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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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요토(謠土)불이’의 30년 집념

‘민요박물관’ 디딤돌 놓은 최상일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입력2016-02-29 13: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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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일(59) 씨는 ‘민요 피디(PD)’다. 지난 연말 MBC 퇴사 후 인터넷 공간에 ‘우리소리연구소’(blog.daum.net/sichoi2)를 차렸다. 이 블로그에는 ‘읽을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하다. 먼저 세계 전통음악이 호기심을 북돋운다. 나일 강 상류의 흑인음악이 거칠게 나오다 터키의 신비주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기타로 연주되는 그리스 민속음악이 한없이 반복되고, 폴리네시아 라이아테아 섬 주민들의 합창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30여 년 피디 생활은 우리 민요와 더불어 온 삶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지금 이 소리는 전남 해남에서 내려오는 논매는 소리입니다.” 매일 새벽 MBC 라디오에서 이런 말로 시작했다. 길지도 않고 딱 1분이었다. ‘모심는 소리’ ‘배고사 소리’ ‘상여 소리’ ‘장타령’ 등. 그것이 묻혀 있던 토속 민요가 세상으로 나오는 소리였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 겸 진행자가 최상일 피디였다. 2014년 8204회로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최 피디는 120개 시·군의 900여 마을을 찾아다녔고, 2만여 명을 만나 ‘민요’를 채록했다. 나이 지긋하던 소리꾼은 대부분 고인이 됐고 채록한 소리만 남았다.
    최 피디는 민요가 나올 만한 지역의 마을 이장 앞으로 설문지를 보냈다. 답신이 오면 그 마을로 술과 돼지고기를 사들고 팀원들과 찾아갔다. 1년의 절반은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농한기에는 거의 매주 출장이었다.
    민요도 통속 민요가 있고 토속 민요가 있다. 나운규의 영화에 들어간 아리랑은 통속 민요이고, 이 노래가 나오게 된 바탕인 정선아라리가 토속 민요다. 민요 중에서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가 전래 동요다. 최 피디는 신토불이(身土不二)처럼 ‘민요와 땅이 하나’라는 뜻의 ‘요토불이(謠土不二)’를 강조한다. “우리가 부르던 노래 ‘세노야’는 일본 말입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쎄쎄쎄’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도 일본에서 들어온 동요죠.” “우리 삶이 녹아 있는 토속 민요는 중요합니다. 부르는 사람이나 마을마다 변화가 아주 무쌍하고 엄청난 콘텐츠가 그 속에 있어요.”
    최 피디는 2002년 전국에서 채록한 민요를 분류해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을 따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돌베개)란 제목을 붙인 이 책은 이듬해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을 받았다. 요즘 그는 평생 작업을 수확하는 소식에 마음이 즐겁다. “우리나라 첫 민요박물관이 2018년 서울 창덕궁 앞 돈화문로에 문을 엽니다.” 서울시가 6월 9일 개관하는 돈화문 국악예술당 옆에 민요박물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최 피디가 채록한 1만8000여 곡의 민요가 자리 잡을 보금자리다. 북한에 저작권료를 내고 가져온 민요들과 요즘 한창 채록 중인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민요들도 일반과 만나게 될 공간이다. 케이팝(K-pop) 스타 원타임(1TYM)이 ‘쾌지나칭칭’을 부르는 것처럼 그는 토속 민요를 재창조해 세계 청소년들이 흥얼거리기를 바란다. 그가 채록한 민요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www.urisori.co.kr)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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