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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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체중 관리는 나를 사랑하는 법”

평생 다이어트하는 의사 김유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6-03-14 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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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현(29·사진) 씨는 온라인 세상에서 ‘다닥’으로 통한다. ‘다이어트하는 닥터’의 줄임말이다. 이름 그대로 그는 현직 의사이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체중이 평균을 넘었던 김씨에게 다이어트는 생활의 일부였다. 살을 빼려고 여러 차례 무작정 굶었고, 약도 먹어봤으며, 시술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 인턴을 끝낼 무렵인 2012년 2월,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 측정 체중이 95kg이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나마 인턴 막판에 고생하며 살이 좀 빠진 게 그 정도였어요. 문득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몸도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무릎과 발바닥이 쑤셨고, 계단을 몇 개만 오르내려도 금세 숨이 찼다. 건강하게 살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는 레지던트를 하는 대신 ‘나를 돌보기 위해’ 병원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나라도 나를 사랑해야지”

    처음엔 느리게 걸었고, 몸이 가벼워진 뒤부터 근육운동을 병행했다. 그 시작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김씨는 2012년 가을까지 30kg 이상 몸무게를 줄였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체중 65~70kg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체격으로 보자면 그는 결코 날씬하지 않은 상태다. ‘인바디’ 기준으로 ‘(경계형) 비만’에 해당하고, 종종 오지랖 넓은 사람들에게 “살 좀 빼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 내 몸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사이 국제퍼스널트레이너(NSCA-Certified Personal Trainer)와 생활체육지도자(보디빌딩     3급) 자격을 취득해 명실상부한 운동 전문가도 됐다.  
    “돌아보면 그전에는 늘 뚱뚱한 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한 것 같아요. 살 하나 못 빼는, 게으르고 절제력 없는 내가 싫어 더 독하게 밥을 굶었죠. 그 덕에 꽤 체중을 줄인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유지가 되나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저 자신이 더 싫어지는 거죠. ‘역시 나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폭식을 하고…. 그렇게 여러 번의 다이어트는 몸과 마음만 상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2012년엔 달랐다. ‘나는 뚱뚱하긴 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조금만 살을 빼면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인 사람이 될 거야’라는 생각이 다이어트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그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준 건 ‘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마크 마이어스 저) 같은 여러 권의 책이었다고 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뚱뚱한 나를 세상 누가 사랑하겠어. 나라도 사랑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한 거 같아요. 그런데 차츰 책 내용에 세뇌가 됐는지, 어느 날 보니 제가 밑도 끝도 없이 저를 사랑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인턴생활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것도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뚱뚱한데도 사람들이 나와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봐’라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해 체중이 60kg 가까이까지 줄어들고 많은 사람이 김씨의 달라진 모습에 찬사를 보내자 오히려 위기가 찾아왔다. 간신히 사랑하게 된 과거의 자기 모습이 지워버려야 할 ‘끔찍한 존재’가 되면서 ‘다시 살이 찌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이 찾아온 것이다. 자존감이 추락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는 그를 폭식-우울-폭식의 악순환 속으로 몰아넣었다.
    “한번은 피자 라지 사이즈에 파스타, 치즈스틱을 시켜 혼자 다 먹어치우고는 엄청나게 울었어요. 위가 아프고 토할 것 같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참을 수 없었거든요.”  
    이 구렁에서 그를 구한 건 다시 책이었다. 이번엔 ‘가짜식욕이 다이어트를 망친다’(지닌 로스 저)가 큰 도움이 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어떤 음식도 내가 느낀 박탈감과 여기에 뒤따르는 광기에 의해 만들어진 공허함을 메워줄 순 없다’고 말한다. 김씨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 폭식보다 더 나쁜 건 그 뒤에 찾아오는 우울과 자기혐오거든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폭식을 하고 나면 저 자신에게 말을 걸었어요. ‘좀 많이 먹었지만 괜찮아. 뭐가 힘들어서 그렇게 먹었지? 지금도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 욕구가 찾아오지만, 그걸로 예전처럼 큰 고통을 받진 않아요.”





    “뚱뚱해도 괜찮아”

    이후 김씨에게 다이어트는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됐다. ‘소중한 내가 좀 더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식이를 조절한다. 정해둔 규칙은 없다. 춤추고 싶은 날은 온종일 춤을 추고, 걷고 싶을 때는 걷는다. 음식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그 대신 일주일에 4~5회 운동하기,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먹지 않기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김씨는 “다이어트에 정답은 없다. 평생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다시 살이 찌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평생?’ 하면서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양치질을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평생 번거로운 양치질을 해야 하지만 그걸로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잖아요. 한 번 빼먹는다고 자학하거나 다시는 안 하겠다며 치약과 칫솔을 던져버리지도 않고요. 다이어트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운동을 하루 빼먹거나 어쩌다 한 번 폭식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그때부터 또다시 잘하면 돼요.”
    이런 확신을 갖기까지 여러 책의 도움을 받은 김씨는 지난해 자기 경험을 담은 책 ‘뚱뚱해도 괜찮아’를 펴냈다. 2013년부터 매달 한 번씩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blog.naver.com/1to9)에서 신청받아 ‘비만을 아는 우리만의 이야기’(비우기)라는 모임도 열고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김씨는 “알코올중독자들의 자조모임(Alcoholic Anonymous·AA)이 알코올중독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며 “과거 나처럼 많이 뚱뚱한 사람은 주위 시선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그런 서로를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자는 게 ‘비우기’ 모임의 취지”라고 밝혔다.
    “저는 굉장히 많이 살이 쪘던 제 경험이 의사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다이어트하는 닥터’로서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김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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