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퇴직급여(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에 대한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이혼 배우자가 퇴직연금을 관할 연금공단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이혼 배우자는 법원으로부터 퇴직연금 등 퇴직급여에 대한 분할 판결을 받고도 매달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을 받지 않고서는 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퇴직연금을 수령할 방법이 없었다. 이는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관련 법률의 수급권 제한 규정에 묶여 현실에선 빛을 발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었다.
2014년 7월 대법원은 장래 받게 될 퇴직급여에 대해서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2012므2888)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퇴직연금에 대한 재산분할의 비율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혼인생활의 기간, 맞벌이 여부, 별거 기간 등을 고려해 35%부터 50%까지로 정해졌다. 문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1항의 수급권보호 조항이었다. ‘퇴직연금제도의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
따라서 이혼 배우자는 대법원의 퇴직연금 재산분할 판례에도 퇴직연금을 포함한 퇴직급여는 채권 양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공무원연금법 등도 마찬가지다. 이혼 배우자가 재산분할 비율에 의해 매달 정기적으로 퇴직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매달 가정법원의 이행명령을 받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법원은 이행명령을 위반하는 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3회 이상 의무이행을 하지 않으면 30일 범위 내에서 감치(구금)하는 간접강제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이혼 배우자 A씨가 2015년 8월 4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재산분할금 지급 청구소송(2015가소109971)에 대해 원고(A씨)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공단은 B씨(A씨의 남편)에게 지급할 연금의 25%를 매달 20일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남편 B씨의 잦은 외도와 가정폭력, 무시 등을 참다못해 결혼 40여 년 만인 2014년 황혼이혼을 결심했다. 이혼소송 임의 조정절차에서 B씨는 재산분할로 매달 지급되는 연금 25%를 A씨에게 주기로 하고 공단에 대한 B씨 자신의 연금 청구권을 A씨에게 이전하는 데 동의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공단 측에 B씨 연금의 25%를 자신에게 직접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단이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한 것.
A씨(원고) 측 요구에 대해 공단(피고) 측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자는 교직원 본인이고, 예외적으로만 유족이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며, 원고의 청구는 양도 또는 압류 및 담보 제공을 금지하는 규정에도 저촉되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해 직접 퇴직연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1심 법원 담당판사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장래의 퇴직급여 채권 중 일부를 재산분할로 이전받은 배우자는 충분히 퇴직급여 채권자인 교직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단 측 주장을 배척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재산분할 대상이 된 장래 퇴직연금에 대해 이혼 배우자의 공단 직접 수령을 인정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공단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항소심 결과를 떠나 대법원이 인정한 장래 퇴직급여 재산분할의 실질적이고 궁극적 보장을 위해선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