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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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사이버 권력 둘러싼 청와대 혈투

단독 | 사이버테러법 둘러싼 靑 권력다툼 내막

대통령 결재받은 법안 뒤집고 ‘국정원 총괄’ 밀어붙여…주무 비서관도 국정원 출신으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6-03-11 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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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주간동아’는 이와 관련해 어느 부처가 사이버 총괄 임무를 맡느냐를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치열한 다툼의 전모를 단독으로 취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간 사이버안보 문제를 총괄해온 군 출신 청와대 비서관을 국정원 출신으로 교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신인섭 현 사이버안보비서관을 경질하고 국정원 출신으로 후임자를 임명하고자 국정원 측에 추천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 3월 3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안보실 직제가 개정되면서 만들어진 사이버안보비서관 직위는 2014년 12월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으로 사이버보안 문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신설됐다.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하는 각종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고 예방책을 전담’하는 자리. 지난해 4월 임명된 신인섭 비서관은 육군사관학교 41기로 국군사이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이 분야 전문가다. 취임 1년이 지나지 않은 주무 비서관의 교체는 분명 이례적인 일. 신 비서관이 대과(大過) 없이 업무를 수행해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 관계자들의 공식적인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교체는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를 전제로 한 후속 조치에 가깝다. 5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이 법은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온라인 버전’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핵심은 국정원장 직속으로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해 공격 정보를 탐지하고 대응하는 주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한 당국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이버안보 업무의 중심축이 국정원으로 옮겨가는 만큼 청와대에서 이를 총괄할 정책 사령탑 역시 국정원이 맡아야 한다는 게 교체 추진의 이유”라고 전했다.



    ‘국정원 세력 확장’ 정부 안에서도 우려

    그러나 이번 인사 결정의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면 폭발력이 훨씬 큰 사안이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월 8일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이 해킹된 사실을 공개하는 등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온 일련의 행보에는 그간 이어져온 청와대 내부의 치열한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사이버테러 방지를 포함해 ‘온라인 세상 전체에 대한 관할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를 두고 국정원과 군, 검찰 출신 청와대 당국자들이 뒤엉켜 벌인 1년 가까운 이전투구다. 신 비서관의 교체 결정은 그 결과물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사태의 뿌리는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이 신설된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무 특성상 비서관을 포함한 일부 직위는 군 출신이 맡았지만 구성원 상당수는 국정원에서 파견한 행정관으로 채워졌다. 초기부터 이들 사이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고, 그중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사이버테러방지법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청와대는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안을 고심했으나 이 경우 국정원의 권한 비대화를 우려하는 야당 측 반대에 부딪혀 모두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었다는 것. 신 비서관은 두 법안을 분리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주로 제시한 당사자였다.
    그 대신 신 비서관은 국정원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현재의 법안 대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는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에 무게를 두고 추진해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았다는 게 당시 상황에 정통한 인사들의 말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공개했을 정도로 공식화된 결정이었다는 것. 반면 이와 더불어 국정원 출신 파견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갈등은 2월 초 청와대가 국정원 차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새로 임명된 국정원 수뇌부 일부가 신 비서관이 준비해온 법안을 뒤엎고 국정원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두는 현재의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신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아낸 국정원은 3월 들어 공세적인 국회 통과 행보에 나선다.
    일련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사이버안보 문제를 둘러싼 정보기관과 군 사이의 오랜 갈등 구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안보와 정보, 범죄, 기술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의 특성상 관할권을 주장할 근거가 있는 정부 부처도 다양하다. 이를 총괄하는 임무를 특정 부처가 맡을 경우 조직 확장이나 예산 증액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2000년대 초반 이래 국정원과 군, 검경, 과학기술 담당 부서까지 뛰어들어 주도권 다툼을 벌인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을 이 지난한 싸움의 최종승자로 만들어주는 제도적 장치인 셈. 군 출신인 신 비서관이 사실상 이에 반기를 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직속상관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이를 용인 혹은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안보실로서는, 사이버테러방지법으로 국정원의 활동 폭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보실 비서관 5명 중 2명이 정보기관 몫

    흥미로운 대목은 일련의 논쟁이 한창이던 2월 무렵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이 사실상 국정원의 손을 들어줬다는 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검찰 출신이 주를 이루는 민정수석실의 속성을 감안하면 역시나 국정원의 사이버 총괄에 비판적이어야 아귀가 맞기 때문. ‘친정’인 검찰과 오랜 긴장관계를 이어온 우병우 민정수석의 개인적 이력이나, 국정원 2차장에 새로 임명된 최윤수 2차장과의 친분이 입길에 오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신 비서관의 교체는 결국 ‘국정원 총괄안’이 정부의 최종 입장으로 결정된 후 이에 반대했던 이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사이버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에 국정원 출신을 임명한다는 결론만으로도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 관련 논란이 한층 심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청와대 내부에서 확대되는 국정원의 ‘존재감’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만 해도 안보실에는 국정원 출신 비서관이 전무했지만, 최근 국정원 1차장으로 영전한 김진섭 정보융합비서관이 2014년 임명되면서 첫 물꼬가 트였고, 사이버안보비서관까지 국정원 몫으로 돌아갈 경우 총 다섯 자리인 비서관 가운데 두 자리를 정보기관이 맡게 된다. 가히 ‘국정원 전성시대’인 셈.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2014년 김진섭 비서관 임명 당시 청와대는 이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신 비서관의 교체 및 국정원 출신 임명 결정 등과 관련해 3월 9일 ‘주간동아’는 청와대와 국정원 측에 공식 질의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 문제는 언급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짧게 답했고, 국정원 대변인실은 “아는 바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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