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놓고 이웃 간 갈등하는 일이 잦습니다. 몇 년 전 인천 한 아파트 단지에선 50대 남성이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던 ‘캣맘’(길고양이 돌보미)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길고양이에게 수시로 밥을 줘 주변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남성은 구속수사를 받은 끝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캣맘에게 돌을 던지거나 길고양이 급식소를 부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캣맘에 대한 오해’, 둘째는 ‘캣맘의 부적절한 돌봄 행위’입니다.
캣맘 관련 오해 풀려야…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두고 이웃 간 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GETTYIMAGES]
또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는 근본 방법은 먹이를 주지 않는 게 아니라, 중성화수술입니다. 이미 정부에선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를 위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일명 TNR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발정이 오지 않아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영역다툼도 덜 하며, 무엇보다 새끼를 낳지 않습니다. TNR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선 캣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야생성이 강한 길고양이를 포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캣맘이 일정한 위치에서 꾸준히 먹이를 주면 길고양이가 한곳에 모여들어 포획이 쉬워지기에 그렇습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캣맘의 활동을 응원해야 하는 셈이죠.
캣맘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제대로’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적절한 돌봄 행위는 길고양이가 야생에서 생활하는 데 해가 되고 이웃의 민원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적절한 돌봄 행위란 대체 무엇일까요. 최근 정부가 마련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길고양이 먹이 주기의 3가지 원칙은 △TNR 사업 등에 협조해 이웃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책임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적당량의 먹이를 주는 ‘규칙성’ △먹이를 지급한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결성’입니다.
이를 위해 캣맘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에 앞서 중성화수술이 필요한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중성화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귀 끝이 살짝 잘려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먼저 중성화수술부터 진행하거나 진행 계획을 세워야 하죠. 다른 캣맘으로부터 먹이를 지급받고 있지는 않은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길고양이는 지나치게 살이 찌면 민첩성이 떨어지고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기에 중복으로 먹이를 주는 건 삼가야 합니다.
가이드라인 지키는 돌봄 중요
맨 바닥에 먹이를 주는 건 위생적이지 않으니 그릇에 사료를 담아서 주는 게 좋다. [GETTYIMAGES]
일부 캣맘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매정하다”며 비난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길고양이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갈등 발생을 줄이기 위해 돌봄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게 올바른 순서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