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중공업의 글로벌 전력기기 ‘빅4’ 위상을 다진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美 최대 초고압변압기 생산기지로
조 회장은 미쓰비시의 공장 증설을 포함해 이 공장이 보유한 넓은 부지의 활용성에 주목했다. 당시 철도 및 수로와 인접한 총 200에이커(약 81만㎡) 부지 가운데 약 36만ft²(3만6000㎡) 규모만 공장 부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후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효성중공업은 미쓰비시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유일한 765㎸급 초고압변압기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전환했고, 2024년부터는 부지를 활용한 1차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이어 현재는 생산량을 기존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4900만 달러(약 716억3300만 원)를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및 생산설비를 2차 증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1억5700만 달러(약 2295억1800만 원)를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는 3차 증설 계획까지 내놓았다.
3차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최대 규모 초고압기 생산기지로 우뚝 서게 된다. 이로써 효성중공업은 기술 경쟁력과 현지 생산 및 공급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며 글로벌 전력기기 ‘빅4’로서 위상을 좀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 투자는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북미시장 내 확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중심의 사업 성과로 재편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측면에서 조 회장의 혜안이 빛나는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의 과감한 투자는 이미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6241억 원, 영업이익 2198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글로벌 수주고는 약 11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급증했다.

효성중공업이 운영 중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 제공
조 회장의 탄탄한 글로벌 인맥이 큰 힘 발휘
조 회장의 인적 네크워크도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은 탄탄한 ‘학(學)맥’과 ‘업(業)맥’을 갖춘 재계의 대표적인 글로벌 리더로 통한다. 미국 명문 세인트폴고교와 예일대를 졸업하며 고교생 시절부터 구축해온 미국 학맥이 효성의 글로벌 사업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조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효성 입사 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조 회장은 미국·일본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긴밀하게 교류하며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한미, 한미일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 밖에 조 회장은 팜민찐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의 핵심 인물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관세 문제 등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중동, 일본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대응책을 마련했다. 특히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을 비롯해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등 많은 정보기술(IT) 전문가 및 에너지업계 리더를 만나 에너지산업 변화와 사업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왔다.
또한 조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올해 3차례 만나 긴밀히 소통했고, 빌 리 테네시 주지사와도 만나 멤피스 공장을 북미 전력산업의 핵심 기지로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 밖에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스타게이트 등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고 적극 검토 중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이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로섬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과 악수하고 있다. 효성 제공
R&D, 신성장동력 강화로 미래 준비 박차
조 회장은 현 호황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개발(R&D), 신(新)성장동력 강화 등을 통해 미래를 계속해서 준비해가고 있다. 먼저 조 회장은 엄격한 품질 기준과 높은 기술 신뢰성을 요구하는 유럽 전력시장에서 기술로 승부하고자 10월 네덜란드 아른험 지역에 유럽 R&D 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은 미래 전력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 글로벌 연구 거점이다.조 회장은 이번 R&D 센터 오픈을 계기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전력 기술의 스탠더드를 함께 만들어가고, 효성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의 유럽 R&D 센터 전경.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이 한국전력 양주변전소에 공급한 200MW급 HVDC 시스템.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은 2017년 조 회장의 주문 아래 200MW 전압형 HVDC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실적 악화와 적자 부담 속에서도 7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200MW급 HVDC 국산화에 성공했다.
7월에는 경남 창원공장에서 HVDC 변압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은 국내 최대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생산시설이다. 효성중공업은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시스템 제작 시설 증축과 R&D 등 HVDC 사업에 향후 2년간 총 3300억 원을 투자한다.
효성중공업은 앞으로 2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국내외 대형 송전망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 회장은 “HVDC는 단순한 송전 기술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며 “효성중공업이 전 세계 HVDC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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