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이 상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 명동. [뉴스1]](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8b/c0/bb/648bc0bb0becd2738250.jpg)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 명동. [뉴스1]
명동 상권 ‘활발국면’
팬데믹 기간 고위험 시설로 낙인찍혔고, 비대면 일상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으며, 유동인구 급감과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로 고객 발길이 끊겼던 자산은 바로 상가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6%대였던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 기간에 10%까지 치솟았다. 이후 팬데믹 공포가 수그러들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얼음장처럼 견고하던 9% 공실률이 3년 만에 녹아내려 올해 1분기 8.6%를 기록했다. 이는 완화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통계로, 6월 이후 ‘방역 완화’ 효과가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코로나19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대한민국 부동산을 괴롭혔던 대출금리 또한 지난해 12월 5.64%로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4.82%까지 하락해 부동산 투자심리를 해빙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가 끝났다’ ‘유동인구가 살아났다’고 모두가 박수치며 상가 투자에 눈을 돌릴 때면 이미 핵심 상권을 향한 매수 경쟁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치열해져 있을 것이다. 투자에서 저점을 잡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저점을 확인한 후 매크로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서는 변곡점을 짚어내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다. 지금 상가시장은 팬데믹이 파놓은 유례없는 가치 손상의 데스밸리를 지나 재도약을 위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하반기를 앞둔 지금이 바로 꿈틀대는 개별 상권의 세세한 흐름을 짚어볼 때다.
을지로 상권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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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은 다수 상권이 ‘활발국면’에 위치해 있다. 특히 1분기 압구정 상권의 임대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압구정 상권을 대표하는 압구정로데오는 카페, 주점, 의료, 패션, 전시 등 다양한 상점이 중소 규모로 선전하며 MZ세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낮에는 ‘꽁티드툴레아’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카페 노티드’ ‘도산분식’ 같은 매장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저녁에는 각종 술집과 클럽에 손님들이 북적인다.
이 밖에 두드러진 공실률 감소를 기록한 상권으로는 서래마을을 꼽을 수 있다. 서래마을은 1분기 공실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5.6%p나 급감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래마을은 서초구 반포4동과 방배본동에 걸친 프랑스 느낌의 상권으로, 강남답지 않게 저층 건물 위주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매력이다. 특히 제빵/제과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래마을 제빵/제과 업종의 월매출은 평균 8000만 원 수준이며, 상위 20% 점포는 월 2억 원 매출을 기록 중이다. 카드 빅데이터로 서울 행정동별 제과/제빵 하루 소비 금액을 살펴보면 최근 서래마을 인근인 반포동과 서초동의 소비 금액이 서울 톱 수준이다. 따라서 서래마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안정적인 상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상권은 양재역 상권이다. 이곳의 1분기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대비 6.5%p나 상승했다. 삼성, KT, LG 등 대기업 연구개발(R&D)센터가 모여 있는 양재역 상권의 불황은 재택근무 혹은 거점오피스 근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발맞춰 기업부설연구소의 재택근무를 법제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양재역 오피스로 향하던 연구원들의 발걸음이 멈췄고, 실제 양재역의 월요일 지하철 승하차 인원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대비 올해 4월 승객이 86%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영등포·신촌 상권 흐름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홍대 앞, 합정’ 상권이 ‘활발국면’에 위치한다. 이어 ‘신촌·이대’가 ‘회복국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상권에 훈풍을 불어넣은 것은 올봄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대학 상권의 회복이다. KB국민카드 빅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3년 간(2020~2022) 3월 대비 올해 3월 대학가 상권 매출은 많게는 36% 증가했으며, 홍대입구역 상권은 매출이 23%, 서강대역 상권은 18% 증가했다.
창의 인력 숲세권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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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설문 결과에 따르면 D.N.A 인재들은 ‘카페 등 상업·문화 공간 접근성’을 회사 선택의 중요 요건으로 꼽았다. 결국 앞으로도 첨단 창의 기업은 인재 유치를 위해 매력적인 상권을 품은 지역을 본사 입지로 낙점할 테고, 이는 다시 해당 상권의 배후 수요를 두텁게 한다. 결론적으로 홍대 앞, 합정, 성수와 같이 휴식을 넘어 창의적 영감을 줄 수 있는 상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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