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럽 5대 리그에서 가장 좋은 폼을 보여주는 공격수는 오마르 마르무시(25·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다. 지금 같은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칠 수도 있어 보인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최근 유럽축구계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로 마르무시를 꼽았다. 이번 분데스리가 시즌 개막 후 마르무시는 총 8경기에서 9골과 4도움을 달성했다(이하 10월 29일 기준). 유로파리그, DFB 포칼까지 합치면 총 12경기에서 10골과 7도움이다. 유럽 최고 골잡이 케인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36골을 기록해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8골을 보탠 케인은 올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한 시즌 최다 득점 선수에게 주어지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런 기세라면 마르무시가 케인의 아성을 넘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마르무시에겐 “빠른 발이 강점이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랬던 그가 잇달아 골을 터뜨리며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축구계 최고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이다. 10월 29일 임 위원을 만나 마르무시의 최근 활약상과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박해윤 기자]
“지금 흐름 유지하면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
최근 마르무시의 활약을 평가한다면.
“현재 마르무시는 분데스리가에서 케인과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시즌이 아직 극초반이긴 하지만 경기당 1골을 넣는 격으로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월 27일(현지 시간)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하긴 했지만, 그전까지 리그 6경기 연속 골을 넣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극초반 유럽축구 리그에서 페이스가 가장 좋은 공격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같은 흐름만 유지한다면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것이다.”
그동안 마르무시의 커리어와 역량은 어땠나.
“이집트 출신인 마르무시는 이집트 프리미어리그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거기서 VfL 볼프스부르크 스카우터의 눈길을 끌어 2군팀에 영입돼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하지만 마르무시는 볼프스부르크 2군에서 다소 오랜 시간을 보낸 끝에 1군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 후 장크트파울리에 임대 선수로 갔는데, 7골을 터뜨리며 유럽 무대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다만 볼프스부르크 1군에서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마르무시는 경쟁팀 VfB 슈트트가르트로 다시 임대돼 3골·5도움을 기록했다. 2022∼2023시즌에는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해 6골·1도움을 올렸다. 직전 시즌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한 마르무시는 41경기에서 17골과 6도움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 같은 성적을 보면 알겠지만 지금 같은 득점 페이스는 마르무시로서도 처음이다. 기존에 마르무시에게 뒤따르던 평가를 종합하면 이렇다.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 때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파괴력은 인상적이지만, 막상 공을 잡았을 때 마무리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복이 심하다는 아쉬움이다. 이번 시즌 이런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인상을 팬들에게 남기고 있다.”
주된 플레이 스타일과 강점은.
“마르무시가 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이 선수에게만 시간이 몇 배속으로 흐르는 것처럼 정말 빠르다. 같은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한창때 모습을 보는 듯하다. 쭉 밀고 들어갈 때 폭발력이 있고, 한번 스피드가 붙으면 속도를 쭉 유지한다. 이런 능력 덕분에 순간적으로 공간이 주어질 때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상대 골문까지 단번에 넘어간다. 최근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만 봐도 마르무시는 엄청난 스피드를 선보였다. 당시 상대팀 수비수 케빈 포크트가 공에 더 가까이 있었는데, 그보다 뒤에서 출발한 마르무시가 그를 제치고 골문 앞까지 가서 일대일 상황을 연출했다. 상대 수비수로선 굴욕인 셈이다. 비록 당시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이런 플레이가 마르무시의 가장 돋보이는 점이라고 본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오마르 마르무시. [뉴시스]
“프랑크푸르트 공수 제자리 찾아”
최근 마르무시의 폼이 최고조에 이른 배경은 뭘까. 당장 마르무시 개인이 어떻게 노력해 기량을 끌어올렸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따라서 그를 둘러싼 팀 환경이 이번 시즌 들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 프랑크푸르트의 변화에 대해 임 위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올 시즌 마르무시가 활약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상대 골대 근처에서 파괴력이 근간이다. 상대방 문전에서 공 터치를 자주 한 결과 지금 같은 득점 페이스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시즌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중원이 불안정해 공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미드필더 쪽에서 패스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공격 자원이 공을 받으려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랑크푸르트 중원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마르무시 활약의 밑거름이 됐다. 미드필더나 수비 쪽에서 롱패스가 잘 배급되자 마르무시가 상대 문전으로 침투와 타격, 마무리 등 공격수로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마르무시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크푸르트 기세도 좋아 보인다.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모습을 보면 제 위치를 찾았다고 평할 수 있다. 최근 시즌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디노 토프묄러 감독이 팀 체제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시즌 들어 토프묄러의 4-4-2 전술을 통한 수비 조직력이 자리를 잡았고, 중원 장악력도 안정화됐다. 마르무시뿐 아니라 그와 콤비를 이루는 위고 에키티케 등 공격진 전반의 폼도 좋다. 빠른 스피드와 큰 체격 덕에 에키티케는 활동 반경이 넓다. 최근 들어 슈팅에도 힘이 제대로 실리고 있다. 마르무시-에키티케 투톱 공격진의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아 프랑크푸르트 화력이 폭발하고 있다. 다만 주전 이외 백업 자원은 좀 더 힘을 써줄 필요가 있다.”
향후 분데스리가 상위권 경쟁 전망은.
“현재 분데스리가 1·2위는 승점 동률로 득실차만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RB 라이프치히다. 3∼9위인 바이엘 04 레버쿠젠과 우니온 베를린, SC 프라이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fB 슈투트가르트, 베르더 브레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그중 3위와 9위 팀의 승점차가 3점에 불과하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갑자기 순위가 내려갈 수 있고, 반대로 경쟁 팀의 혼란을 틈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당장 6위인 프랑크푸르트가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 3위권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마르무시와 프랑크푸르트의 기세가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시즌 전체로 이어질지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지난 시즌 마르무시는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 페이스대로 가려면 체력을 온전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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