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장.[지호영 기자]
이런 MZ세대를 향한 관심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 강한 소비력을 가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세대는 따로 있다는 설명이다. 바로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60세 이상이다. 세계적 석학인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는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2030년 60세 이상 인구가 3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새로운 소비권력 5070
최근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가 발표한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도 바로 이 새로운 소비권력인 5070의 취향과 욕망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MZ세대를 잡으려 힘을 쏟지만 실상 그들은 가난한 세대이자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라고 정의하고, 시니어를 사로잡은 기업과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가 향후 우리 사회를 강타할 시니어 트렌드로 꼽은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걷기와 운동을 비롯한 취미시장이 커진다’ ‘이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나도 영원한 팬으로 살고 싶다’ ‘시설이 아닌 집에서 늙고 싶다’ ‘더 젊어지고 오래 산다’ ‘남들처럼 죽고 싶지 않다’ ‘에이지 프렌들리를 준비하는 세계’ 등 9가지다.
고령사회연구센터는 지난해 설립된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산하 기관이다. 고령국가에 진입한 영국, 미국, 프랑스 사례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트렌드를 분석해 고령사회를 마주한 한국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펼친다. 대표 저자인 이동우 센터장이 향후 수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소비권력으로 떠오를 시니어에 관한 담론을 들려줬다.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81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하며 2025년 20.3%, 2060년 43.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니어’로 명명한 이들은 누구인가.
“한국에서 나이 든 이를 지칭하는 단어는 여럿이다. 통계청은 ‘고령자’라는 표현을 쓰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르신, 노령자, 노약자, 노인, 시니어 등의 말이 혼용된다. 책 제목에도 등장하는 시니어는 ‘액티브 시니어’라고도 하는데, 버니스 뉴가튼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는 ‘오늘날의 노인은 과거 노인과는 다르다’면서 50~75세를 풍부한 사회 경력과 경제력, 소비력을 갖춘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뒀지만, 사회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경제력도 상당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한국에서도 관련 데이터로 검증된 사실이다.”
미국 액티브 시니어와 한국 5070세대가 동일한 특성을 지닐까.
“전 세계 시니어는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후(戰後)에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액티브 시니어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한국 5070세대는 6·25전쟁이 끝난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다. 그리고 전 세계 베이비부머는 똑같은 특성을 하나 갖고 있다. 18세에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결혼하고 집을 사 아이를 낳아 양육했다는 것이다. 50세 이상으로 나이를 구분 짓기는 했지만 이런 특징을 지닌 이는 모두 시니어에 포함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베이비부머의 공통점
“우리는 지금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등 5개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표1 참조). 역사적으로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인류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특히 베이비부머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태어나 1980~1990년대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자산을 키울 기회가 많았다. 지난해부터 1차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시작해 앞으로 20년간 1700만 명이 은퇴할 예정인데, 사회적으로 이들을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고령사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복지다. 그다음으로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교육과 의료, 제품, 서비스 등 다양한 것이 있다.”
베이비부머는 어떻게 부를 갖게 됐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규모 전쟁은 없었지만 미국은 베트남전 등을 치르면서 1970년대 불황 시기를 보냈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며 기업에 자유를 부여했다. CEO(최고경영자)라는 제도가 이때 생겨 기업과 주주가 분리됐고, 기업이 커가기 시작하면서 뉴욕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주식투자 붐이 일었다. 이런 영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산업이 발달했고, 돈을 번 이들을 중심으로 부동산도 많이 갖게 됐다.”
한국 사회만 보면 은퇴기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제 목소리를 내는 베이비부머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다.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인간의 품격’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에 ‘I am Lovable And Capable’(IALAC: 나는 사랑스러우며 뭐든지 할 수 있다)’ 포스터가 붙었다고 한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살아남은 우리는 사랑받을 만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미국에서 그 세대를 ‘그레이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최초로 ‘나는 사랑받을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들이 결혼해 낳은 자식이 바로 베이비부머고 자식 교육도 많이 시켰다. 그러다 보니 최초로 공부를 많이 한 세대인 베이비부머는 동시대를 함께 산 이들과 유대감이 강한 한편, 시장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성향을 갖고 있다.”
지금 시니어는 이전 세대와 어떤 다른 특징을 보이나.
“베이비붐 1세대인 1955년생이 지난해 은퇴를 시작했는데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정정하다’는 표현도 싫어한다. 내년 2월 은퇴 예정인 우리 학교 교수 한 분도 취미가 산악자전거 타기다. 우리 사회 시니어는 대부분 부모가 살아계신데 부모처럼 늙고 싶어 하지 않는다. 부모는 책임지되 본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독립적 존재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내가 살 곳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만약 요양원을 선택한다 해도 질적으로 다른 곳을 원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지금 시니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고, 그들 또한 아직은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책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도 사회 현상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노인’으로 불리기 거부
“맞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이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인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20년밖에 안 걸렸다는 사실이다. 프랑스는 125년, 영국은 80년, 일본은 28년 걸렸는데 말이다. 해외 사례를 연구해보면 일본이 가장 앞서 있는데, 그들 또한 고민이 많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다 보니 어떻게 가야 할지 두려운 것이다. 우리 센터는 일본 도쿄대 고령사회종합연구소, 중국 칭화대 고령사회연구센터와 함께 한중일 고령사회연구협의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공동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또 전 세계 주요 도시 및 기업이 고령사회에 대응해 펼치는 정책과 비즈니스, 기술 산업시장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누는 ‘시니어 비스니스 포럼’도 내년 개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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