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이 4월 3일을 기점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동아DB]
치킨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한 교촌치킨이 5월 21일까지 할인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간식’인 치킨 가격이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하면서 ‘치킨 인플레이션’ 논란까지 일었던 만큼 치킨업계의 회유책에도 소비자들은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4월 3일부터 교촌치킨 메뉴별 가격을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했다. 교촌치킨의 간판 메뉴인 ‘허니콤보’는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기본 메뉴인 교촌 오리지널은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원자재 등 비용이 상승하면서 불가피하게 치킨 값을 올리게 됐다는 입장이다.
“10년 동안 납품가 안 올려”
교촌치킨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영업이익이 88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78.53% 급락한 것이다. 교촌치킨은 2010년 대표 상품인 ‘교촌허니시리즈’를 개발하며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난해 교촌치킨은 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10여 년 만에 bhc에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겼다.
교촌치킨의 한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18% 감소하며 59억 원에 그친 것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프랜차이즈 매출 감소에 따른 영향과 광고선전비 및 지급수수료 등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될 때 본사에 주어진 역할은 광고 등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판매관리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촌치킨이 꺼내 든 카드가 치킨 가격인상이다.
문제는 소비자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촌치킨 불매운동 바람까지 일고 있다. 교촌치킨은 그간 치킨산업 내 여러 문화를 선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중에는 치킨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정책도 많아 소비자들로부터 원망도 샀다. 2018년 배달비 유료화 정책을 펼친 것이 대표적 예다. 당시 교촌치킨이 배달비 정책을 펼치자 다른 치킨업체들도 따라갔고, 결국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교촌치킨은 2021년 제품 평균 가격을 8.1% 인상하기도 했는데 이듬해 bhc와 BBQ가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치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일도 있었다. 교촌에프앤비의 할인 정책에도 소비자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빅데이터 조사업체 ‘뉴스포미’가 티맵 이용자가 방문한 국내 치킨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4월 교촌치킨 방문객은 전월 대비 20.6% 감소했다. 치킨업체 중 감소폭이 가장 크다. 두 번째로 감소폭이 큰 맘스터치(10.7%)와도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치킨 값 인상 이어질까
투자자들 역시 교촌에프앤비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3월 24일 가격인상 계획 발표 후 교촌에프엔비 주가는 9480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 급기야 5월 25일 기준 주가가 8920원까지 떨어지며 가격인상 발표 전보다 시가총액이 더 줄어들었다.소비자들이 교촌치킨의 이번 가격인상 정책에 반발하는 핵심 배경에는 치킨업체가 과거처럼 줄지어 치킨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교촌치킨의 이번 가격인상 정책에 다른 치킨업체들이 호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네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치킨 등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교촌치킨 가격인상 이후 몇몇 메뉴의 배달 가격을 올렸다. 다만 주요 치킨업체인 bhc와 BBQ는 당장 치킨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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