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4

..

외국인 관광객 다시 몰리는 명동·광화문 상권 활기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팬데믹 종식 이후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 하락… 홍대 앞, 합정 상권도 활발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3-06-19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 명동. [뉴스1]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 명동. [뉴스1]

    5월 5일 어린이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한국도 글로벌 기조에 발맞춰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함으로써 격리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일상 회복 신호는 방한 관광객 수 추이에서 먼저 감지됐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월 10만 명을 넘지 못하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4월에는 73만 명을 기록해 39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부동산 자산은 무엇일까. 팬데믹 발발로 직격탄을 맞았던 자산을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명동 상권 ‘활발국면’

    팬데믹 기간 고위험 시설로 낙인찍혔고, 비대면 일상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으며, 유동인구 급감과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로 고객 발길이 끊겼던 자산은 바로 상가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6%대였던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기간에 10%까지 치솟았다. 이후 팬데믹 공포가 수그러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얼음장처럼 견고하던 9% 공실률이 3년 만에 녹아내려 올해 1분기 8.6%를 기록했다. 이는 완화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통계로, 6월 이후 ‘방역 완화’ 효과가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코로나19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대한민국 부동산을 괴롭혔던 대출금리 또한 지난해 12월 5.64%로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4.82%까지 하락해 부동산 투자심리를 해빙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가 끝났다’ ‘유동인구가 살아났다’고 모두가 박수치며 상가 투자에 눈을 돌릴 때면 이미 핵심 상권을 향한 매수 경쟁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치열해져 있을 것이다. 투자에서 저점을 잡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저점을 확인한 후 매크로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변곡점을 짚어내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다. 지금 상가시장은 팬데믹이 파놓은 유례없는 가치 손상의 데스밸리를 지나 재도약을 위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하반기를 앞둔 지금이 바로 꿈틀대는 개별 상권의 세세한 흐름을 짚어볼 때다.

    상권 흐름은 통계 2개로 짚어낼 수 있다. 바로 ‘공실률’과 ‘임대가 변동률’이다. 어떤 상권이 뜨는 곳일까. 공실이 감소하면서 덩달아 임대가도 상승하는 곳이다. 반대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권은 공실이 증가하면서 임대가도 하락한다. 최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1분기 상권통계를 통해 서울 주요 상권의 권역별 흐름을 진단해보자. 먼저 서울 도심 상권의 공실률과 임대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공실이 감소하고 임대가가 상승하는 ‘활발국면’에 위치한 상권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그 주인공은 충무로, 명동, 남대문, 광화문 상권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그래프1 참조). 서두에서 밝혔듯이 일찌감치 회복세에 접어든 방한 관광객이 이들 상권에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명동 상권은 토니모리, 올마스크스토리 등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의 복귀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해 폐점한 아디다스는 국내 최대 규모인 약 2500㎡(757평)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해 명동 상권의 살아난 분위기를 입증하고 있다.

    을지로 상권 흐림

    반면 을지로 상권은 공실률이 지난해 1분기 대비 6%p 증가했고 임대가마저 하락세에 접어들어 ‘불황국면’을 맞이했다. ‘힙지로’로 불리며 MZ세대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던 이곳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을지로에는 레트로 감성의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힙지로’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방산시장’이 있다. 종이류, 인테리어 용품, 가구, 제빵재료 등을 판매하는 방산시장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트렌드로 떠올랐던 ‘집 꾸미기’ ‘DIY 제과/제빵’의 관심이 사그라지면서 방문객 수가 급감했고, 결국 방산시장 불황이 을지로 상권을 우울 모드로 전환했다. 한때 X세대 패션타운의 아이콘이던 동대문 상권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공실률이 증가해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밀리오레, 두타 등 개별 점포마다 소유자가 다른 집합상가 공실률은 50%를 넘어 최고 80%까지 치솟은 상 황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 급감과 분양형 상가의 한계 탓에 좀처럼 회생을 위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 상권의 어려움은 3~4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당 쇼핑 지출액이 가장 많은 ‘큰손’은 ‘중국인 관광객’(1546달러·약 197만4000원)으로 이는 미국인(844달러), 일본인(796달러) 관광객 지출액을 크게 상회한다. 또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쇼핑 품목은 화장품·향수(75.8%)이며, 상품 선택 기준은 ‘브랜드’라는 응답이 35.5%로 비중이 가장 컸다(표 참조). ‘비브랜드’ ‘의류’ 위주인 동대문 상권의 특성상 ‘브랜드’와 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발길을 붙잡기는 어려운 것이다. 반면 중국인의 쇼핑 선호도와 일치하는 명동, 충무로 상권은 K-뷰티 아이템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은 다수 상권이 ‘활발국면’에 위치해 있다. 특히 1분기 압구정 상권의 임대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압구정 상권을 대표하는 압구정로데오는 카페, 주점, 의료, 패션, 전시 등 다양한 상점이 중소 규모로 선전하며 MZ세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꽁티드툴레아’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카페 노티드’ ‘도산분식’ 같은 매장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저녁에는 각종 술집과 클럽에 손님들이 북적인다.



    이 밖에 두드러진 공실률 감소를 기록한 상권으로는 서래마을을 꼽을 수 있다. 서래마을은 1분기 공실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5.6%p나 급감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래마을은 서초구 반포4동과 방배본동에 걸친 프랑스 느낌의 상권으로, 강남답지 않게 저층 건물 위주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매력이다. 특히 제빵/제과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래마을 제빵/제과 업종의 월매출은 평균 8000만 원 수준이며, 상위 20% 점포는 월 2억 원 매출을 기록 중이다. 카드 빅데이터로 서울 행정동별 제과/제빵 하루 소비 금액을 살펴보면 최근 서래마을 인근인 반포동과 서초동의 소비 금액이 서울 톱 수준이다. 따라서 서래마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안정적인 상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상권은 양재역 상권이다. 이곳의 1분기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대비 6.5%p나 상승했다. 삼성, KT, LG 등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가 모여 있는 양재역 상권의 불황은 재택근무 혹은 거점오피스 근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발맞춰 기업부설연구소의 재택근무를 법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양재역 오피스로 향하던 연구원들의 발걸음이 멈췄고, 실제 양재역의 월요일 지하철 승하차 인원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대비 올해 4월 승객이 86%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영등포·신촌 상권 흐름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홍대 앞, 합정’ 상권이 ‘활발국면’에 위치한다. 이어 ‘신촌·이대’가 ‘회복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상권에 훈풍을 불어넣은 것은 올봄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대학 상권의 회복이다. KB국민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3년 간(2020~2022) 3월 대비 올해 3월 대학가 상권 매출은 많게는 36% 증가했으며, 홍대입구역 상권은 매출이 23%, 서강대역 상권은 18% 증가했다.

    창의 인력 숲세권 선호

    홍대 앞, 합정 상권의 강력한 상승세는 단지 대학 상권의 힘만은 아니다.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D.N.A(Data, Network, AI 등 4차산업을 이끄는 핵심 산업)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은 강남, 금천구, 마포구에 집중돼 있으며 마포구에는 D.N.A. 대기업 10개가 자리한다. D.N.A 산업의 중추인 고소득·고숙련 인재는 숲으로 둘러싸인 일터를 선호한다(그래프2 참조). 홍대 앞, 합정과 마찬가지로 성수 상권 역시 숲으로 둘러싸인 ‘제3의 공간’으로 SM엔터, 무신사, 쏘카뿐 아니라, 크래프톤 같은 IT기업의 본사로 낙점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유망 상권으로 떠올랐다.

    서울연구원 설문 결과에 따르면 D.N.A 인재들은 ‘카페 등 상업·문화 공간 접근성’을 회사 선택의 중요 요건으로 꼽았다. 결국 앞으로도 첨단 창의 기업은 인재 유치를 위해 매력적인 상권을 품은 지역을 본사 입지로 낙점할 테고, 이는 다시 해당 상권의 배후 수요를 두텁게 한다. 결론적으로 홍대 앞, 합정, 성수와 같이 휴식을 넘어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는 상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