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1년 2월 16일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법적 대응 여부, 신한투자증권과의 소송에 영향
[우리금융지주 제공]
펀드 판매 창구 중 하나였던 우리은행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원회(금융위)는 2022년 11월 9일 정례회의에서 ‘업무 일부정지 3월 및 퇴직 임원 문책경고’ 등 조치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향후 3개월간 사모펀드를 신규로 판매할 수 없도록 제재한 것이다. 금융위는 라임펀드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도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가 올해 결정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수장 교체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당시에 나온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 안팎에서는 금융위 제재에 대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1월 4일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를 논의했는데, 해당 자리에서 법적 대응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이다. 해당 간담회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법률 전문가들과 라임펀드 사태 대응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우리금융지주 한 사외이사는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최종 방향은 다시 논의하겠지만 행정소송을 하지 않으면 우리은행에 상당히 많은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022년 신한투자증권에 647억 원 규모의 구상권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펀드 사태의 핵심 원인이 해당 펀드를 판매한 신한투자증권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647억 원은 금융감독원(금감원) 권고에 따라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액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행정소송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앞선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은행 스스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귀책사유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한 사외이사 역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우리은행의 귀책사유가 확실해지면 150억 원 상당의 추가 배상이 이뤄져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사안이 배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 법적 대응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향후 우리은행 경영진이 이사회 의견을 참고해 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 소송 등과 관련해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며 법적 대응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부정 견해가 변수
우리금융지주 측은 우리은행 징계 건에 대한 법적 대응과 손 회장 개인 징계 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 주체가 다른 만큼 손 회장 개인 징계 건은 손 회장 측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려면 금융당국의 징계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야 한다. 우리금융지주가 1월 1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발표할 예정인 만큼 그 전에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조만간 소송 관련 입장을 정리해 후보군에 포함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손 회장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연임 문제 외에 개인의 명예 회복 등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앞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지난해 징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때문에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보를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다만 연임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부정적 견해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5일 “그 정도 사고(라임펀드 사태)가 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바꿀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등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소송 논의만 하는 것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에도 손 회장의 중징계 사안과 관련해 “CEO(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금융위가 수차례 논의해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수장의 잇따른 연임 포기도 손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 요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조 회장의 용퇴 결정과 관련해 “조 회장은 3연임을 할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는데 거꾸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걸 보면서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 임기는 3월 25일로 끝난다. 우리금융지주 정관상 임추위는 주주총회 소집 통지일 30일 전까지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금융계에서는 1월 18일 15명 안팎의 회장 후보군이 공개되면 손 회장의 거취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 외에도 이원덕 우리은행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롱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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