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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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선거판…나 어떡해”

야권 예비후보들 ‘기초 무공천 확정’ 소식에 무소속 연대 결성 움직임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4-03-10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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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막한 선거판…나 어떡해”

    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

    6·4 전국동시지방선거(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기초선거 후보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천에 사활을 거는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들과 달리 통합신당 측 예비후보들은 인지도를 높일 방법을 찾느라 전전긍긍이다. 6·4지방선거에서 통합신당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데다, 기존 정당에 밀려 후순위 기호를 달게 돼 유권자에게 보여줄 ‘차별화 카드’가 거의 없다. 중앙당 차원의 조직적인 선거 지원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공동 선거운동을 위한 ‘무소속 연대’ 움직임도 보인다. 무공천이 확정되자 ‘원조 친안(親安·친안철수)’ 인사를 자처하며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한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는 “현행 선거법상 후보등록일(5월 15일) 전날까지 민주당 후보라고 알릴 수 있다지만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고 당 지원 없이 ‘나 홀로 선거’를 치르려니 막막하다”며 “각 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1~2명이 출마하던 과거에는 당명과 기호를 보고 투표하는 고정 지지층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호 알리기에도 벅차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한 관계자의 말에서도 막막함이 묻어난다.

    “무공천에 대비해 내 나름대로 전략을 짜왔지만 판 자체가 크게 흔들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 수도권의 경우 광역단체장 후보와 기초 후보가 일종의 ‘세트’로 유권자에게 인식되기 때문에 기초선거 출마자는 자신의 선거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전체 판 흐름에 따라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야권 경기도지사 단일후보가 누가 될지, 최종 후보 결정 방식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초선거 후보들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뭐가 뭔지 정신없다.”

    “선거전략 실종 최악의 깜깜이”



    경기도에서 민주당 소속 현직 기초단체장에게 도전장을 낸 새정치연합 예비후보자 A씨도 ‘깜깜이 선거’를 우려했다.

    “경기도는 31곳 중 19곳이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다. 그들은 ‘현역 프리미엄’을 지녔고, 인지도가 높아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같은 도전자는 당이 적극 나서 바람몰이를 해야 하는데, 현행 선거법상 명함에 ‘안철수와 함께하는 새정치’ 문구를 넣어 알리는 게 전부라 역부족이다. 기호도 5번 이하를 부여받는데, 새 정치 인사라는 것을 기억하고 투표할 유권자도 없다.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다.”

    서울 한 기초단체장 출마예정자인 새정치연합 소속 B씨도 비슷한 반응이다.

    “우리는 조직과 세력이 약해 그동안 조직 강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역 민주당 기초의원 가운데 일부가 우리 쪽에 참여하려 했는데, 갑자기 통합신당 창당 선언을 해 엉거주춤한 모습이 됐다. 여기에 복지공약 후퇴, 기초선거 공천 폐지 약속 미이행 등을 부각해 새누리당과 차별화하고 지지층을 끌어 모아야 하는 이 시간에 통합 논의로 선거운동이 ‘올 스톱’됐다. 차라리 새 정치 내세우고 고군분투하는 게 더 나았다. 당 지도부가 원망스럽다.”

    6·4지방선거에서는 통합신당이 기초선거에서 공천하지 않아 기초의원·단체장 선거 투표용지에 ‘기호 2번’이 아예 사라진다. 1번 새누리당, 3번 통합진보당, 4번 정의당 순으로 표시된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 기호는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을 상대로 의석수에 따라 차례로 매기고, 그다음에 국회 의석이 없는 정당의 이름 가나다순(順)에 따라 기호를 준다. 무소속은 추첨을 통해 정당 후보보다 뒤 번호를 나눠 갖는다. 현재 등록된 정당은 14개. 따라서 신당 후보는 최악의 경우 15번 이하 기호를 받을 수도 있다. 통합신당 후보들은 자신의 기호와 이름을 유권자에게 따로 알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경기 수원시에서 기초의원 선거를 준비했던 C씨는 아예 정당공천을 하는 광역의원 출마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독자 창당했으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배정받았을 테고, 중앙 차원에서 지원하면 후보를 잘 알릴 수 있었다. 이젠 ‘기호 프리미엄’도 없어졌고, 알릴 방법도 마뜩잖아 기초의원 대신 광역의원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야권 약세 지역인 영남은 기초의원 무공천으로 더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그나마 3인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 당선 가능성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에서는 보통 3인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1, 2등을, 민주당 후보가 3등을 해 겨우 1명 당선된다. 호남 출신,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가 ‘기호 2번’ 민주당을 찍어 그나마 당선된 것이다.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 선거비를 보전받을 득표율(유효투표의 15% 이상 득표하면 기탁금과 선거비 전액, 10~15%는 절반을 반환 및 보전받을 수 있다)도 얻지 못할 거 같다. 그러니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은 선거비로 4000만~4500만 원 정도를 썼는데, 이 돈을 날릴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도 커졌다.”

    당 구속력 떨어지자 너도나도 기웃

    “막막한 선거판…나 어떡해”

    2월 28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정치연합(가칭) 광주시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초선거 무공천 선언으로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 후보자들이 안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에 활용하려고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2010년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에서 부산의 경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93명, 민주당(28명) 등 야권이 65명의 당선자를 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무소속 연대’를 만들거나, 새정치연합 소속 출마 예정자가 ‘새 정치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공동 선거운동을 벌이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 한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 D씨의 말이다.

    “새정치연합 후보로 나선 이들 중에서도 이 당 저 당 기웃거린 인사나 ‘헌 정치’에 물든 인사도 많다. 그래서 참신한 새정치연합 출신 구청장 후보끼리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밴드’를 만들어 함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무소속 연대라도 만들어 알려야 할 판이다. 민주당 현직 구청장 사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경기도의 또 다른 기초단체장 후보 E씨는 “오랫동안 지역구를 닦아놓았는데, 최근 무공천 방침이 확정되니 대선 때부터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원조 친안’ 인사가 갑자기 등장해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며 “정당공천을 했다면 당 심사 과정에서 과거 활동을 검증할 수 있지만 무공천으로 당 구속력이 떨어지니 별의별 사람이 다 안철수를 판다”며 혀를 내둘렀다.

    반면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인지도가 높을수록 ‘잘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2012년 민주당에서 탈당해 서울 한 구청장 선거에 도전한 한 예비후보의 분석이다.

    “통합신당이 진용을 갖추면, 민주당 출신에 통합신당 소속이고, 안철수 후광 효과도 받게 된다. 물론 통합신당 진영 내에서 경선이든 여론조사든, 후보 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지역 기반을 잘 닦아놓은 만큼 자신 있다.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면 민주당 고정 지지표에 안철수 지지표까지 끌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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