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는 현시점 반도체 산업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자율주행 등 응용 분야가 굉장히 넓어 관련 시장이 앞으로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갖고 이에 걸맞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동안 엔비디아 성장세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블랙웰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가 사용된다. 이에 엔비디아에 HBM3E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블랙웰 울트라 1개에 HBM3E 12단 제품이 8개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 모델인 호퍼 시리즈에 HBM3E 8단이 5~6개가 사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HBM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게 공급하며 대응에 나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5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당사 HBM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AI 반도체 관련 기업이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을 경고했는데, 한국은 레거시 반도체 부문이 위축되더라도 AI 반도체 수요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아주 추운 겨울은 안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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