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6일 기자가 CU홍대상상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우측에 자리한 가로 6m, 세로 2.5m 크기의 총 100칸짜리 초대형 라면 전용 진열장이 확 시선을 끌어당겼다. 마치 도서관에 진열된 책처럼 형형색색 봉지라면이 칸칸이 꽂혀 있었다. 이 초대형 진열장을 채운 라면은 신라면, 진라면, 불닭볶음면 등 한국을 대표하는 K-라면 90종에 일본 삿포로 라멘 소유, 후지와라 홋카이도 하코다테 소금 라멘, 베트남 쌀국수, 인도네시아 미고랭 등 해외 라면 15종을 더한 총 105종의 봉지라면이다.
봉지라면이 책처럼 진열된 ‘라면 라이브러리’. [박해윤 기자 ]
“군대에서 먹던 라면 맛 그리워 찾아왔어요”
보통 편의점에서는 컵라면과 봉지라면 매출 비중이 7 대 3으로 컵라면이 주력 상품이지만, CU홍대상상점은 반대다. 봉지라면의 구색을 대폭 강화해 라면 마니아, K-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등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K-라면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컵라면 120여 종을 더해 전체 225종의 라면을 구비함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의 라면을 판매하는 편의점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진열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면 정렬에도 원칙이 보인다. 매장 매니저에 따르면 왼쪽부터 3칸은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농심, 다음 3칸은 진라면으로 대표되는 오뚜기, 다음 3칸은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 제품이 자리하고, 마지막 1칸에 세계 라면이 모여 있다. 또한 일반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여 종의 라면보다 3배가량 많은 상품을 구비해놓으면서 각 칸 아래에 라면 맵기 정도를 5단계(Mild·Medium·HOT·Very HOT·HELL)로 표시해놓은 섬세함도 돋보였다.
부모 손을 잡고 찾아와 조리한 라면을 맛있게 먹는 형제. [박해윤 기자 ]
마침 라면 라이브러리를 살펴보다 삼양식품의 ‘볶음 간짬뽕’을 꺼내 든 30대 남성도 그런 경우였다. 부인과 함께 방문한 그는 “군대에서 무척 맛있게 먹었던 라면이라 요즘도 가끔 생각나는데 시중에는 파는 곳이 없어 일부러 찾아왔다”면서 “짜파게티와 짬뽕을 섞은 듯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즉석 라면 조리기. [박해윤 기자]
매장을 처음 찾은 이 가운데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본 라면 라이브러리에 호기심이 생겨 방문한 경우도 많다. 10세와 7세 두 아들을 데리고 매장을 찾은 부부는 “라면을 좋아하는 큰아이가 유튜브에서 보고 가보고 싶어 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두 아들의 선택을 받은 라면은 각각 불닭볶음면과 오동통면. 아빠의 도움을 받아 각각 4분30초, 3분30초간 끓인 라면을 받아든 아이들은 라면 시식 삼매경에 빠졌다.
수출액 1조 원 넘긴 K-라면 인기
2023년 탄생 60주년을 맞은 K-라면은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황금종려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하자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덩달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BTS(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자 해외 팬들이 지민을 따라 매운 라면을 먹는 영상을 올리는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황지선 BGF리테일 가공식품팀 팀장은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며 K-푸드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는 흐름에 맞춰 K-라면을 한데 모아놓은 이색 편의점을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CU는 편의점 트렌드를 선도하고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점포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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