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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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장” 외치며 육탄 저지 나선 尹 지지자들

한남동 관저 입구 2, 3일 약 1만 명 집결… ‘MZ우파 연합’ 등 일부 청년도 참여

  •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1-03 1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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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육교 아래에 윤석열 대통령 수호 집회 참여자들이 몰려 있다. [지호영 기자 ]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육교 아래에 윤석열 대통령 수호 집회 참여자들이 몰려 있다. [지호영 기자 ]

    “김어준 방송 보는 좌파 프락치다! 네가 여기 왜 와!”

    “비상계엄에 찬성한다고? 닭대가리냐?”

    1월 3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로 진입을 시도하자 신자유연대·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으로 이뤄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아래 시위대)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불법 영장”, “나라도 계엄한다”고 소리쳤다. “윤석열 구속”을 외치던 남성과 “이재명 구속”을 외치던 또 다른 남성 사이에서 서로의 어깨를 미는 몸싸움이 벌어져 두 시민 모두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관저 입구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200여 명이 모였다.

    새벽 6시부터 모인 시위대

    윤 대통령 체포를 앞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 정문 앞에 시위대 1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몸싸움에 대비해 남성들을 무리 앞으로 세우며 대열을 정비했다. 시위대에 섞여 있던 40대 여성 이모 씨는 “한남초교 앞도 관저로 가는 여러 길목 중 하나라 지키고 있다”며 “공수처가 들어오면 여기서부터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 검증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든 한 중년 남성은 “공수처가 (체포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밀고 올라오면 경찰이고 뭐고 싸워야지”라고 소리쳤다. 또 다른 남성은 시민을 통제하는 경찰에게 “경찰들은 잘 판단하라. 나라가 있어야 연금을 받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전 7시 14분 검은색 공수처 차량 5대가 윤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철제 대문 앞에 도착했다. 관저 건물까지 차로 이동하지는 못했다. 경호처와 55경비단이 군용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으로 관저로 향하는 입구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8시쯤 공수처 차량에서 30여 명이 내려 관저 안으로 걸어갔다. 관저 입구 대문 인근에는 3열 횡대로 선 경찰들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날 관저 인근에 배치된 경력은 2700명으로 공지됐다.

    공수처가 관저 경내로 진입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언성을 높였다. 한 손에 태극기, 한 손에 성조기를 들고 “불법 영장! 불법 영장!”이라고 외쳤다. 누군가 “우리가 대통령을 지켜야 하지 않냐”고 소리치자 “옳소!”라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 강남구에서 온 변모 씨(49)는 “살면서 집회에 처음 나와 본다”며 “공수처와 해외 언론에게 윤 대통령의 체포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변 씨는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대통령 관저 바로 앞까지 가려고 했으나 경찰의 차벽에 막혀 관저에 가까이 가지 못한 것이 너무 슬프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부터 시위대열 외곽엔 컵라면을 나눠주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노란색 대형 주전자와 냄비에 물을 끓여 한 국자씩 컵라면에 물을 부어줬다. 컵라면을 하나씩 받은 시위대는 갓길에 나란히 모여 앉아 뜨거운 국물을 들이켰다.

    경광봉 15개 한꺼번에 사 가기도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임경진 기자]

    1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임경진 기자]

    관저 인근의 집회 분위기는 전날 저녁부터 고조됐다. 2일 한남동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8000명이 모였다. 5차선 도로 중 4차선을 차지한 시위대는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50대 여성 홍모 씨는 “그동안 선거가 전부 부정선거라 민의가 대변되지 않았다”며 “부정선거를 밝혀내자는 마음을 담아 구호를 크게 외쳤다”고 말했다. 20대 시위 참가자는 “우리의 억울함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구호를 영어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2일 저녁 7시 집회 대열 외곽에서는 태극기, 성조기, 경광봉, 간이 방석 등 집회 도구를 판매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집회 도구를 팔았다는 A 씨는 평소보다 도구를 많이 팔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말없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A 씨 자리 근처에는 경광봉 50개가 든 대형 박스 8개, 경광봉을 담은 빈 하얀색 작은 상자 수십 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매대를 찾은 집회 참여자는 “경광봉 큰 걸로!”라고 소리쳤다.

    이곳에서 경광봉 15만 원어치를 한꺼번에 산 B 씨는 자신을 ‘MZ우파 연합’이라고 소개했다. 1988년생인 B 씨는 ”180명 모인 단톡방이 있는데 오늘 사람을 모아서 15명 정도 같이 왔다”고 말했다. 동행한 22세 C 씨도 “광화문 시위만 가려고 했는데, 카톡방과 유튜브를 계속 보다 보니 관저 앞에 안 올 수가 없더라”며 “이렇게 막무가내로 잡아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공수처와 경호처는 3일 오전 8시부터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5시간 넘게 대치했으며, 이날 오후 1시30분쯤 공수처가 안전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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