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만 해도 챗GPT는 검색엔진의 대안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빅테크는 초거대 AI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검색 서비스 빙(Bing)에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인 AI달리(DALL-E)를 탑재했고, 다양한 플러그인과 대화형 챗봇 서비스 GPTs를 통합했다. 이런 흐름은 AI가 중심이 된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빅테크마다 세부 전략은 다르지만, 초거대 AI를 기존 웹 검색 포털이나 모바일 운영체제(OS)처럼 다양한 IT 서비스를 수용하는 생태계로 변모시키는 게 핵심이다. 챗GPT 등장은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적 신호탄이었고, 초거대 AI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IT 환경은 이미 일상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AI 플랫폼 구축 나선 빅테크
초거대 인공지능(AI)은 웹, 스마트폰에 이어 인터넷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기가 될 전망이다. [GETTYIMAGES]
초거대 AI라는 혁신적 패러다임이 그저 신기술에 대한 찬탄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IT 시장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새로운 인터넷 공간이 혁신적 기업 탄생의 배양지 역할을 한 전례를 살펴보자. 웹의 등장은 구글, 네이버 같은 빅테크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대두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 개막으로 이어졌고, 시간차를 두고 배달의민족이나 토스 같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낳았다. AI도 IT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만 그 변화는 인터넷 비즈니스 자체가 새롭게 태동한 웹·모바일 시대와 달리, 몸집을 키운 빅테크들의 경쟁구도가 재편되는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AI 시대 관건은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자신의 정보기술(IT) 인생에서 단 두 번 놀랐던 순간으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AI 실험 결과를 접했을 때를 꼽았다. [GETTYIMAGES]
기존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공히 사용자가 기기와 앱 사용법을 익혀야 쓸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챗GPT 같은 AI는 이렇다 할 사용법을 학습하지 않아도 인간 언어로 지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이 평소에 쓰는 자연어를 프롬프트(prompt), 즉 명령어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 언어를 줄줄이 입력해야 구동되던 컴퓨터가 아이콘 중심의 GUI를 품고 일대 혁신을 맞은 것처럼, AI는 인간 언어라는 가장 직관적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특장점이 있다. 기존의 각종 인터넷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앱은 물론 산업용 로봇과 가정용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곧 다가올 AI 플랫폼 시대에는 LLM 기술을 누가 더 간편한 형태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AI 기술 자체의 청사진보다 바로 지금, 여기 소비자가 원하는 UX에 부합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미래 IT 시장과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제2 구글, MS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