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9

..

현대차그룹 전기차 부진

기아 EV6 4월 美 판매 대수 52.8% 급감, 1분기 글로벌 톱 10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

  • reporterImage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5-15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아 전기차 모델 EV6. [기아 제공]

    기아 전기차 모델 EV6. [기아 제공]

    1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판매에선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10대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어든 역성장을 한 것이다. 에너지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분기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11만9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12만2000대) 대비 2.2% 판매량이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량 기준 순위는 7위에 그쳤다. 같은 시기 중국 비야디(BYD)는 56만6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97.0% 성장세를 보이며 1위에 올랐다. 2위인 미국 테슬라(42만3000대)는 전년보다 판매량이 36.4% 늘었고, 3위와 5위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지리자동차도 판매량을 각각 13.1%, 40.6% 늘렸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17만8000대를 판매해(17.4% 증가) 4위를 차지했다.

    미국·중국·독일 업체들 1분기 판매량 모두 증가

    현대차그룹이 1분기 ‘전기차 역성장’을 하게 된 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사라진 미국 시장의 상황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과 기아 미국판매법인(KA)에 따르면 4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2323대, 1241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해 아이오닉5 판매량은 13%, EV6는 52.8% 급락한 것이다. 문제는 결국 가격경쟁력이다. 테슬라 미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델3’ 가격은 4만240달러(약 5320만 원)다. 여기에 미국 당국으로부터 약 3750달러(약 496만 원)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이오닉5와 EV6 의 미국 판매가는 각각 4만1450달러(약 5500만 원), 4만8700달러(약 6470만 원)로 모델3보다 비싼 데다 보조금 혜택도 없다.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테슬라 모델3와의 가격차는 각각 4960달러(656만 원), 1만2210달러(약 1600만 원)까지 벌어진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지난해 8월 IRA 시행 전까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주문이 쇄도해 대규모 물량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말까지 이 물량 덕분에 견조한 판매 실적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판매량 감소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품질만 놓고 보면 테슬라 등 경쟁사를 크게 앞지르지만, 지금처럼 미국산 브랜드와 가격차가 1000만 원 이상 나는 상황에선 소비자들에게 소구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산 전기차 당분간 뾰족한 대책 없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약세는 당장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인 리스 등 상용차 사업 분야의 비중을 늘리고, 현지 전기차 공장 완공을 서둘러 충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금리인상으로 리스 시장에서 소비자의 렌털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이 악재다. 미 당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기차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리스 비용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자동차 리스 시장 상황을 분석해보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당장 큰 성장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단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늘려 숨통을 트고, 미국 현지 전기차 공장 완공을 앞당기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항구 원장은 “현대차그룹은 최근 역대급 실적으로 자금 여유가 생긴 만큼, 향후 2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전기차를 많이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경쟁사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가 현대차와 기아에 세제 혜택 등으로 전기차 기술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자금 마련 여력을 확보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영상] “SK하이닉스, 마이크론보다 이익은 3배인데 시가총액은 낮아”

    네이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분기 영업익 첫 5000억 돌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