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동아DB]
공무원 김 모(57) 씨는 카카오라는 글자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노후 대비를 위해 올해 초 매수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주식이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주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해 바닥이라 생각하며 샀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김 씨는 “바닥 밑에 지하가 있다는 말이 실감되더라”고 말했다.
“카카오 프리미엄 퇴색”
‘카카오4형제’(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로 불리는 카카오 계열사의 주가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른다. 실적 부진에 서버 먹통 사태까지 겪으며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버 먹통 사태 사흘 후인 10월 18일 하루 만에 카카오4형제의 시가총액이 2조 원가량 증발한 일도 있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전 국민이 이번 사태로 불편함을 겪었고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계열사 쪼개기는 좋아하면서 서버는 왜 한군데다 몰아뒀냐”는 농담 섞인 비판도 나온다.카카오4형제는 올해 주가가 ‘반토막’부터 ‘반의 반토막’까지 폭락했다(그래프 참조). 카카오페이(-80.0%), 카카오뱅크(-71.7%), 카카오게임즈(-60.2%), 카카오(-57.7%)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5% 떨어진 것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매우 두드러진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크게 급락한 데는 여러 우려 요인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경기침체 및 매크로 환경과 무관하게 이익 반등 시그널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계열사에서 유의미한 모멘텀을 보여주지 않는 한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올해 동학개미들이 가장 사랑한 종목 중 하나였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1조 원 이상 순매수한 기업은 8개에 불과한데 이 중 2개 기업(카카오, 카카오뱅크)이 카카오그룹에 속한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942개 코스피 상장사 주식을 22조3130억 원 순매수했는데, 이 중 4조407억 원이 카카오4형제에 들어갔다. 전체 순매수액의 18.1%에 달하는 액수다.
문제는 투자가 대부분 기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의 경우 10월 17일까지 연일 신저가 기록을 이어갔다. 사실상 투자자 전체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추가로 매수한 금액만큼 손해만 늘어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역시 투자자를 울게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상장을 앞두고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은 인당 최대 1만4481주까지 공모가(3만9000원)에 매수할 수 있었다. 당시 1014명 임직원이 우리사주 4970억 원 상당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당 4억9013만 원 상당의 주식을 구매한 셈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922명 임직원이 3600억 원 상당의 우리사주 물량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당 평균 3억9045억 원의 우리사주를 매수한 것이다.
“고민 없이 샀다면 정리해야”
‘대박의 꿈’을 안고 우리사주를 매입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만 남았다. 카카오뱅크 직원 A 씨는 “3억 원 손해를 봤다”며 “(손해를) 메워야 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 기간이 설정돼 있어 퇴직하지 않는 한 1년간 처분할 수 없다. 상장 이후 증권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하락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것이다.다수 직원이 대출로 무리해서 우리사주를 매입한 사실 역시 부담이다. 우리사주는 보호예수 기간 해제 후 담보 비율(60%)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져 주식이 강제 청산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로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다. 카카오뱅크가 100억 원 규모의 회사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을 지원하기로 한 이유다. 카카오페이 역시 담보금 145억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의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식 매수를 결정한 이유를 다시금 되짚어볼 것을 주문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기업 분석 없이 차트 등만 보면서 ‘많이 떨어졌으니까 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매수한 경우라면 당장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장 부사장은 이어 “4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건실한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추천한다”고 권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점잖은 사람으로 보였는데 무슨 소리냐…” 동네 주민들 화들짝
비상계엄 반대했지만 탄핵 쓰나미에 밀려난 한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