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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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돌의 길 개척하는 뉴진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01-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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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진스가 1월 내놓은 싱글 ‘OMG’. [어도어 제공]

    뉴진스가 1월 내놓은 싱글 ‘OMG’. [어도어 제공]

    뉴진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Ditto’와 1월 2일 내놓은 ‘OMG’는 쌍을 이루는 싱글이다. ‘Ditto’의 뮤직비디오는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는 평이 많았다. 가공의 인물 반희수가 1990년대 뉴진스와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촬영한 비디오 영상의 안팎에서 희수와 뉴진스는 마치 유령처럼 부유한다. 또한 유령의 눈에 비친 뉴진스 역시 어지러운 컷과 흐릿한 포커스 너머로 유령처럼 존재한다. 놀이와 괴롭힘 사이에 걸친 생기발랄함이 역설적으로 몽롱하게 다가온다. 실제 기억과 망상, 추억의 미화, 기록의 누락으로 인한 재구성 사이에서 뮤직비디오의 내러티브는 스산한 수수께끼의 막으로 뒤덮인다. 로맨틱하면서도 싸늘한 우수를 들려주는 노래는 되돌릴 수도, 붙잡을 수도, 공백을 보충할 길도 없는 과거에 대한 절망처럼 들리기도 한다.

    ‘OMG’는 정신병원으로 무대를 옮긴다. 멤버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들은 자신을 아이폰, 의사, 동화나 고전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착각한다. 후반부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을 ‘정체성을 잃은 뉴진스’ 혹은 ‘자신을 뉴진스라고 착각하는 인물’로 제시한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안무 시퀀스다.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대개 몇 곳의 세트와 몇 벌의 의상을 교차해 보여주게 마련이다. ‘OMG’에서는 멤버들이 환자복을 입고 춤추기도 하고, 뉴진스의 춤추는 모습이 스토리 속 망상 내부에 위치하기도 한다. ‘Ditto’에 나왔던 흰 체육복도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뉴진스와 스토리 속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과거 기억이 교차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누가 실제 인물이고 누가 가짜인지, 동일인인지 아닌지, 무엇이 기억이고 망상인지도.

    걸그룹 고전문법과 달라

    남성으로 설정된 청자의 눈을 바라보며 사랑을 노래하는 게 걸그룹의 고전문법이라면, 뉴진스의 눈빛은 처음부터 다른 곳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들의 눈이 정면을 향하는 때는 뮤직비디오 속 희수가 뉴진스를 바라보다 이따금 눈이 마주치는 순간과도 같다. 그리고 ‘Ditto’와 ‘OMG’는 더 나아가 이 시선의 궤적마저 실은 이미 증발한 것일지 모르는 유령 같은 존재로 바꿔버린다. 기억과 목격이 어떤 증거도 돼주지 못하는 이 공간에서 분명한 사실은 오직 한 가지다. 뉴진스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누구이며 언제 활동했는지 등 전기적 사실은 모조리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흔히 아이돌은 환상을 제공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그것은 단지 멋진 스타가 대중과 어떤 관계성을 갖는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에게 아이돌 데뷔 과정을 목격하게 해주다가, 대중으로 하여금 자기 손으로 선발하고 육성한다고 믿게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들이 성장하고 세계의 중심에 서는 커리어 과정을 콘텐츠화해 대중이 이를 함께한다고 느끼게 한다.

    뉴진스의 두 곡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것의 반대 개념이다. 아이돌이 어디에서 와 대중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그저 불투명하다. 학창 시절의 달콤하거나 쓰라린 기억도, 친구와의 관계나 마주쳤던 사람들도, 개인의 자아가 그렇듯 말이다. 그런 세상에 다만 아이돌이 있다. 동경의 시선 앞에 변치 않을 것만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돌을 바라보고 또 사랑한다. 또는 뉴진스의 뮤직비디오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거리와 운동장에서 춤추는 소년소녀들이 아이돌을 꿈꾸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뉴진스는 아이돌의 환상에 이의를 제기한다. 아이돌은 환영이고, 아이돌 산업은 환영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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