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신년사에서 “국민이 새집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시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미 빈 땅이 없는 도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주택 공급 현장 간담회에서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사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열흘 만에 윤 대통령이 도시정비사업 촉진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려면 먼저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해 (주민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하기를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며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착수 요건을 노후성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시행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다. 구조 안전성, 주거환경,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경제성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 “이 집이 도시 미관을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낡고 살기에도 불편하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을 검증받는 절차다. 윤 대통령 발언은 이 같은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해 노후도만 충족하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법)이 통과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공급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5곳의 29만2000채에 대해 용적 상향 ‘재정비’로 10만 채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실화할 경우 산술적으로 주택 수가 34% 증가하는 셈이다. 준공 20년이 넘은 100㎡ 이상 택지가 대상인 ‘노후계획도시’에 건설된 주택은 전국 약 100만 채로 집계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 공약에 따른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34만 채가 추가 공급될 수 있다. 한편 노후계획도시법은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주택 규모를 기존의 21%까지 상향했다. 노후계획도시 약 100만 채가 모두 리모델링을 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21만 채는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종합해보면 서울 및 노후계획도시에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서울 9만 채, 노후계획도시 21만 채 등 약 30만 채로 추산된다. 이들 지역에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자에게는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정비사업 촉진을 통한 주택 공급이 마냥 꽃길만은 아니다. 먼저 정비사업의 경우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재건축·재개발 현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2023년 8월 정비사업이 완료된 30개 구역의 평균 사업 기간(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 해산까지)은 14년 2개월에 달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황’에서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 기간이 약 1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입주는 최소 10년 후인 2034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음 난관은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공사비 상승세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를 분석해보면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공사비가 2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1.8%였다. 통상적으로 민간 공사에선 계약 체결 후 인상된 공사비는 인정되지 않는다. 공사 진행 도중 공사비가 많이 올라도 추가 대금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느 계약서가 그렇듯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는 제외한다’는 관례적 부가 조건이 있으나, 공사비 상승을 불가항력적 사유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재건축사업 시행 주체인 조합 입장에선 공사비를 인상해주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일반분양가를 인상할 경우 자칫 분양률이 떨어질 수 있다. 가격을 인상해도 분양에 문제가 없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제도적으로 인상이 불가하다. 2022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도 조합과 시공사 컨소시엄 간 공사비 의견 대립이 쟁점이었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후도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아이디어는 주택 공급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규제를 전격 완화한다면 그간 막혀 있던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4년 한 해 부동산시장 상황이 냉각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당장 가시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 입장에선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단기적 자산 증식의 기회로 볼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경기 변화에 따라 정책 기조가 또 요동칠 수 있다는 시장의 의심을 불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려면 먼저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해 (주민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하기를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며 “앞으로 재개발·재건축 착수 요건을 노후성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시행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단계다. 구조 안전성, 주거환경,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경제성 등을 총체적으로 따져 “이 집이 도시 미관을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낡고 살기에도 불편하니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을 검증받는 절차다. 윤 대통령 발언은 이 같은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해 노후도만 충족하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중랑구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찾아 도심 주택 공급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재개발·재건축 요건 ‘노후성’으로 바꾼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먼저 수요자 입장을 살펴보자. 만약 노후도를 평가 잣대로 하는 등 사업 요건이 완화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수요자가 원하는 도시 내 주택 공급이 원활해지게 된다. 건축물대장을 분석해보면 서울 시내 아파트는 약 85만 채다. 그중 노후도(법적으로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은 준공 후 30년)를 기준으로 하면 5채 중 1채인 약 37만 채가 재건축 대상이 된다. 기존 재건축사업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적용할 경우 이들 재건축 대상 가구에서 추가로 나올 수 있는 공급량은 9만 채 정도로 예상된다. 가령 현재 9510채 규모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6600채인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이다. 산술적 증가율은 44.1%지만 실제 분양시장에 풀린 물건은 1558채에 불과했다. 이를 계산하면 세대수 증가율은 23.6%로 줄어드는데, 상가 지분 보유자 등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난 결과다. 게다가 단지 규모가 작을수록 일반분양분이 적은 경향이 있어 실제 공급될 수 있는 주택 물량은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다만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법)이 통과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공급 물량 증가가 예상된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5곳의 29만2000채에 대해 용적 상향 ‘재정비’로 10만 채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실화할 경우 산술적으로 주택 수가 34% 증가하는 셈이다. 준공 20년이 넘은 100㎡ 이상 택지가 대상인 ‘노후계획도시’에 건설된 주택은 전국 약 100만 채로 집계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대통령 공약에 따른 계산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34만 채가 추가 공급될 수 있다. 한편 노후계획도시법은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날 수 있는 주택 규모를 기존의 21%까지 상향했다. 노후계획도시 약 100만 채가 모두 리모델링을 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21만 채는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종합해보면 서울 및 노후계획도시에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서울 9만 채, 노후계획도시 21만 채 등 약 30만 채로 추산된다. 이들 지역에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자에게는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긴 사업 기간, 공사비 상승세는 과제
공급자 입장에서도 정부의 정비사업 촉진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보다 올해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더 냉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정비사업은 다른 사업보다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5대 건설기업이 보유한 주택 사업장 상당수가 도시 내 정비사업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감안하면 주택사업 전반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불경기가 지속될 경우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인 비(非)주택 사업장의 분양률은 주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물론 정비사업 촉진을 통한 주택 공급이 마냥 꽃길만은 아니다. 먼저 정비사업의 경우 완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재건축·재개발 현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2023년 8월 정비사업이 완료된 30개 구역의 평균 사업 기간(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 해산까지)은 14년 2개월에 달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황’에서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 기간이 약 1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입주는 최소 10년 후인 2034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음 난관은 물가상승률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공사비 상승세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를 분석해보면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공사비가 2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1.8%였다. 통상적으로 민간 공사에선 계약 체결 후 인상된 공사비는 인정되지 않는다. 공사 진행 도중 공사비가 많이 올라도 추가 대금을 요청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느 계약서가 그렇듯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는 제외한다’는 관례적 부가 조건이 있으나, 공사비 상승을 불가항력적 사유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재건축사업 시행 주체인 조합 입장에선 공사비를 인상해주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일반분양가를 인상할 경우 자칫 분양률이 떨어질 수 있다. 가격을 인상해도 분양에 문제가 없는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제도적으로 인상이 불가하다. 2022년 4월부터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도 조합과 시공사 컨소시엄 간 공사비 의견 대립이 쟁점이었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노후도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는 아이디어는 주택 공급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따라서 규제를 전격 완화한다면 그간 막혀 있던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4년 한 해 부동산시장 상황이 냉각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 효과가 당장 가시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 입장에선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단기적 자산 증식의 기회로 볼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경기 변화에 따라 정책 기조가 또 요동칠 수 있다는 시장의 의심을 불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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