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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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루비 [명품의 주인공]

  • 민은미 주얼리 콘텐트 크리에이터 mia.min1230@gmail.com

    입력2020-08-05 11: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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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앤공주(오드리 헵번). [영화 화면 캡처]

    로마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앤공주(오드리 헵번). [영화 화면 캡처]

    왕실의 제약과 빡빡한 일정에 숨 막히고 싫증난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는 거리로 뛰쳐나가 벤치에서 잠들었다가 어느 신사(그레고리 펙 분)를 만난다. 특종을 찾는 신문기자였던 조는 아가씨가 앤 공주임을 금새 알아챈다. 그는 앤 공주를 로마 곳곳으로 안내하며 특종을 위한 사진을 찍게 되는데… 

    1953년 개봉한 흑백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또를 먹고, 조와 스쿠터를 타고 로마 거리 곳곳을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진실의 입’에서 조의 손이 잘린 줄 알고 놀라 소리치는 오드리 헵번(1929년~1993년)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

    '세기의 미인'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pixabay]

    '세기의 미인'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pixabay]

    ‘로마의 휴일’은 무명에 가까웠던 오드리 헵번을 순식간에 세계무대로 도약하게 했고, 겨우 스물네 살의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이후 오드리 헵번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우상이자 남성들의 연인으로 등극하게 된다.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티파니 매장에 가서 기분을 달랜다던 영화 속 오드리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 

    “난 주얼리에는 관심이 없어요. 물론 다이아몬드만 빼고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할리우드 아이콘이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년~2011년)는 1961년 ‘버터필드 8’, 1967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보라색의 신비스러운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빼어난 미모로 ‘세기의 미인’이라 불렸다. 그녀는 17살에 호텔 재벌 콘래드 힐턴 2세와 첫 결혼을 한 후 일곱 명의 남자와 여덟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하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로맨스는 늘 결혼이어야만 했다”고 말했던 그녀는 특히 배우 리처드 버턴과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그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보석 애호가로도 유명했다. ‘나와 보석과의 사랑 이야기(My Love Affair with Jewelry)’라는 책까지 출간했으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책에서 그녀는 소장했던 화려한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다. 리처드 버튼과의 불타는 듯한 열정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반지도 등장한다. 

    바로 8.24캐럿의 루비 반지다. 강렬한 붉은색의 루비를 다이아몬드 8개가 감싸는 스타일로, 리처드 버튼이 1968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준 것이다. 버튼은 “언젠가 당신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루비를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반지 상자를 열던 순간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도 모르게 깊은 산속까지 울릴 만큼 큰 소리를 질렀고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루비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은 오드리 헵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들을 보석에 비유한다면, 오드리 헵번은 다이아몬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루비라고 말하고 싶다. 

    ‘로마의 휴일’에서 몸에 밴 공주의 기품과 흑백 화면을 뚫고 나오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마치 무색 투명의 빛나는 다이아몬드와도 같다. 화려한 미모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강렬한 붉은색을 지닌 유색 보석인 루비와 닮았다. 오드리 헵번을 닮은 무결점의 다이아몬드(나석, 세공된 원석)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완벽한 루비 반지 같은 주얼리를 케이옥션의 주얼리 경매에서 찾을 수 있다.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5.96ct 다이아몬드와 6.01ct 루비 반지. [케이 옥션]

    5.96ct 다이아몬드와 6.01ct 루비 반지. [케이 옥션]

    국내 경매시장을 선도해온 케이옥션은 2018년 12월, '케이옥션 주얼리'라는 이름으로 주얼리 경매를 시작했다. 케이옥션의 경매 노하우와 주얼리 업계의 우수한 전문가 진으로 구성된 주얼리 경매는 검증된 제품을 제공받음과 동시에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주얼리 구매 플랫폼이다. 

    지난 7월 14일에 진행된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물품을 보자. 이날 경매에는 5.96ct 다이아몬드(나석, D칼라, VS1, Excellent/GIA 감정서 有)와 2.02ct 다이아몬드(나석, D, IF, Excellent/GIA 감정서 有)이 출품됐다. 

    다이아몬드는 4C, 즉 Carat(중량), Clarity(투명도), Color(색상), Cut(컷)이라는 기준에 의해 등급과 가치가 매겨진다. D컬러는 최상의 등급이다. 2.02ct 다이아몬드에 적힌 IF(Internal Flawless)는 투명도가 내부적으로 결점이 없다는 의미다. 

    보통 1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투자 및 자산 보유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1캐럿, 3캐럿, 5캐럿 같이 홀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5캐럿을 넘는 크기를 가진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은 가히 '넘사벽' 이라 '꿈의 다이아몬드'라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이날 경매에는 5.9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나온 것이다.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다이아몬드의 국제 시세는 해마다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이기에, 크기가 클수록 자산으로서의 가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날 경매에 출품된 또 하나의 대표작이 6.01ct 루비 반지(비열처리, GIG감정서 有)다. 비열처리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비열처리 보석이란 천연 그대로라는 의미다. 열처리 보석 보다 가치가 월등하다. 

    루비는 보석으로 연마되기 전에 산지(産地)에서 전세계 유통량의 99% 이상이 열처리를 한다. 열처리는 컬러를 돋보이게 하고 내포물을 감소시키거나 눈에 덜 띄게 해서 투명도를 향상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열처리로 인한 변화는 루비의 외관과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열처리, 충천, 염색 등의 처리로 외관이 향상된 루비는 천연으로 속여도 감쪽같을 정도다. 하지만 일반인이 열처리 유무를 식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열처리 여부를 밝히는 신뢰할 수 있는 판매처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경매사인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의 경우 출품되는 루비나 사파이어 주얼리의 약 90%가 ‘비열처리’ 보석이다. 그러다 보니 낙찰가격은 출품 보석의 캐럿과 내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수 억 원대에서 몇 백억 대까지 호가한다. 

    다음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는 9월에 진행될 예정으로 경매 출품작은 프리뷰 기간에 케이옥션 사옥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지금도 보석처럼 빛나는 두 전설

    오드리헵번과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단순히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사랑하고 닮았을 뿐 아니라 삶 자체가 보석이었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오드리 헵번이 한 이 말이 전 세계 신문의 헤드라인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영화배우에서 은퇴한 오드리 헵번은 1988년 유니세프 친선 대사가 되어 세계 곳곳의 구호 지역을 다니면서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리곤 전세계에 기부문화를 불러 일으켰다. 1993년 1월, 63세에 직장암으로 생을 마감한 오드리 헵번의 열정적이고 진심 어린 구호활동은 유니세프와 민간 구호 단체가 ‘오드리 헵번 평화상’을 제정해 이어가고 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대를 잇듯.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85년부터 에이즈 퇴치 운동에 참여했다. 그녀는 1999년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을 설립해 자선 활동을 펼쳤다. 2011년 3월, 심부전증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7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사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소장품은 경매에 부쳐 졌는데 약 1784억 8000만원이 나왔다. 경매 수익금은 고스란히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에 기부됐다. 

    다이아몬드와 같이 반짝이는 삶이었던 오드리 헵번. 루비와 같이 열정적이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두개의 전설은 지금도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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