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4

..

Z세대에게 유행이란?

[김상하의 이게 뭐Z?] 첨단기술과 과거가 공존하는 ‘나만의 개성’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6-22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최근 유행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얼마 전 애플이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한 것을 보면 첨단기술이 일상에 스며든 미래가 점점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반대로 걸그룹 뉴진스 등장 이후 ‘Y2K’(2000년대 초반 유행)가 돌아온 것을 보면 세상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느낌도 든다. 정말 알 수 없는 유행의 조합인 셈이다. 어쩌면 유행이라는 단어보다 개성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시대가 된 건 아닌가 싶다. 실제로 Z세대는 어떤 것이 유행이고 트렌드라고 말하기보다 “나는 이것을 좋아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첨단기술과 Y2K가 공존하는, Z세대가 좋아하는 것들을 확인해보자.

    # 프로필 사진, 1만 원 이하로 찍는 법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나만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고 있다. [스노우 앱 캡쳐]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나만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고 있다. [스노우 앱 캡쳐]

    프로필 사진을 한 번도 안 찍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찍어본 사람은 없다. 그만큼 Z세대 사이에서 프로필 사진은 인기다. 자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주민등록증, 여권 등에 쓰이는 증명사진도 프로필 사진으로 대체한다. 획일적인 증명사진보다 자신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필 사진에 대한 선호가 더 큰 것이다. 보통 프로필 사진을 한 번 찍는 데 10만~15만 원 정도가 든다. 메이크업과 스튜디오 예약비용을 합치면 그쯤 하는데, 증명사진이 아무리 비싸도 10만 원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집에서 부담 없이 프로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사진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나만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스노우는 3300~66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프로필 사진 수십 장을 생성해준다. 자신의 셀카 10~20장을 업로드하면 스노우가 AI로 대표적인 프로필 사진 포즈들을 합성해주는 방식이다. 손을 턱에 대거나, 몸을 왼쪽으로 완전히 돌린 채 얼굴만 정방향을 보는 포즈 등이 그것이다.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적어도 5장은 건질 수 있다고 하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로 따지면 괜찮은 편이다. 아직 여성용 서비스만 출시돼 있고 이용자가 많아 오류 및 지연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만 개선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오프라인 대신 스노우로 프로필 사진을 찍지 않을까 싶다.

    # Y2K 감성의 표본, 엠알케이(MRK)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엠알케이(MRK) 잡지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다시 구매할 수 있다.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엠알케이(MRK) 잡지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다시 구매할 수 있다. [텀블벅 홈페이지 캡처]

    엠알케이(MRK)라는 이름은 Z세대에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엠알케이 캐릭터를 보면 “아, 저거!” 싶을 만큼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엠알케이는 2000년대 초반 문구점에서 판매되던 일종의 월간지다. 이 월간지 안에 있는 캐릭터나 그림을 가위로 오리면 편지지가 되는데, 이것을 당시 초등학생 대부분이 갖고 놀았다. 일반적인 편지지가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 휴대전화 모양 등을 패러디 편지지가 포함돼 있어 많은 초등학생의 흥미를 끌었다. 입체 편지지 역시 가위로 오려 풀칠만 하면 뚝딱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만들기에 재주가 없어도 갖고 놀기 쉬웠다.



    왜 엠알케이 얘기를 하는가 하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지금 엠알케이 편지지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엠알케이 펀딩은 오픈 전부터 여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는데, 아무래도 M세대와 더불어 Z세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서 그런 듯하다. 이제는 이 편지지를 쓸 곳이 없지만 갖고 있으면 과거 향수에 잠길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또 최근 Z세대 사이에서는 엄마 허락을 안 받고 1.5L 우유에 ‘제티’ 타 먹기 등 어른이라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엠알케이 울트라 편지’를 구매한다면 이 역시 Z세대에게 비슷한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팝업의 정석, ‘제주위트 시장-바’

    서울 광장시장의 힙한 이미지를 제대로 살린 ‘제주맥주’ 팝업스토어가 얼마 전 문을 열었다. [제주맥주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 광장시장의 힙한 이미지를 제대로 살린 ‘제주맥주’ 팝업스토어가 얼마 전 문을 열었다. [제주맥주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 광장시장 하면 빈대떡, 육회, 막걸리 등 오래되고 친숙한 먹거리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Z세대 사이에서는 광장시장이 오히려 힙한 이미지를 가진다. Z세대가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옛것이 모여 있어 되레 흔하지 않고 특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광장시장의 힙함을 제대로 이해한 ‘제주맥주’ 팝업스토어가 최근 문을 열었다. 방송인 홍석천, 이원일 셰프 등과 협업해 ‘제주위트 시장-바’를 연 것이다.

    안주로는 광장시장의 대표 음식인 빈대떡 등을 판매한다. 제주맥주와 요즘 유행하는 약과로 만든 크림치즈 약카롱 세트를 구매하면 라벨링이 된 바코드에 본인이 원하는 문구를 넣어 주는 센스 가득한 서비스도 있다. 또 옛날 시장처럼 홍보용 전단을 돌리고 포장마차에서나 볼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등 콘셉트에 충실한 모습이다. 송은이, 김숙, 노홍철 등 다양한 연예인과 심야포차를 진행하면서 세계관도 확장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맥주 팝업이 여의도 더현대 서울 등 다양한 장소에 있지만 광장시장에서 포문을 연 건 아주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장시장에 팝업을 여는 건 흔치 않은 일인 데다, 공간 특성상 가장 힙한 이미지를 가져가야 하는 주류 브랜드에 더 없이 좋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