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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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 원을 3년 만에 50억으로 불린 부동산 경매 고수 정규범

소액투자, 권리분석에서 하자 없는 소형 빌라·오피스텔 입찰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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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2-01-1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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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매는 어려운 데다 위험 부담이 크다고 여기는 이가 적잖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사회초년생 정규범 씨(사진)는 이런 편견을 과감하게 깨고 2018년 경매에 뛰어들었다. 그가 또래가 흔히 주목하는 주식이나 코인 대신 부동산, 그중에서도 까다롭고 고생스러운 경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고,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필수재인 점도 매력적이었다.

    처음 경매를 시작했을 당시 통장에는 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650만 원밖에 없었다. 시드머니가 부족하던 그는 5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투자금으로 활용했다. 이후 대출금은 월급이 아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전세가 상승분으로 모두 상환했다. 4년간 소형 오피스텔과 빌라를 중심으로 50번 넘게 입찰에 참여했고, 6번 낙찰받았다. 현재는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 6채를 포함해 총 11채(오피스텔 8실, 빌라 3채)를 소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자산 50억 원, 순자산 10억 원가량 된다. 회사에 다니며 꾸준히 경매에 도전한 그는 2020년 12월 퇴사하고 전업 투자자 겸 부동산 강사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경매에 도전했던 노하우를 정리한 책 ‘경매하는 직장인’(베가북스)을 펴냈다.

    처음 낙찰받은 부동산은?

    “2018년 6번 입찰 끝에 서울 화곡동 빌라를 1억23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최초 감정가 1억5000만 원에 나온 경매였고, 최저가가 1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을 때 2명이 입찰했다. 당시에는 대출 규제가 없어 낙찰가의 81%인 약 1억 원을 대출받았고, 취·등록세 등 세금으로 200만 원을 지출했다. 보증금 2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을 내고 살고 있던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해 더 들어간 돈은 없었다. 오히려 월세를 10만 원 올려 받았다. 대출이자로 매달 20만 원이 나갔음에도 25만 원씩 남았다. 현재는 보증금 1억7500만 원에 전세를 줬다. 최근 매매가 시세는 1억9000만 원가량이다.”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경매 시작은 안전한 물건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경매 기본 원칙은?

    “경매라는 단어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은데, 특수물건(법정지상권, 유치권 등 특수한 권리관계가 얽혀 있어 낙찰받더라도 책임 소재가 남는 것)처럼 어려운 물건을 보지 않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경매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권리분석에서 하자 없는 ‘쉬운 물건’에만 입찰하고 있다. 낙찰받고 추가로 보상할 돈이나 정리되지 않은 채무관계 등이 없는 물건을 의미한다. 처음 경매를 접했다면 애초에 이렇게 안전한 물건만 보길 권한다. 또 권리분석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근저당, 전입 날짜 같은 권리관계 날짜를 비교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세입자 전입 날짜가 근저당 날짜보다 빠르면 세입자 돈을 보상해줘야 하므로 이런 물건은 피하는 식이다.



    두 번째 원칙은 시세보다 낮게 낙찰받는 것이다. 사실 번거로운 경매 과정을 감내하는 이유도 가격 메리트 때문이다. 시세 조사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낙찰가 선정에 신중을 기한다. 그다음으로는 임차 수요가 풍부한 물건을 선택한다. 낙찰받은 후 공실이 되면 그게 가장 큰 리스크인 것 같다. 사람들이 선호하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의 물건을 선택하는 게 요령이다.”

    [GETTYIMAGES]

    [GETTYIMAGES]

    경매는 어떻게 진행되나.

    “경매는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돈을 갚아야 하는 채무자 사이에서 시작된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돈을 못 갚을 경우를 대비해 특정 물건을 담보로 설정한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발생하는 근저당도 같은 의미다. 이후 돈을 안 갚으면 담보물은 경매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인 법원이 중재 역할을 해 물건을 입찰하고, 이후 경매자들이 매각기일(경매 진행 날짜)에 참여해 가장 높은 낙찰가를 쓴 사람이 낙찰받는다. 매각기일에는 보증금(최저가의 10%)을 준비한 뒤 정해진 시간에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낙찰 후 1주일이 지나면 법원에서 매각 허가 결정이 나고, 다시 1주일 뒤 잔금 납부 통지가 온다. 다만, 낙찰 후 2주 동안 채무자가 빚을 갚으면 경매 절차가 취소될 수도 있다. 잔금을 납부하면 소유권을 얻게 된다. 낙찰받은 물건에 점유자가 있다면 명도(이사 협의)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보통 잔금을 납부한 날로부터 1달 뒤에 잡히는 배당기일에는 돈을 못 받고 있던 채권자들이 배당 순서에 따라 낙찰금에서 돈을 받는다.”

    기존 점유자 내보내는 명도가 골치 아플 것 같다.

    “경매하면 보통 명도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이사비 정도만 주고 내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면 된다. 힘든 명도 과정을 겪는 경우는 열에 한 번꼴 정도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권리분석상 안전한 물건만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점유자 사정이 어떻든 간에 안전한 경매 물건은 점유자가 나가야 한다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 억지로 버틴다면 최후 방법인 법원을 통해 강제집행을 시행할 수도 있다. 이 역시 흔한 경우는 아니고, 주변에서 강제집행한 사례를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경매에 참여하려면 최소 얼마가 있어야 하나.

    “최근 여러 대출 규제 때문에 최소 3000만 원은 필요하다. 투자금이 부족하다면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자산을 사는 것이므로 가격이 하락해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빌라나 소형 오피스텔을 권하고 있다.

    “경매를 시작할 때 수중에 650만 원밖에 없었다. 자본금이 적었기에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빌라와 소형 오피스텔로 경매에 입문했다. 이런 물건은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난해까지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대출이 잘됐기에 아파트 대체재로서 가치 상승이 있었다. 다만 올해 1월부터 오피스텔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적용되므로 대출 가능액을 확인해야 한다.”

    경매 물건을 고를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우선 가격이다. 입찰할 수 없는 물건을 보는 건 의미가 없지 않나. 두 번째는 지역으로, 가능하면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방이라면 가구수, 인구수, 미분양, 입주량을 꼭 확인해 입찰한다.”

    경매 물건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부동산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면 편하다. 사이트에 접속해 경매 검색을 클릭한 뒤 원하는 지역과 물건 종류, 감정가 등을 확인해 찾으면 된다. 무료 사이트로 ‘법원경매정보’(완전 무료), ‘네이버 부동산 경매’(월 3건 무료)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피드옥션’ 같은 유료 사이트를 추천한다. 가시성 좋게 정보가 정리돼 있고, 정보를 필터링하기도 수월하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서는 반드시 권리분석을 해야 한다. 사이트에 올라온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물건명세서는 꼭 확인해 추가로 들어갈 돈이 있는지 파악한다.”

    맘에 드는 경매 물건을 찾았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우선 인터넷으로 손품을 팔아 물건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한다. 로드맵으로 주변 입지를 살피고, 실거래가 사이트나 네이버 부동산 매물, 부동산중개업소 전화통화 등을 통해 시세 조사를 한다. 대출 가능액도 확인한다. 이후 현장을 찾아 손품으로 조사한 것과 일치하는지 체크한다. 가구수가 많은 건물이라면 미납 관리비를 확인하고, 실제로 방문해 건물 하자 여부도 살펴본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주변 여건과 임차 수요를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또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10군데 이상을 방문해 호가가 아닌 급매가 시세를 파악한다. 이때 전세와 월세 시세도 함께 알아본다.”

    정확한 정보 위해 꼼꼼하게 손품·발품 팔아야

    ‘경매하는 직장인’ 저자이자 부동산 강사로 활동 중인 정규범 씨. [홍중식 기자]

    ‘경매하는 직장인’ 저자이자 부동산 강사로 활동 중인 정규범 씨. [홍중식 기자]

    낙찰가는 어떻게 정하는 게 유리한가.

    “경매는 막상 뚜껑이 열리기 전까진 몇 명이 입찰에 참여했는지, 입찰가는 얼마인지 알 수 없다. 패찰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격 조사가 가장 중요하다. 가격 조사를 제대로 안 했다면 낙찰돼도 불안한 게 사실이다. 부동산 경매는 감정 평가가 보통 6개월~1년, 길면 2년 전에도 진행된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감정가 대비 160%에 낙찰받았더라도 시세보다 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낙찰가를 정할 때는 현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과거 실거래가를 살펴보고,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지금 거래되는 가격을 알아본다. 나는 세입자, 매도인, 매수인 등인 척하며 가격을 문의하고, 급매 가격도 반드시 확인했다. 또한 주로 빌라, 오피스텔 쪽에 입찰했기에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은 물건이 많았다. 전세가보다 약간 더 싸게 사는 전략으로 임했다.”

    경매에 참여할 때 주의할 점은?

    “입찰 전날 진행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전날까지 채무자가 빚을 갚으면 취소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입찰 당일에는 신분증과 보증금(최저가의 10%), 도장을 챙겨가야 한다. 입찰하는 물건의 조회수도 한 번 더 살피는데, 경쟁률이 어느 정도인지 유추할 수 있다. 본인이 참석하기 힘들다면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대리인 제도를 활용해도 된다. 또한 기일입찰표를 작성할 때 ‘입찰가격’에 숫자를 맞게 썼는지 3번 이상 확인한다. 왼쪽으로 한 칸씩 밀려 쓰면 10배 가격이 되는 사고가 생긴다.”

    최근 눈여겨보는 물건은?

    “부동산 경매로는 수도권의 방 2개 이상 되는 오피스텔, 특히 아파텔을 주로 보고 있다. 지방은 경매는 아니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없어 5000만 원 이하로 투자 가능한 아파트를 살펴보고 있다.”

    부동산 경매 입문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경매가 고생스럽긴 하다. 스스로 조사하고, 가격도 정하고, 입찰도 해야 한다. 물건을 일일이 찾아 확인하고, 명도 과정에서 사람들과 불편한 얘기도 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이걸 한 번 하고 나니 세상이 진짜 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등기부등본 보는 법 등 부동산 관련 서류를 살피면서 내 돈을 지키는 능력도 키웠다.
    경매는 지금 당장 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으면 언제든 도전해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재테크 무기가 여러 개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 역시 경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파트 투자도 하며 재테크 시야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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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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