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3~2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이 2836억9500만 원을 기록하면서 반대매매 줄청산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GettyImages
코스피 하락에 돈 못 갚은 투자자↑
최근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개인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한 말이다. SK하이닉스가 11월 26일 종가 52만4000원을 기록해 고점 대비 약 19% 하락하자 대규모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잊을 만하면 시장을 강타하는 ‘인공지능(AI) 버블론’, 수익 실현을 위한 고점 매도 물량 등으로 코스피가 4000 선을 밑도는 가운데 그간 불어난 빚투 자금에 대한 반대매매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 처분해 투자자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조치다. 개인투자자가 결제일(2영업일)까지 주식 매수 자금을 빌리는 미수거래를 한 뒤 대금을 갚지 못하거나, 신용거래융자로 주식을 사들인 뒤 해당 주식의 담보유지비율(140%)을 지키지 못하면 발생한다. 반대매매는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증시에 큰 위협이다. 증시 약세가 담보 부족 계좌를 만들고, 이에 따른 반대매매가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롤러코스터 증시 속 반대매매 ‘줄청산’ 위험은 수치로 감지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11월(3~25일) 위탁매매 미수금은 일평균 1조 원을 넘어섰다(표 참조). 이 가운데 실제 반대매매로 이어진 금액은 연중 최고 수준인 2836억9500만 원이었다. 특히 11월 7·18·25일에 각각 300억 원 넘는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3%대로 치솟았다. 11월 초 4200대를 오가던 코스피가 이후 3900대로 내리면서 미수거래 대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향후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반대매매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비교적 상환 기간이 긴 신용거래융자에도 위험 신호가 켜졌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1월 7일 사상 처음 26조 원대로 올라선 뒤 27조 원 선을 넘보고 있다. 7일은 AI 버블론 영향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급락한 날이다. 상당수 개인투자자가 이를 단기 눌림목으로 보고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58만 원이던 SK하이닉스는 이후 50만 원대 초반으로 내렸다. 반도체 소부장주의 경우 더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금투협은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를 따로 집계하지 않으나 이 기간 빚투에 나선 투자자는 담보유지비율이 매수 시점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변동성 속 신용거래융자의 고금리,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맞추지 못한 투자자가 늘면 반대매매 줄청산이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12월 변동성 감소 확신하면 안 돼”
심상치 않은 증시 하락세에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1월 5일 88조2700억 원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25일 10조 원 넘게 내린 75조6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상반기 50조 원대에서 하반기 코스피 훈풍을 타고 40조 원 가까이 늘었다.증권가에서는 12월 이후 코스피 약세 요인이 일부 되돌림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현재를 바닥으로 단언할 수 없는 만큼 레버리지 활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5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 도달했고 일반적으로 이후 2~3주간 쌍바닥을 만드는 바닥 형성 과정을 거친다”면서도 “정확한 바닥을 알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80%로 늘었고, AI 버블론의 한 축이던 오라클에 대해서도 시장 의구심이 가라앉는 분위기”라며 “다만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오라클 실적 발표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변동성 감소를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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